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성주의 시대의 도래, 그리고 스팀잇의 등장(보팅 어뷰저 분들께 전하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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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꼭 읽어보세요. 오스트리아 학파와는 관련이 없고(뭐, 저자인 피터 드러커의 아버지가 미제스의 친구이긴 했습니다만...), 그냥 제가 제일 감명깊게 읽은 책 중 하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스티미언 여러분, @rothbardianism 입니다. 오늘 예정된 [우상의 황혼 VII]시리즈는 이따 밤에 연재를 진행할 예정이고, 지금은 좀 특별한 글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어제 @dakfn 님께서 보팅 어뷰저 님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스팀잇이 과연 무엇이고, 내가 왜 스팀잇에 들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봤습니다.

저는 아마 많은 분들과 조금은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겁니다. 그 이유를 지금 여러분들과 나눠볼까 합니다.

반 이성주의(Anti-Rationalism) 시대가 올 것이다.

여러분들은 혹시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에 대해서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2년전에 힐러리와 트럼프가 대선에 나왔을 때 Nobody For President(그 누구도 나의 대통령이 아니다)운동을 미국 대학가에서 전개했었습니다. 정말 이상한 운동이라 보실 수 있겠지만, 제 글을 꾸준히 읽으시는 스티미언분들 이시라면, 충분히 라스바디어니즘 다운 행동이다.라고 생각 하실겁니다. 하여튼 그 때 한참 정치운동을 전개하고 있을 무렵, 미국 백인 남성들 사이에선 일명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운동이 성행했습니다. 대안우파는 반-페미니즘, 반-다민족주의, 반-개입주의, 서구우월주의, 미국우월주의, 반-평등주의, 반-동성애주의로 이루어진 정치 이념인데요. 결국 이 세력들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신들 중 하나로 평가받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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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대안우파를 집대성 했다고 평가받는 리차드 스펜서(Richard Spencer) 입니다.

어떻게 이런 이상한 사상이 뜨게 되었나?

사실 이런 세력들이 미국에서 뜨게 된 이유는 미국에서 팽배한 혐오주의 때문입니다. 남성에 대한 혐오주의, 백인에 대한 혐오주의, 정치적 올바름 이런 감성주의가 미국에 팽배해지면서 이를 싸잡아 비판하고 백인의 우월함을 강조한 대안우파(Alternative Right)가 흥행하게 된 것이죠. 물론 백인들이 기득권을 잡고 있었던 것도 맞고,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되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었으나, 방식이 잘못된 것이었죠. 남성에 대한 혐오로 여성의 인권을 신장할 수 없고, 백인을 혐오한다고 흑인, 동양인, 라티노들의 인권이 신장되는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오히려 혐오주의로 변질된 인권 신장 운동은, 또 다른 혐오주의를 낳게 된 것입니다.

니체의 말을 한 번 듣고가보죠: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자신이 이 과정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만일 네가 오랫동안 심연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심연도 네 안으로 들어가 너를 들여다본다(니체, 『선악의 저편』).

혐오주의를 반대하던 운동들이, 혐오주의를 혐오하게 되고, 혐오주의를 혐오하는 것을 또 혐오하게 되는 그런 악순환, 이 것이 니체가 주의하라고 했던 것이 아닐까요.

대안우파 운동은 절대로 사상적 운동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이는 범-사상운동(Surideological movement)이라고 볼 수 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대안우파는 우파의 이름을 달고 출범했지만, 이 구성원은 우파도, 좌파도, 심지어 자유지선주의자도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사상을 뛰어넘는 무엇, 이것은 바로 분노(anger)였습니다.

이제 이들은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행동하지 않게 되는데요. 분노가 바로 사상의 중심이 됩니다. 어떠한 공리(Axiom)이나 논리체계를 바탕으로 한 정치이념이 아니라, 순수 감정을 바탕으로 한 정치이념이 탄생하는 것이죠.

여자는 남자를 싫어하고, 남자는 여자를 싫어하고, 백인은 흑인을 싫어하며, 흑인은 백인을 싫어하는,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 대한 결함을 만들어내고, 그것을 맹신하기 시작하는 것. 이것이 반 이성주의 입니다.

Credo Quia Absurdum, 모순이기에 믿는다.

이것이 바로 반-이성주의의 핵심입니다. 어쩌면 트럼프가 제안한 '모든 불법 이민자를 강제로 추방한다.'라는 것은 이루어질 수 없는 공약일지 모릅니다. 그리고 '모든 미군을 철수하겠다'라는 말도 애초에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 였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아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믿는 것이죠. 논리적인 범주를 벗어난 행동들을 맹신하기 시작하는 겁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저런 헛소리도 맹신할만큼 분노와 절망에 빠져있었던 겁니다. 대한민국은 안전할까요? 한국에서도 증세없는 복지라든지, 공공 일자리 창출로 경제 활성화라든지 모순적인 정책들이 많이 나왔죠.

정치인들의 무작정 퍼주기 정책들도 다 이러한 모순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말을 들어봅시다:

밀 값을 올리면서 동시에 빵 값은 내리겠다고 약속했으며, 평화를 약속하면서 전쟁에서 승리를 다짐했고, 각각의 인간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약속했으며, 모든 사람들에게 무엇이든 주겠다고 약속했다[...] 대중의 절망을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다. (피터 드러커, 경제인의 종말 PP. 82-83).

즉 논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기에, 그냥 믿는 것이죠. 정치의 종교화라고 보면 될 거 같습니다.

한국도 안전하지 않다(생각하는 법을 잊은 사회).

최근 미투운동(Metoo Movement)이 활성화 되고,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동시에 남성혐오주의도 한국에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만들고, 남성들의 김치녀프레임을 그대로 미러링 하는 한남프레임 등등. 지금 혐오주의를 또 다른 혐오주의로 맞서는 상황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재밌는 상황들도 많이 나오고 있더군요. 우파 커뮤니티인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와 좌파 커뮤니티인 오유(오늘의 유머)모두 메갈리아를 까는 현상들이 종종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즉, 이제 범-사상주의가 한국에서도 시작이 되는게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이제 여성들도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여성우월주의로, 남성들도 진보, 보수 가리지 않고 남성우월주의로 뭉치기 시작하여 서로가 서로를 일반화하며 혐오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이미 시작됐죠. 그리고 이런 범-사상주의는 성적인 문제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본인들이 평소에 싫어했던 것들에 대해서도 혐오하는 운동으로 확장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반-다문화주의, 반-동성애주의, 반-자본주의, 반-사회주의로 확장이 되겠죠.

스팀잇, 사용자에게 이성을 요구하다.

그래서 저는 스팀잇에 들어왔습니다. 제가 스팀잇을 가치있게 여기는 이유도 블록체인과 스팀잇 창시자가 댄 라리머라는 것을 떠나서, 반-이성주의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스팀잇은 사용자들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고, 공부하게 만들고,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 일종의 인센티브를 제공합니다. 스팀잇은 모두에게 똑똑해지라고 요구한다라는 @polonius 님의 글은 정말로 스팀잇의 본질을 잘 꿰뚫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팀잇은 책을 읽게하고, 생각을 하게합니다. 저는 스팀잇 kr 커뮤니티의 고래분들이 우파 성향이기를, 좌파 성향이기를, 또는 자유지선주의 성향이기를 바라는 것이 아닙니다. 우파에도 좌파에도 자유지선주의에도 이성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kr 커뮤니티가 단지 자신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을 후원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자에게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커뮤니티로 발전했음하는 바람입니다.

만약 그런 커뮤니티가 페이스북 정도로 발전을 하게되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을 하고, 공부를 할 수 있는 자극을 받고,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을 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보팅 어뷰징을 중단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생각을 자극하고, 공부를 자극하는 사람들에게 보팅을 해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도 셀프 보팅을 중단하고, 그 보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눠주겠습니다.

인사이트에 인센티브를(Incentive for Insight)! 이게 제가 생각하는 Kr 커뮤니티, 더 나아가 스팀잇의 슬로건 입니다.

생각을 자극하는 사람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커뮤니티가 활성화 된다면 우리는 반-이성주의를 극복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어제 생각했던 것들을 글로 적으려니 두서가 없는거 같네요. 오히려 제 글이 더 반-이성주의 같은 느낌적인 느낌을 받습니다(ㅋㅋ).

여기까지가 제 생각이었습니다. 만약 이 글이 인사이트였다면 인센티브를 주세요(보팅해주세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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