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비를 정말로 좌절하게 하는 건 고래가 아니다

이번 일의 가장 큰 수확. 내 보팅 도넛을 보는 법을 배웠다. 무척 예쁘다.
http://steemreports.com/outgoing-votes-info/?account=steemreports&days=14
여기에서 닉네임을 입력하면 볼 수 있다.




관련 글에 댓글을 달거나 보팅을 하지는 않았지만 눈팅을 열심히 했다. 그 많은 댓글까지 모두 다.

우연찮게도 나는 그분의 가입 인사글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스팀잇 가입 인증을 기다리는 동안 미리 싸이트 분위기를 알아볼 생각으로 둘러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분의 가입 인사는 반응이 좋았고 내 기준으로는 보상도 상당히 높았다(첫 글에서 썼듯, 나는 스팀잇에서 일주일에 이천오백원을 벌 작정으로 왔다) 나는 막연히 기대했다. 이곳은 첫 인사글을 올린 뉴비도 저렇게 크게 환영해주는 곳이구나, 나도 저만큼은 아니라 해도 어느 정도는 반겨주시겠지, 하고.

모든 뉴비가 똑같은 수준의 환영을 받을 순 없다. 글을 올리는 시간대, 글에 담긴 정성, 직업, 유명인, 외모, 지인, 기타 등등의 이유로 달라진다. 나도 그건 예상하고 있었다. 그래서 kr-join 태그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내 첫 글이 그분처럼 많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해서 실망하지 않았다. 내게는 당분간 쓸 수 있는 kr-newbie 태그가 남아 있으니까. 앞으로 조금씩 쌓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다른 사람들의 가입 인사에는 댓글이 얼마나 달리는지, 보상은 얼마나 받는지. 내가 받은 반응이 보통인지 보통 이하인지 알고 싶었다.

남과 나를 비교하면 지옥문이 열린다. 하지만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열어 보았다. 그런데 결과는 뜻밖이었다. 내가 받은 보상(기억이 확실치는 않지만 그 당시에 1달러대였던 것 같다)이 괜찮은 편이었다. 보상이 0.05, 0.03. 심지어 0.00인 뉴비들도 있었다.

댓글도 보상도 없이 떠내려가는 글들이 안타까워 나도 뉴비인 주제에 보팅을 하고 환영 댓글을 썼다. 내가 보팅을 해봤자 0.01도 오르지 않지만, 어쨌든 환영을 받았다는 느낌이라도 선사하고 싶었다.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앞서 말한 그분 말고도 같은 뉴비인데 유독 큰 환영을 받는 분들이 몇 분 있었다. 그런 분들에게 갈 환영을 조금씩만 나눠서 다른 뉴비들에게 나눠주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왜냐하면 나처럼 지옥문을 연 뉴비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같은 날 가입 인사를 올린 다른 사람들과 본인이 받은 댓글, 보상을 비교하고 실망할 뉴비를 한 명이라도 줄이고 싶어서.

나라도 그런 뉴비분들께 힘이 되어 드리고 싶었지만, 보팅을 아무리 눌러도 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가이드독을 알게 됐다. 가이드독 활동을 통해 포인트를 얻어 그걸로 다른 분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다.

오롯이 내 힘이 아니라 가이드독의 힘을 빌렸을 뿐인데도 도움을 받은 분들은 나에게 굉장히 고마워하셨다. 그분들 중에는 자신 또한 뉴비이면서 다른 뉴비들을 돕고자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hoopy님께서 바로 멋진 그런 분이시다(처음엔 혹시 누를 끼칠까 싶어 후피후피님의 닉네임을 적지 않았다. 남겨주신 댓글을 보니 감히 언급해도 될 것 같아 추가한다) 과장 조금 보태서 눈물이 찔끔 나올 만큼 감동했다.




스팀잇을 처음 한 날엔 고래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 나중에야 스팀 파워를 많이 가진 분을 고래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고래가 부럽다. 고래분들이 받는 엄청난 보상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지고, 조금은 주눅들기도 한다.

하지만 내가 비교대상으로 삼는 건 고래가 아니다. 내가 느끼기에 고래는 아주 까마득히 멀리 있는 존재다. 스팀잇을 시작한 지 4일차 된 뉴비인 내가 이제 기어가고 있는 아기라면 고래는 다 자란 어른이다. 나는 머리를 똑바로 가누고 기어가기에도 벅찬 입장이다.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어른을 부러워하면서 왜 난 저렇게 뛰지 못할까, 하고 부러워하지 않는다.

내가 정말로 비교하게 되는 건 나와 비슷한 시기에 스팀잇을 시작한 뉴비들이다. 분명히 나와 같은 날 태어났는데 불과 4일만에 누구는 기어가고 있고 누구는 벌써 두 다리로 성큼성큼 걷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그들이 가진 뛰어난 필력, 눈부신 통찰력, 빼어난 외모, 스팀잇 지인, 가족, 그밖에 내가 생각해내지 못한 기타 등등의 이유 덕분에...

모든 뉴비가 똑같은 수준의 환영을 받을 순 없다는 사실을 나는 안다고 썼다. 마찬가지로 모든 뉴비가 똑같은 속도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도 안다. 더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 돋보이는 것은 당연하다. 더 좋은 컨텐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컨텐츠가 더 많은 보상과 댓글을 받는 것 또한 당연하다.

그러나 겨우 4일이다.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시간이다. 또는 실력을 이미 보여주었는데도 방대한 글에 묻힌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실력이라는 말을 자꾸 쓰게 되어 덧붙인다. 나는 이 실력이라는 게 꼭 뛰어난 필력 통찰력 기타 등등에만 해당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의 이야기에 잘 공감해주는 것도 실력이다. 다정한 인사, 따뜻한 위로, 진심어린 축하도 쉽게 하기 어렵다.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매일 꾸준히 기록해나가는 것도 보통 끈기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어쨌든 나는 운좋게 초반부터 가진 실력 이상의 보상을 받고 있다. 이런 나 때문에 실망하거나 좌절하는 분이 없었으면 좋겠다.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저만치 앞서나가는 뉴비들을 보면서도 그러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부디 조급해하지 말고 우리 같이 조금씩 쌓아 나가자고 말씀드리고 싶다.




자고 일어나니 글에 대한 반응이 예상 이상으로 좋아 감사하면서도 죄송스러웠다. 그래서 부랴부랴 변명 비슷한 말을 추가한다.

이 글은 특정인을 저격하려는 의도로 쓴 게 아니다. 그저 마침 그분도 4일차셨고 나도 4일차였기에, 그분이 가입인사글로 받는 많은 반응을 보며 부러워했던 기억이 나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분께서 여느 뉴비와 비교할 수 없는 큰 환영을 받으신 만큼 다른 뉴비들을 환영해주시길 감히 바란다.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따뜻히 맞아준 분들에게 그분이 느꼈을 고마움을 다른 뉴비들도 느낄 수 있게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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