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일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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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이 하고 싶다.

열심히 일하든 게으르게 일하든 모두 내 책임이 되는 "내 일이 하고 싶다"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20대 때는 자신감이 넘쳐서 "내가 하면 뭐든지 성공시킬 수 있다" 라는 허황된 생각도 했었죠. 왜냐하면 난 회사에 직원으로 들어가도 대표 마인드로 주도적으로 일할테니 성공할 것이고, 내가 사장이 된다면 그 역시 열정적으로 일할테니 성공할 것이다. 라는 아주 단순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창업을 하고 싶은 마음을 품고, 전공도 디지털미디어 벤처창업학이라는 공부를 하고 많은 창업자분들을 만나고, 강연을 듣고, 책을 읽고, 리더쉽을 키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언젠가 창업을 해서 큰 기업을 만들어야지 라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창업을 하기 전에 어느 회사에서 일하게 되든지 대표 마인드로 일하겠다라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직원이 대표 마인드를 가지고 일한다는 게 어떤 말장난인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입사 초기 대표 마인드를 갖고 일한답시고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사사건건 대표님과 의견충돌을 겪는 시기가 있었습니다. 대표라는 자리는 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사람입니다. 결국 마지막 결정은 한 사람이 내려야 한다는 말이죠. 직원은 최종 결정을 내릴 수 없는데, 대표 마인드로 일할 수가 없습니다. 직원 마인드로 일해야 합니다.


대표 마인드란 무엇일까?

보통 책이나 강연에서 말하는 내용은 주도적으로 일하고, 의사결정하고, 대표의 생각을 헤아릴 줄 아는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실제 대표의 자리는 수없이 많은 정보와 사람들 중에서 진실을 가려내고, 직원들을 챙기고, 돈 벌 방법을 강구하고(심지어 대출을 받든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직원 월급을 주는) 등등 수많은 고민과 결정을 내려야하는 자리입니다. 단순히 주도적으로 일하는게 대표 마인드도 아닐 뿐더러 대표의 입장과 직원의 입장은 다르기 때문에 직원은 각자 위치에 맞는 역할을 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직원 마인드로 주도적으로 맡은 일을 완수하는 것이죠.


그렇게 대표 마인드를 품은 직원에서 이제는 그냥 대표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하기 위해서 개인사업자를 내고, 출판사 등록을 하고, 전자책을 출간했습니다. 이제 누구도 제게 월급을 주지 않습니다. 누구도 제게 일을 주지도 않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을 할지는 모두 제가 선택하고 제가 해야 합니다. 아주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모두 스스로 해야 합니다. 오늘 할 일도 내일 할 일도 계속 정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아시나요?


망망대해에 뗏목하나 띄워놓은 기분입니다.


내 일을 한다는 건 생각보다 더 만만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우선 수입이 0이 되었기 때문에 한달에 지출이 되는 생활비부터 파악했습니다. 4인 가족으로 한달에 180만원~230만원을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안에 230만원의 수입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저축한 돈이 얼마인지도 확인했습니다. 대략 1년정도는 수입이 없어도 버틸 수 있는 현금이 있었습니다.


그 다음에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정리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

전자책 제작 (외주 작업)
전자책 출간


내가 하고 싶은 일

게임 제작


전자책 제작을 할 줄 알아서 프리랜서로 외주 작업을 해왔었습니다. 그 수입만으로도 생활비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었는데,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일이고 단순 작업이라서 중단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게임 제작이고, 할 수 있는 일은 전자책을 만드는 것인데... 어떻게 하면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바로 돈을 벌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게임을 제작하는 과정을 전자책으로 만들자!" 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보통 책은 원고가 완성되야 출간할 수 있지만 전자책은 계속 내용을 업데이트 할 수 있으니까 마치 블로그에 글을 쓰듯이 내용을 추가하고, 가격도 그에 맞춰서 점점 인상하는 시스템을 만들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게임을 만들어보장> 전자책이 만들어졌습니다.


첫 가격을 10원으로 시작해서 10명이 구매하면 1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100명이 구매하면 가격을 천원으로 인상하는 식으로 가격을 올리고, 전자책의 내용도 계속 업데이트 했습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게임 제작하는 방법도 공부하면서 동시에 게임을 만들고 있습니다. 출간한지 3주가 지났고 총 208권이 판매되었고, 12만원을 벌었습니다. 230만원을 달성하려면 아직 멀었네요.


그런데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게임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이게 돈이 될지 안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었어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제게는 즐거움입니다. 그리고 전자책을 만드는 것도 게임을 만드는 것도 모두 내 일 입니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언제까지 해야한다는 기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모두 제 마음대로 할 수 있어요.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합니다.


사실 하루 중에 3시간 정도만 일하고,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보냅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을 동네 산책을 합니다. 아, 제가 사는 곳이 제주도라서 그냥 동네 산책을 나가면 제주 여행이 되거든요.


아까 망망대해에 뗏목을 띄워놓은 기분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처음에는 끝없이 펼쳐진 바다가 두렵고 막막하지만, 금방 적응이 되어서 바다 한가운데서 수영도 하고, 다이빙도 하고, 밤에는 고요한 바다의 밤하늘에 가득한 별들을 보면서 즐기게 됩니다.


이렇게 놀고 먹다가 파도에 뗏목이 뒤집히면 그것 또한 제 책임이겠죠. 하지만 이제부터는 내가 배를 운전합니다. 뗏목이 부서지면 다시 만들면 되죠.


저도 앞으로 제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어요. 뗏목을 개조해서 요트로 만들지, 뗏목을 타고 어디로 갈지. 그 끝에는 환상의 섬이 있을지 말이죠. 앞으로 계속 항해일지를 기록할게요. 어쩌면 많은 독자분들이 원하는 글이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스팀잇에 안어울리는 글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스팀잇에 글을 쓰는게 재미있네요. :)

그리고 제 글을 읽는 독자분들도 재미있길 바랍니다.


여러분 유람선도 타보고, 요트도 타보고, 카약도 타보세요.

그리고 나서 어떤 배를 살지 결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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