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암호화폐 시장의 성장과 화폐가치, 그리고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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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jchoi 입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몸이 말을 듣지 않네요. 겨우 잠에 들었다가 깨 버린 이후, 몸은 처지고 정신은 말똥해서 스팀잇에 들어왔습니다.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는데, 사라지기 전에 남겨 놓고 싶네요.

최근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다른 어떤 이슈도 갖다 대지 못 할만큼 가장 뜨거운 감자입니다. 특히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암호화폐에 대해 방영한 이후 더 큰 관심이 생겼죠. 아마 그 방송에서 많은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충격을 준 장면, 아시겠지만 2시간 만에 30억이라는 자산이 증가하는 그 장면은 많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을 겁니다. 지금이야 한국에서의 신규 자금 유입이 막혀 있고, 코인마켓 캡에서 제외되는 등 잠시 동안의 난항을 겪는 걸로 보이지만, 점차 거래소가 개방되고 정책들이 정비가 되어 갈수록 시장이 커지는 건 막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는 과정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수익을 실현하게 될 텐데, 이 과정에서 실현한 수익은 어디로 갈까요? 여전히 많은 자금이 코인 마켓에 묶여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코인 가격이 계속 오르는 것은 팔려는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라는 말이 돌 정도니까요. 그러나 언젠가는 이 수익들이 다시 국내 시장으로 풀리게 됩니다. 특히 적지 않은 양의 화폐가 시장에 풀리게 될 겁니다.

그때,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이게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화폐가 시장에 풀린다는 것은 일단 화폐 공급이 늘어난다는 것이고 이는 곧 화폐 가치의 하락을 의미합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한다는 건, 물가가 오른다는 이야기지요.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서도 우리의 소비를 가정해 볼 수 있습니다. 실현한 수익으로 그 동안 필요했던 것들을 전보다 더 부담 없이 살 수 있게 되면, 자연스럽게 소비 심리가 늘어나고 물가는 오르게 됩니다. 전보다 높아진 호가에도 집과 차를 살 여력이 되고, 심지어 추가 투자도 하게 됩니다. 먹을까 말까 고민했던 식당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높아진 소득은 자연스럽게 물가를 올리는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킵니다.

화폐 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오르게 되는 데는 노동 수요 및 공급과도 연관성이 있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꿈꾸는 그것 있죠? 자본을 충실히 모아 일을 그만 두고 인생을 즐기는 것! 다시 말해, 충분히 돈을 번 사람들에게 노동은 더 이상 자기계발이나 용돈 벌이 이상의 의미를 갖기 어려워진 겁니다. '너, 30억 있으면 지금 일 얼마나 목숨 걸고 열심히 할 거야?'라는 질문에 대답을 해 보면 알겠지요. 노동 시장에서 참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곧, 노동의 공급이 줄어든다는 말과 같습니다. 기업들은 충분한 노동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고, 결국 높은 임금을 불러서라도 필요한 인력을 충당하게 됩니다. 임금이 오르는 것이지요. 임금이 오르면? 이는 다시 생산 단가가 올라 가고, 이렇게 부가가치가 올라가면 당연히 생산물의 가격도 올라갑니다. 물가는 또 오릅니다.

은행도 위기입니다. 우리가 2천만 원을 벌어서 통장에 입금을 합니다. 그리고 그걸 다시 암호화폐에 투자를 해서 200% 수익을 얻습니다. 그러고 나서 6천만 원을 다시 통장에 입금한 후 인출하려고 합니다. 4천만 원은 어디에서 나오죠? 자기자본비율(BIS)라는 것이 있습니다. 은행이 자신의 자산 가운데 직접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비율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전통적으로 은행은 현금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금리로 예금 이자를 주고, 고금리로 대출을 해 주죠. 그 가운데서 발생하는 이자 수익 등이 은행이 챙기는 수익이라고 보면 됩니다. 은행은 예금한 모든 돈을 그냥 창고에 쌓아 두지 않고, 충분히 회전을 시킵니다. 돈이 돈을 번다고 하죠. 그런데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나온 사람처럼 7천만 원 가지고 230억을 만든 사람이 그것을 인출하겠다고 나서면 어떻게 될까요? 그뿐 아니라 만약 암호화폐 시장에 충격이 생겨 현금화 수요가 늘어난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거 중소 저축은행이 파산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었죠. 내막은 복잡하겠지만, 쉽게 단순화하면 그건 현금화 수요가 커지는데 은행이 그걸 충당할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입니다. 이렇게 예상되는 시장 충격은 다시금 화폐에 대한 의구심과 함께 가치를 하락시킵니다.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죠. 은행에 있던 내 돈은 휴지조각이 되는 겁니다. 아, 5천만 원은 보장해 주겠네요. 내 돈은 이제 가치가 떨어져서 높은 물가를 마주하게 됩니다.

다양한 측면을 더 살펴볼 수 있지만, 결국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물가는 크게 오를 수 있다는 겁니다.

막연히 암호화폐 시장에서 내 자산의 원화 가치가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좋아할 일만은 아닙니다. 단순히 암호화폐 가격이 올라서 부자가 되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에 대응하는 화폐가치가 떨어지고 그에 따라 가격이 오른다면, 결국 내 자산가치는 동일한 겁니다. 2억 짜리 부동산이 2억 2천만 원이 된다면, 2천만 원짜리 비트코인이 2천 2백만 원이 되는 건 그냥 기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기쁜 건, 부동산이 10% 올랐는데 내 자산이 100%, 200% 올랐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이든, 금이든, 암호화폐든 현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겠지만, 그냥 은행만 믿고, 정부만 믿고 내 돈을 맡겨둔다면 큰 실수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이야, 물가 상승보다 암호화폐 시장이 더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마 그 성장 속도가 둔화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의미를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자산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때가 물가가 폭등하는 시기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현금을 보유하고는 있는 건 어느 모로 보다 불리하네요.

주저리주저리 생각 정리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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