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원 전자책 vs 10원 전자책 출간 이후 판매 기록

내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일까?

2007년부터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하고 대학생활과 책 서평 그리고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어왔다. 그게 쌓이고 쌓여 2,000여개의 글이 되었고, 어느덧 블로그를 시작한지도 10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티스토리 블로그가 서비스를 접을 수도 있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프로 사업종료러인 다음카카오(그 당시 합병이름)가 여러 돈 안되는 사업을 접었는데 그 다음 타자가 티스토리라는 것이었다.

프리챌 때도 그랬고, 싸이월드 때도 그랬고 인터넷 서비스가 사업을 종료할 때마다 드는 질문이 있다.

"내 콘텐츠의 주인은 누구일까?"

내가 아무리 열심히 글을 써서 올려도, 그 글이 저장되는 곳은 인터넷 사업자의 서버 어딘가이다. 처음 인터넷 서비스가 시작될 때는 마치 그곳에 올린 글들은 영원할 것처럼 홍보하지만 인터넷 서비스의 생명력은 고작해야 10년도 안된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티스토리에 올렸던 글들을 네이버로 옮길지 고민하던 차에 네이버도 망하면 마찬가지일테니 내 도메인을 구입하고 워드프레스에 자리를 잡기로 했다. 그러다가 문득 "내가 쓴 글들을 모아서 전자책을 출간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판매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 글들을 백업해놓기 위해서 전자책은 두말할 것 없이 좋은 방법이다. 전자책 자체가 글과 그림의 압축파일이기도 했으니 블로그에 올려놓은 콘텐츠를 백업할 때 내려받게 되는 압축파일과 다를바 없었다. 물론 그대로 내려받으면 글의 정렬이나 사진들이 엉망일테니 다시 편집하는 노력이 들어 간다.

그리고 전자책은 구매한 사람들에게도 자료가 그대로 남는다. 블록체인이 분산 저장하듯이 전자책으로 출간해서 판매가 되면 분산 저장되는 셈이다. (판매가 된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에서 출간되는 모든 전자책은 무조건 국립중앙도서관에 보내야 한다. 하하하. 그 어디보다 안전한 곳에 내 파일을 백업시켜두는 셈이다. 어쩌면 내가 죽고 내 손자들이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볼 수도 있다. 대대로 남겨줄 기록이 된다.

내 콘텐츠의 가치는 얼마일까?

블로그 글 중에서 그나마 읽을만하다고 생각되는 글들을 모았다. 판매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블로그 글들을 백업하기 위해 만든 전자책이지만 가격을 책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료로 등록하기에는 내 10년간의 기록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적당한 가격으로 책정하면 제목만 보고 실수로 구매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혹시 실수로라도 구매하시는 분들이 없도록 가격도 10만원이라는 큰 금액으로 책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매하신 분들은 나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내 10년간의 기록은 10만원의 가치가 있다.
내 콘텐츠의 가치는 내가 정한다. 하지만 살지 말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무려 10만원으로 가격을 책정하고 전자책을 출간했다.

열심히 살지 않는 서른이 되었다..jpg

과연 10만원 짜리 전자책을 누군가 구매할까?

10만원 전자책 vs 10원 전자책 첫번째 판매 기록

최근 <열심히 살지 않는 서른이 되었다> 를 10만원에

<게임을 만들어보장>을 10원에 출간하였다.

10만원짜리 전자책은 3권이 팔려서 대략 30만원을 벌었고,

10원짜리 전자책은 9권이 팔려서 90원을 벌었다.

총 수입 300,090원.

<게임을 만들어보장>은 매일 내용을 추가하고 있다. 전자책이기에 가능한 링크 연결(이미지, 소스 공유), 움직이는 애니메이션도 들어있다. 1명이 더 구매하면 가격은 100원으로 인상된다. 마지막 10원 구매자는 누가 될 것인가!?

두 번째 전자책 판매 기록

10만원 전자책은 오늘로 4권째 판매되었다.

10원 전자책은 34권이 판매되었다. 10권이상 판매되면 100원으로 가격을 인상해야 하는데 실시간으로 판매량 집계가 안되어서 24권이 10원으로 그대로 판매되었다.

전자책을 직접 만들고 출간할 수 있으니까 이렇게 이런 저런 시도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다 해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0만원 전자책은 사실 서점에서 검수할 때, 이 가격이 장난이나 실수가 아닌지 확인을 한다. 일반적인 가격이 아님으로. 그리고 10원 전자책도 마찬가지로 장난으로 치부될 여지가 크다. 그래서 리디북스 콘텐츠 팀에 전자책 등록 전에 메일로 가격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리고 관련 도서법령들도 살펴보았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를 할 때 생각보다 제약이 많다.

하지만 시도를 한 덕분에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되었다. 10만원 전자책도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구매의사를 결정하는데 가격보다 더 중요한 요소가 있다. 10원 전자책은 카드 결제와 포인트 결제가 안된다. 그러니까 결제가 쉽게 되기 위해선 전자책 가격의 최소 단위는 100원으로 해야 한다. 사실 처음에는 1원 전자책을 만들려고 했는데, 리디북스에서 100원을 권유했었고 난 중간 지점인 10원으로 출간했다. 권유를 들을 때와 몸소 겪는 건 다르니까.

사실 이 두 권의 전자책은 가격의 실험을 위한 것이 아니라 블로그에 새로운 방향성을 실험하기 위한 것이었다. 두 전자책 중 하나는 완결된 블로그의 백업이었고, 다른 하나는 시작하는 블로그를 전자책으로 만든 것이다.

블로그를 오래 운영하면서 "왜 블로그는 모두에게 공개되야 하는가?" "어떻게 하면 블로그 콘텐츠에 합당한 수익을 줄 수 있을까?" "플랫폼에 종속되지 않는 블로그는 어떻게 만들까?" 등등 의 질문과 고민 또한 오래했었다.

블로그의 공개에 대한 부분은 공유의 가치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블로그가 포털 메인에 뜨면 악플이 달리고, 내가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 까지 내 글이 노출된다는 스트레스가 있었다. 무조건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것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완전 공개되있어서 저작권 보호가 안되는 문제도 컸다. 전자책은 구매한 사람에게만 공개된다. 어느정도 나에 대해 알고있거나 그 주제에 관심있는 사람이 본다. 물론 전자책도 서점 메인에 띄고 불특정다수에 노출되고 악플이 달릴 수도 있겠지만 돈내고 악플다는 분이라면 감당할 수 있다. 밥 안사주고 혼내는 선배보다 밥 사주고 혼내는 선배가 낫지.

콘텐츠에 합당한 수익 부분은 브런치팀이 고민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나도 굉장히 많이 생각해보았는데, 콘텐츠가 무료고 광고 수익을 얻거나 최근은 스토리펀딩, 텀블벅 등 후원을 받는 수익모델이 일반적이다. 구독료를 받는 방법도 있지만 쉽지 않다. 전자책 모델은 딱히 새로운 건 아니다. 블로그를 출판하는 건 일반적인 일이 된지 오래니까. 블로그를 백업한 자료를 판매하는 것(완성 상품 판매 = 책), 아직 아무것도 없는 전자책을 판매하는 것(구독모델? 하지만 월구독료가 아니라 한번의 구매로 끝나니 이것도 그냥 상품 판매다)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뭐랄까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콘텐츠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다.

플랫폼 종속 부분은 전자책에서도 마찬가지이긴 한데. 난 리디북스에 종속되어 있다. 리디리디해에 빠져있어.... 뭐 이건 티스토리의 종속에서 벗어났으니 이종산업간의 이동에 성공...?

블로그와 전자책 그 사이 어딘가에 새로운 기회가 있을까?

지금까지 수익은 40만340원. 아직 한달 생활비로도 턱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전자책 판매수익으로는 나쁘지 않은 편. :)

게임을 만들어보장은 매일매일 조금씩 글을 쓰고 업데이트 하고 있다. 글보다는 최대한 이 책을 읽는 사람이 게임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자료 링크들을 연결시키느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임을 먼저 하나 만들어보고 책을 쓸 수도 있겠지만, 언제나 지나간 일은 쉬워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 지금부터 쓰는게 더 좋을 것 같다.

이거 왠지 열심히 사는 서른이 되어서 전자책을 만들고 있는 느낌이네...

세번째 전자책 판매 기록

10만원 전자책은 4권에서 판매가 멈췄고,

게임을 만들어보장 전자책은 출간 일주일만에 83권이 판매되었다. 생각보다 판매속도가 빨라서 부랴부랴 내용을 업데이트 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금 가격은 100원입니다. 이제 곧 790원으로 인상될 거에요~! 100원 찬스 얼마안남았습니다. ^^ )

제일 처음 출간했을 때는 고작 1페이지 정도 분량이었는데, 그래도 믿고 구매해주신 분들이 있었다. 물론 가격이 그만큼 저렴하기도 했지만... 이제 가격이 오르는 만큼 구매곡선도 둔화될거라고 예상 중이다.

리디북스는 전자책이라서 분량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전자책의 글자수를 표기해주는데, 보통 일반 단행본의 글자수는 10만자 가량이다. 가격은 보통 1만원이고... 그렇다면 글자분량에 가격을 비교해보면 1만자에 1천원, 1천자에 100원 정도 이다.

게임을 만들어보장의 현재 가격은 100원이고 글자수는 4천자이다. 가격대비 분량면에서 평균보다 4배 분량이 많다. +_+ ㅎㅎ 하지만 700원으로 가격이 오르면 7천자 이상은 글을 써야 겠지... 매일매일 업데이트를 하고 있긴 하지만 서점에 바로 반영이 안되기 때문에 서점에서의 반영은 일주일 단위로 해야 겠다.

네번째 전자책 판매 기록

10원으로 시작했던 <게임으로 만들어보장> 전자책이 어느덧 196명이 구매해주셨고, 아마 내일 중으로 200명이 넘어갈 것 같다. 그리고 판매액이 101,940 원이 되었다. 띠끌모아 태산이라더니....

전자책 콘텐츠를 계속 업데이트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구매자가 늘어나서 가격이 올라가는 속도를 못따라잡고 있다. 게임을 만들고, 그 다음에 그 내용을 전자책으로 만들어야 하니까 시간이 많이 걸린다. 게임을 만드는게 먼저냐, 전자책을 만드는게 먼저냐?

어제는 프로페셔널 CG 디자이너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마다 인디애니메이션영화를 만드는 분의 킥스타터에 작은 금액을 후원했다. (http://www.hyosaja.com/blog/ 자세한 사연 링크는 요기) 자신의 꿈의 끈을 놓지 않고 열정을 지속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3년간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동기부여가 되었다. 내가 만드는 게임은 3개월안에 완성하고 싶은데...

그리고 오늘 농혐에 가서 사업자통장을 만들고, 처음으로 전자세금계산서와 계산서를 발행했다. 금액은 10만원.

아, 이렇게 단 두줄로 정리되기에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뱅킹과 홈텍스는 정말.............하아.....

아무튼 오늘 또 처음 해보는 일을 마무리했다. 이렇게 하나 하나 산을 넘고, "처음"이라는 장벽을 부시면서 앞으로 나아가면 뭔가 되겠지. 뭐라도 되겠지.


뭐, 뭐가 안되면 또 어때



구매 촉진을 멈추기 위해서 오늘은 전자책 구매링크는 안달았음.

가격보다 알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서.

10만원 vs 2,620원 전자책 판매 마지막 기록.

이 재미있는 실험을 시작한지 2년이 지났다. 10만원 전자책은 무려 7권이 팔렸다. 어쩌면 내가 쓴 일기일지도 모르는 전자책을 7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구매해주었다. 그리고 서점으로부터 할인 대여 이벤트를 제안받아서 총 66명이 대여해서 읽었다.

총 수익은 578,000원을 기록했다.

10만원 전자책을 통해 무조건 싸게 파는게 장땡이 아니란 걸 배웠다. 사람들은 싸다고 사는게 아니다. 살만한 가치가 있는 것을 합당한 가격에 산다.

10원에서 시작했던 전자책은 2,620원이 되었다. 심지어 중간에 업데이트를 멈춘지가 오래인데도 꾸준히 판매가 되었다. "게임" 이라는 주제가 주는 구매요인이 컸다. 게임을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0원 전자책은 총 277권이 판매되었다.

총 수익은 275,440원이다.

싼 전자책을 열심히 많이 파는 것보다 10만원 전자책 1권을 파는게 훨씬 이익이다. 특히 시장이 작은 국내 전자책 시장상황을 생각하면 싼 전자책을 많이 판매하겠다라는 전략보다는 비싼 전자책을 구매할 수 있는 틈새 독자를 파악해야 한다. 내가 예상하는 국내 전자책 시장의 최대 구매독자 수는 대략 1만명이다. 그 중에서 활성화된 구매독자는 천여명 남짓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해외 전자책 시장 진출이라는 새로운 실험에 도전하려고 한다. 그리고 스팀잇을 통해서 전자책을 연재하는 실험(스티미언 전자책 출간 프로젝트 kr-ebook )을 시작했다. 스팀잇에 좋은 글과 그림을 연재하는 스티미언의 콘텐츠도 전자책으로 출간할 계획이다. 그리고 @segyepark 님이 만드신 스팀잇샵에도 입점해서 전자책을 판매하기로 했다.

이런 실험들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단지 콘텐츠 생산자들도 자신의 창작물로 적어도 먹고살 정도의 수익을 벌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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