Healing

오늘도 회사에 가지않았지만 회사근처 피부과 치료 예약을 해놓은게 있어서 무려 한시간 동안 자전거를 타고 동경역에 갔다. 괜히 자전거로 갔다고 생각이 들만큼 길이 어딘지 헤매기도 하고 발이 시렵기도 했지만 통근전철을 탈 자신이 없었다.

엄지손가락에 오년전부터 생긴 딱딱한 티눈같은 부분. 냉동치료로 없어질거라고 한국에서 세번정도 해봤지만 없어지지 않았고, 레이저로도 두번정도 파봤지만 없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회사근처 피부과에서 좋은 의사를 만나서 냉동치료를 적어도 다섯번은 해야지 없어질거라는 명쾌한 대답을 들었다.

'거의 없어졌어요. 이제 한 번만 더 하면 완전히 없어질거에요.'

냉동치료는 생각보다 아프다. 그래도 작정하고 치료하니까 없어질거라는 생각에 기뻤다. 새해들어 제일로 기뻤다.

집에 돌아와서 전화로 타로점을 싸게 봤다. 내가 봐도 뭔가 답답해서 무작정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봤다. 새로운 경험. 전화너머로 내 이야기를 듣고 점을 봐주는 El Mago, 스페인말로 마술사라는 닉네임을 가진 일본여자분. 내 이야기만 들으면 J는 최악이지만 카드는 그렇게 나오지 않는단다. 나에게 거짓말을 한적은 없고 다른 여자가 있는 것도 아니란다. 마술사는 내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도록 내가 원하는 대답을 해줬을지도 모른다. 돈은 받지만 전화너머로 느껴지는 상냥함.

'그런데 예상치 않게 미래의 카드에 결혼이 있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리. 타로는 먼미래는 잘 보지 못한다. 그래서 보통 먼미래에 대해선 별로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상냥함이 지나친 듯한 마술사.

설사 J와 다시 연결되더라도 먼 미국땅에서 날 괴롭게하고 연말연시에 눈물을 흘리게한 그를 결혼상대로 생각할 수 없을거에요. 친한 일본언니에게 카톡으로 말했다.

그렇게 단정지을 필요는 없어. 사랑이 이루어지는 것은 여러 형태가 있으니까. 너가 이렇게 생각할거야라고 정하지말고 이번엔 그냥 상대방에게 맡기면 어때?

뭐 이런 미친놈이 있냐 그 새끼는 널 가지고 놀았다 이렇게 말해주는 친구들과는 다른 말을 해주는 언니. 에휴 근데 개새끼한테 뭘 맡긴다고.

오늘은 일단 해보고 싶은걸 다 해봐서 나쁘지 않은 하루였다. 좀 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하는데. 더 게으르고 싶고 더 느리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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