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쌓은 벽을 허물다 - '오베라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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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영화 '오베라는 남자'는 성장 스토리다. 인생 말년에 접어든 남자에게 무슨 성장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사람이란 그런 존재 아니던가? 죽는 그 순간까지 자신의 내면을 확장하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그런 존재 말이다. 오히려 이 가능성을 제한하고 부정할 때 삶은 황폐해지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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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오베는 혼자 사는 까칠한 노인네다. 오늘도 그는 동네 순찰에 나선다.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유발자다. 이미 수십년간 그와 한 동네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그의 까탈맞음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는 질서를 중시한다. 뭐 하나라도 제자리에 있지 않거나 정리 되어 있지 않으면 참지 못하는 성미다. 특히 그는 주택 단지 내부로 차량을 몰고 들어오는 무도한 자들을 참지 못한다. 이것은 그가 동네 반장일 때 세운 규칙이다. 이것을 무시하는 자들에게는 그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 세상은 마음 같지 않다. 세상이 자기 마음 같지 않은 건 그만이 아닐터.. 그도 다른 사람들처럼 그러려니 하고 살면 될텐데 그는 그러지 못한다. 그에게 삶이 유난히 버거운 것은 죽은 아내 소냐가 남겨놓은 빈 공간 때문이다. 그는 그녀가 없는 삶을 몹시도 힘들어 한다. 그런 그에게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가 날아든다. 무려 40년 넘게 근무한 회사가 울고 싶은데 뺨을 때려준 것이었다. 그는 차라리 잘 됐다고 생각한다. 어차피 정리하고 싶은 삶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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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소냐의 무덤에 다녀온 그는 정장을 차려 입는다. 그리고는 미리 천장에 박아둔 걸쇠에 밧줄을 건다. 이제 모든 걸 끝내고 아내 곁으로 가려 한다. 목에 밧줄을 걸고 의자를 차버리려 하는데 창 밖에 난리부르스가 났다. 어벙한 앞집 새 주인놈이 차를 또 단지 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오베는 한숨을 내쉰다. 이 놈의 세상은 죽는 순간까지 그를 괴롭힌다. 죽을 때 죽더라도 이런 꼴은 못본다. 그는 밧줄을 풀고 쫓아나간다.

이 영화에서 그는 총 세 번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이때마다 그를 훼방 놓는 이웃들 때문에 그의 시도는 자살 미수에 그친다. 이 장면들은 매우 싱징적이다. 상실감에 괴로워하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사람이었다.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힘들어 하는 사람조차도 사람을 필요로 한다. 이 아이러니가 이 영화 전체에 배어들어 있는 메시지다.

사고로 아버지를 잃은 그는 세상과 불화한다. 정직하고 성실했던 그에게 세상은 부당한 처사로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든다. 그 문을 마법과도 같이 열고 들어온 사람이 아내 소냐였다. 그에게 소냐는 아내 이상의 존재였다. 그녀는 그가 등을 돌렸던 세상과의 가교 역할을 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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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 아내를 떠나보낸 그가 삶의 의욕을 잃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의 새로운 이웃이 된 파르바네는 그가 뜻밖에도 따뜻한 가슴을 가졌으며 성실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를 계속 지켜본 그녀는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어야 겠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긴다. 그는 이제 수십년간 쌓아올렸던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그는 이것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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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네이버 영화)

그런 영화가 있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인데, 안 봐도 결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데 가슴 속에 뭉클하게 와닿는 그 무언가 때문에 계속 보게 되는 영화.. 내게는 이 영화 '오베라는 남자'가 그런 영화였다.

극동 아시아에 위치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사는 우리에게 북유럽에 위치한 스웨덴의 영화는 낯설지만 이 영화가 품고 있는 정서와 메시지는 너무나 친숙한 것이었다. 사람으로 인해 상처 받고 힘들 수 있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것 또한 사람이라는 이 평범한 진리는 같은 사람인 이상 통할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렇다. 결국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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