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타 지옥 탈출

이번에는 무려 4일 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이렇게 며칠 동안 블로그를 비우면 단타를 치러 갔다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변명부터 한다. 나는 결코 단타를 치지 않았다! 정말이다!

지난 글들을 통해 많은 분들의 우려와 조언을 듣고, 또 단타로 계속 돈을 잃어본 뒤로는 단타를 포기했다. 원래부터도 일명 존버, 오래 가지고 있을 코인은 바이낸스에서 샀고 단타용으로 소액만(이라고 쓰면 바이낸스엔 무슨 엄청난 고액이 있을 것 같은데 이쪽도 소액이다. 극소액) 업비트에서 가지고 놀고 있었다.

가지고 논다는 표현이 다른 분들께는 맞지 않겠지만 나한테는 딱 맞는 말이다. 투자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로 총 투자금 12만원을 엉망진창으로 굴리고 있었으니까ㅜㅜ

사실 내가 단타를 포기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비트코인 은인을 만나 뵈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쓴 글 빛이 있으라에서 밝혔듯, 나는 작년 초 장르소설 작가들이 모여 잡담을 나누던 채팅방에서 이더리움 은인을 만났다. 하지만 그분이 내 깜깜한 인생에 빛이 들게 해주실 고마운 분이라는 걸 미처 알지 못하고 그분의 조언- 이더리움을 사라는 말씀을 무시해버리고 말았다. 그 시절 이더리움 가격이 3만원이었는지 5만원이었는지, 기억이 정확치는 않지만 지금의 몇십배로 쌌던 건 확실하다.

나는 그때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고 있었기에, 앞으로 혹시나 만약에 운이 좋아 나에게 한 번 더 그런 은인이 찾아온다면 반드시 알아보고 조언을 따르겠다고 결심했다(앗! 결심병이 또 튀어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그날이 왔다. 새로운 은인께서 홀연히 나타나셨다. 바로 비트코인 은인이셨다!

비트코인 은인께서는 말씀하셨다. 지금 당장 비트코인을 사라. 괜히 샀다 팔았다 단타치지 말고 연말까지 묻어두어라. 그럼 너는 부자가 된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심오하게, 어째서 비트코인을 사야 하는지 코인의 역사와 미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셨다. 하지만 코인문외한에다가 어려운 말을 보면 눈이 빙글빙글 돌며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탓에 기억나는 거라고는 저 말씀밖에 없다...

아무튼 나는 대단히 감격했다. 비록 무교이긴 하지만, 마치 신의 계시를 받은 느낌이었다. 그래! 정답은 비트코인이야! 당장 비트코인을 사야 해! 나는 업비트에 가지고 있던 이런저런 코인 12만원치를 몽땅 팔아 비트코인을 샀다. 그때가 아마 비트코인이 팔백만원대였던 것 같다. 그러고는 두근두근, 내가 가진 비트코인이 언제쯤 오르나 지켜보았다.

그런데 비트코인은 금방 올라주지 않았다. 조금 오르나 싶다가도 다시 떨어지고, 또 좀 더 많이 오르나 싶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오고. 그렇게 며칠을 기다리다가 구백만원쯤 되었을 때 그만 팔아버리고 말았다. 나중에 또 떨어질 것 같아서였다. 일단 올랐을 때 팔았다가 떨어지면 다시 살 생각이었다. 그때 수익이 만원 넘게 났던 것 같다.

후후 이번엔 진짜 크게 먹었군! 내가 소질이 있나봐! 하면서 만족하고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비트코인이 천만원대가 되었다. 와 정말 그때의 기분이란 뭐라 설명을 하지 못하겠다. 그냥 엄청 후회했다. 팔지 말고 가만히 놔뒀으면 훨씬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었는데! 바보 같이 왜 그새를 못 참고 팔아버렸을까!

나는 14만원이 된 투자금을 쥐고서 비트코인이 다시 떨어지면 사려고 애타게 새로고침을 했다. 하지만 이미 올라가기 시작한 비트코인은 결코 떨어져주지 않았다. 내가 살 틈을 주지 않고 혼자서 새빨간 색으로 막 달려갔다. 그러다 갑자기 영문 모를 파란색이 되어 떨어지길래 바로 이때다 싶어서 허겁지겁 비트코인을 샀다.

싸게 샀다는 만족감도 잠시, 비트코인은 본격적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나는 또다시 안절부절못하면서 불안해졌고, 차트를 한참 노려보다가 수익이 0.5%쯤 났을 때 습관처럼 팔아버리고 말았다ㅜㅜ

물론 다들 짐작하셨을 것처럼 내가 파니 오르는 마법이 펼쳐졌다. 이번에는 정말로 엄청나게 올랐다. 그야말로 투 더 문, 달까지 가버릴 것 같아서 저점이고 뭐고 간에 다시금 부랴부랴 샀다. 당연히 내가 사니 떨어지는 마법이 이어졌다.

그렇지만 이제는 마음이 좀 차분해졌다. 며칠 간 차트를 노려본 끝에 하나의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다. 기다리면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가격이 찾아온다는 거. 그러니까 허둥지둥 팔거나 살 필요가 없이 원하는 가격에 매수 또는 매도를 걸고 기다리면 된다는 거.

그러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이치를 깨달은 건 깨달은 거고 마우스를 쥔 손은 당장이라도 팔거나 사고 싶어서 막 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래서 또 팔았다. 또 샀다. 완전 망했다. 어쩔 수 없이 다시금 모아둔 스팀달러에 손을 댔다. 비트코인 평균 매수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자꾸 스팀달러를 팔았다는 말을 쓰면 좋지 않은 걸 안다. 나 같아도 보상을 받는 족족 외부로 가져가서 팔아버리는 사람에겐 보팅을 안 해줄 것 같다. 하지만 어차피 내 지갑을 보면 다 아는 사실이니까, 또 나는 지금도 쓰는 글에 비해 과분한 보상을 받고 있으니까 솔직하게 쓴다.

아무튼 그런 바보짓을 반복하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다. 비트코인 은인께서 해주신 조언을 이제라도 받아들여서 더는 비트코인을 팔지 않기로 다짐했다. 나는 비트코인의 우상향을 믿는다. 지금은 비록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하더라도, 내가 산 가격이 고점 같더라도 연말에 보면 엄청난 저점일 거라고 확신한다.

사실 불과 작년 말만 해도 난 비트코인을 포함한 그 어떤 코인도 살 마음이 없었다. 코인 산 사람들 전부 깡통 찰 거라고도 생각했는데 스스로의 변화가 정말 놀랍게 느껴진다(쓰고 보니 이것도 지나치게 솔직한 이야기다. 그치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으니까 지우지 않고 두련다)

그래서 지금도 비트코인 가격이 막 떨어지고 있지만 결코 흔들리지 않으려고 비트코인 은인께서 하신 말씀을 마음속으로 곱씹고 또 곱씹고 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은인께서 하신 말씀이 틀렸다면, 연말에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지 않는다면 나는 조용히 은인께서 사신 곳을 수소문해 찾아갈 생각이다. 과연 빈손으로 갈지 연장이라도 가져갈지는 그때 보고 정하면 되겠지(웃자고 쓴 농담이다. 하지만 정말로 농담일까!)

부디 내가 감빵에 가는 일이 없었으면, 코인을 산 우리 모두가 웃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물론 제일 중요한 스팀이 가즈아~ 하는 날 말이다.




그럼 단타도 치지 않았는데 어째서 블로그에 글을 4일이나 쓰지 않았냐, 하면 그건 지난 글이 너무 대박을 쳐버렸기 때문이다. 스팀잇은 가난한 창작자에게 많은 보상을 주는 곳이다가 그렇게 엄청난 반응과 보상을 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사실 평소 쓰는 일기보다는 보상이 많을 거라는 짐작은 했다. 스팀잇에서는 암호화폐 다음으로 스팀잇에 대한 글이 인기가 높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처음으로 큰 반응을 얻었던(홈런을 쳤던) 글 뉴비를 정말로 좌절하게 하는 건 고래가 아니다도 스팀잇 이야기이다. 그래도 이 글은 좀 낫다. 평소 쓰는 것처럼 반말로 일기 쓰듯 썼으니까.

하지만 스팀잇은 가난한 창작자~ 는 상황이 다르다. 그건 평소 쓰지 않는 존댓말과 형식으로 썼다. 그 글에 달린 댓글들- 나를 팔로우할 테니 앞으로도 좋은 글을 부탁한다는 분들을 보고 나는 굉장한 부담감을 느꼈다. 나는 당분간 그런 글을 더 쓸 생각이 없는데다가 평소에 좋은 글을 쓴 적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글만 읽고 장르 소설 작가는 가난하다고 생각하시는 것도 슬펐다. 나만 이렇게 가난한 거지, 요즘 장르 소설 시장이 대부흥기라 많은 작가님들께서 부자가 되셨다. 한때 나와 친분이 있던 작가님들 대다수가 월 이백만원 이상의 인세를 받는 분들이셨다. 월 천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는 작가님들도 다섯 분 넘게 계셨다. 그 모임에서는 내가 제일 못 버는 작가였다.

나는 열등감과 자조감에 사로잡혀 작가님들과 연락을 끊고 말았다. 그래서 요즘은 수입이 어떠신지 모르지만, 과거보다 장르 소설 시장이 더욱 커졌으니 더 많이 버실 것 같다고 막연히 추측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껏 내가 블로그에 쓴 글 중 그나마 좋은 글이라고 할 만한 게 소설 작법서 추천그때 너는 왜 그랬을까 정도다. 전자는 정보 글이고 후자는 나름대로 힘을 준 수필이다. 저 글들과 스팀잇에 대한 글들 빼고 나머지는 개인적인 푸념과 자학이 담긴 일기일 뿐이다.

한동안 고민했다. 앞으로 블로그에 어떤 글을 써야 할지에 대해. 더 정확히는 ‘어떤 글을 써야만 좋은 글을 바라고 나를 팔로우해주신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을지’에 대해서.

언제나 그렇듯 시간을 들여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한다는 핑계로 며칠을 놀았다. 게다가 결론을 제대로 내지도 못했다. 어영부영 시간만 보내다가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평소처럼 일기를 쓰고 있다. 반말로 말이다.

일기를 존댓말로 쓰는 사람도 있을까? 일기장에 어르신의 인격을 부여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일기장에는 그런 인격을 부여하지 않았고, 이 블로그도 일기장이라 생각하고 쓰고 있으니 반말로 쓰는 게 딱인 것 같다.

글이 너무 길어지면 나오는 버릇이 나오고 있어서(쓰다 지쳐서 결말을 대충 아무렇게나 내버리는 버릇) 짧게 마무리한다. 두더지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상체 하체가 따로 노는 괴상망측한 춤을 계속 추기로 마음을 먹었다(큰 힘 참고) 본격적인 춤은 내일부터 추기로 하고 오늘은 이렇게 엉성한, 일기인지 내가 그동안 쓴 글들 소개인지 모를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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