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의 진입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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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팀잇 가입자가 100만을 넘어섰다고 한다. 스팀툴에 확인을 해보니 현재 104만을 조금 넘긴 상태다. 그러나 피드에 들어가보면 스티미언들이 그렇게 많이 늘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일부 고래들이 스팀을 팔아치우고 떠났다는 이야기나 최근 하락세에 있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야기들만이 난무할 뿐이다.

혹시 '생착률' 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모르겠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이 뜻풀이가 되어 있다.

'조직이 다른 조직에 붙어 제대로 사는 비율'

이 말은 모발 이식이나 지방 이식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데 이식된 조직이 살아남아 제 기능을 하게 되는 경우의 비율을 뜻한다.

내가 굳이 이 단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스팀잇의 문을 두드리는 분들이 대개 블로거들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나 역시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다 스팀잇에 뛰어든 케이스다. 그런데 이 분들의 생착률이 그리 높아보이지 않는다. 내 느낌으로는 열 분 중 7~8분 정도는 뉴비 딱지를 떼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게 아닌가 싶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 그만큼 스팀잇의 진입장벽이 높다고 봐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스팀잇이 한계점을 드러낸 것일까?

스팀잇이 블로거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지점은 '내 글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블로거들 중 상당수를 스팀잇으로 불러들인 요인이었다. 수익모델 측면에서 보면 아직까지는 애드센스가 더 검증된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로거들이 스팀잇을 선택한 이유는 애드센스가 엄밀히 말해 콘텐츠에 대한 보상을 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이다. 티스토리 블로그를 시작해서 애드센스를 설치하면 그때부터 내가 올리는 포스팅은 구글의 광고판이 된다. 구글은 내 포스팅에 노출된 배너에서 요구되는 액션이 이루어졌을 때 보상을 한다.(주로 클릭이다.) 따라서 이것은 광고 노출에 대한 보상이지 콘텐츠에 대한 보상이 아니다. 콘텐츠는 사용자를 불러들이는 호객꾼 노릇을 할 뿐이다. 그리고 애드센스를 달고 블로그를 운영하다보면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콘텐츠의 품질에 상관없이 광고판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애드센스를 이용해 돈을 버는 분들 보면 하루에 몇 개씩 포스팅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에 10개씩 하는 분도 봤다. 참 쉴새 없이 올리시더라..ㅎ 물론 콘텐츠의 질은 담보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문 투성이에 맞춤법이 틀리는 경우는 예사고 어디에서 업어온 티가 팍팍 나는 콘텐츠들 투성이다. 그런데 그런 분들이 돈을 번다. 블로거들 커뮤니티에 들어가보면 1000개의 포스팅을 해야 월 1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돈다. 사실 지금 보면 그 100만원을 버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다. 그러다보니 글쟁이로서 자존심이 있는 분들은 여기에 질려서 나가 떨어지고 만다. 나도 그랬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돈을 버는 분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도생의 나라, 사회안전망이 빈약한 나라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할 뿐이다. 그래도 이 분들이 블로그라는 서비스의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스팀잇도 쉬운 건 아니다. 스팀잇에는 분명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일단 스팀잇은 사용하기 쉬운 서비스가 아니다. 사용하려면 일정 수준 이상 공부를 해야 한다. 사용법에 익숙해져도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보팅을 받아야 하는데 이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 스팀잇에서의 보팅은 보팅파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 고래와 그 아래 단계에 있는, 최소 0.1 이상을 찍을 수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 형성에 달려 있다. 이것 없이 의미 있는 금액을 보팅 받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것은 콘텐츠의 품질에 대한 인정이라는 형태로 이루어지기도 하고 공통의 관심사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인간적인 관계 형성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요즘에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서 이 이상의 관계 형성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다. 이 관계의 특성은 상호적이라는 것인데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서로의 콘텐츠를 소비해주는 형태를 띈다. 이 과정에서 보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보팅을 받으려면 이런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이것은 사실 익명의 관계인 경우가 많고 느슨한 수준인데 그래도 이 안으로 들어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내가 보기에 이 관계망 안으로 들어가려면 둘 중 하나를 해야 한다. 양질의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거나 투자를 통해 보팅 파워를 확보하거나... 양쪽을 모두 할 수 있다면 진입 속도는 더 빨라질 것이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일정 수준 이상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 이것이 지금 뉴비들에게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부분이다.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보팅을 받을 수 있는 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콘텐츠 능력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러한 스팀잇의 진입장벽이 애드센스에서 물량공세로 돈을 벌고 있는 분들의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이 장벽이 순기능만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차후에 한 번 다뤄 보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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