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소매상에 대하여.

신난다입니다.
제 감성과 꿈과 희망을 뿜뿜 잔뜩 담아 쓴 글이 스팀잇의 오류로 날아가버려 몹시 허망한 상태입니다.
하지만 기록해두어야 할 것은 기록해두어야 마땅함으로 다시 남기고 갑니다.

사실 전 오늘 밤 [적응장애]에 대한 글을 스팀잇에 게시하려고 했어요.
하지만 집에 오자마자 맥주 두 캔을 벌컥벌컥 하는 바람에 눈이 자꾸 감겨 예능 하나를 보기로 결심합니다.
평소 잡다한 지식 청취가 취미인 저에게 딱 들어맞는 프로그램인데요(지식을 글로 습득하는 것은 싫습니다. 귀로 듣는 것만 좋아하는 이상한 취미).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줄여서 알쓸신잡입니다.
오늘 이 프로그램에 대해서 딱히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이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께서 하신 말씀이 마음에 와닿아 순식간에 심리학자로서의 제 역할을 정하고 말았습니다.
아래 장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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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잘 모르시겠지요?
장면은 이렇습니다.

유희열님이 왼쪽에 앉아계신 물리학 전공 정재승 박사님께 '미토콘드리아'에 대한 질문을 합니다.
교수님의 설명이 조금 어렵게 다가왔는지 유시민 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제가 설명해드릴게요. 여기(물리학 박사님)는 생산자인데, 이런건 소매상(유시민님 본인)이 잘하잖아".

지식의 소매상이라니 정말 멋지지 않나요?

사실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저는 언제나 심리학에 둘러쌓여있기 때문에 일반 비전공자들이 심리학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고 무엇을 궁금해하며 지금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그들이 이해 가능한 선은 어디인지 도무지 알기가 어렵습니다. 거리두기의 미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졸업이 코앞인게 행운이지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제가 대중에 있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나는 어디까지 얼마만큼을 알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얼마나 잘 전달할 수 있을지가 더 큰 고민이기도 합니다.

이 고민을 [지식의 소매상]이라는 명명을 통해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인간의 뛰어남을 믿는 사람입니다. 인간의 선함과 유약함을 믿고 악이라는 것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것이라고 믿고 싶어하는 사람이에요.
모든 것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불능에서 온다고 믿습니다.
저이와 더 가까워지고 싶은 나의 열망을 분노로 오해하고, 외로움을 질투나 증오로 잘못 지각하는 일만 없어도 세상이 보다 더 좋은 곳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때문에 심리 교육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내고 싶고요.
그 일을 저는 연구자로서 지식의 생산자 보다는 소매상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지식의 소매상이라는 말은 사실 진부하고 이미 그 전에도 수 번이나 들어봤을법한 말인데, 오늘 이 말이 제 정신을 깨운건 그게 지금 저에게 필요한 것이었기 때문이겠지요?
예능프로로 동기부여할 수 있다니 운이 좋은 밤입니다.

사실 맥주기운으로 정신이 혼란해 횡설수설하고 있는 게 느껴지지만 지금 제 노트북 오른쪽에 [기록이 상처를 위로한다]라는 책이 눈을 부릅뜨고 있으므로 그냥 남겨두고 갑니다. 언제가 이 글이 누군가에게 어떤 방식으로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제 자신에게 위로가 될 확률이 가장 크겠지요.

좋은 밤 되세요.
신난다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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