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이라 그래

얼마 전 얻은 감기가 쉬이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감기에 잘 걸리는 체질도 아니고, 걸려도 하루 이틀이면 곧잘 낫는지라
이번 감기는 유독 당황스럽다.

누군가 짐짓 젠체하며 내게
'짜식, 이제 너도 서른이 되니까 몸이 예전 같지 않은거야~!'
하며 말을 걸어올지도 모른다.

image.png

서른.
나는 이것이 서로 결이 다른 청춘의 경계선이라고 생각한다.
온도의 차이일수도, 방향의 차이일수도 있다.
언젠가 글에서 본 것인데,
사랑에 빠지는 것과 사랑을 하는 것엔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
이렇듯 서른이란, 감정에서 자신에게로 주체가 넘어오는 과정일수도 있다.

또한 서른은
지난 세월을 반추하며 누군가를, 어느 날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러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故 김광석에게 서른이란 멀어져가는 것을 그리워하는 것이었나보다.
나에게도 불덩이 같던 추억들이 곳곳에 숨어있기에
때론 뒤적이며 찾는 날이 간간히 있는 것을 보면
서른은 그런 나이구나, 고갤 끄덕이게 되기도 한다.


공자는 서른을 이립(而立)이라 하며
서른을 학문의 기초가 확립되는 나이로 보았다.

비단 학문의 영역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서른은 여러 의미로 독립을 이루어내야하는 나이다.

여자 나이 서른 넘겨서 시집을 가서는 안되고,
서른이나 되었으면서 용돈타면서 살아선 안되고,
서른이면 자기 행동에 책임질 줄 알아야한다.

서른을 향한 치기어린 행동에 대한 관용은 끝이 난다.
(부분적으로는 맞는 꼰대들의 이야기)

또 나에게 있어서 서른은 광야의 삶을 마치고
이제 막 가나안 땅을 목전에 둔 이스라엘 민족의 벅참과 같은
설렘을 안겨주는 나이이기도 하다.

결혼, 출산, 육아, 내집마련 등 산적해있는 과제에 머리가 아프기는 하지만
이것들을 이루어가며 만들어 낼 풍요에
기대감이 커지기도 한다.

image.png

아무튼 감기에서 촉발된 나의 서른에 관한 상념은
이 감기가 떨어질 즈음 마무리가 될 것 같다.

image.png

대문을 주신 @tata1 님께 감사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