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의 목표

나는 일기 쓰기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블로그 일기장 말고도 종이 일기장을 따로 쓰고 있다. 매일 밤 일기를 쓰려고 일기장을 집어들 때마다 놀란다. 벌써 2018년이라니, 2017년이 너무 빨리 지나가 버렸다. 대체 뭘 하면서 2017년을 보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늘 그렇듯이 글을 쓰면서 살긴 했다. 하지만 그 어떤 결과물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쓰다 만 소설 몇 개가 고작이다. 단 한 작품도 출간하지 못했다.

따로 하는 일도 없이 매일 글만 쓰면서 일년에 단 한 종도 출간하지 못했다니, 내가 생각해도 너무나 한심하다. 안 굶어죽고 살아 있는 게 용할 지경이다. 무슨 엄청난 대작, 일생의 역작을 쓰려고 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보고 싶을 뿐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내 하루 일과는 단순하다. 오전 6시쯤 일어난다. 멍하니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포털 뉴스를 좀 보다가 정신이 들면 아침 먹을 준비를 한다. 혼자 살기 때문에 나 먹을 음식만 만들면 되지만 그래도 요리는 귀찮아서 보통 라면을 끓여 먹는다.

밥을 먹을 때는 항상 TV를 본다. 주로 예능 프로그램을 보는데, 밥 먹는 속도가 느려서 한 편을 꼬박 다 본다. 그런 다음에는 또 포털 뉴스를 보다가(이 글을 쓰면서 방금 깨달았는데 뉴스 읽는 시간이 너무 많다. 좀 줄여야겠다) 오전 9시부터 글 쓸 준비를 한다.

글쓰는 동안 딴 짓을 못하게 인터넷을 막은 넷북을 켠다. 믹스커피를 2개 타서 밥상 앞에 앉는다(참고로 믹스는 당연히 맥심 모카골드다. 이렇게 달고 맛있는 커피가 또 있을까!) 스마트폰에 스피커를 연결해 음악을 튼다. 요샌 걸그룹에 푹 빠졌다(오마이걸 비밀정원 최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글쓰기가 시작된다. 어제 썼던 부분을 읽어보면서 앞으로 뭘 쓸지 고심한다. 그럼 점점 허리가 구부정해지고 거북목이 된다. 넷북 화면이 너무 작고 낮아서다.

거실 책상에 23인치 와이드 모니터, 속도 빠른 데스크탑이 있지만 겨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 거실은 외풍이 심해서 춥다. 그래서 안방의 전기장판을 켜고 그 위에 앉아서 작업을 한다. 고양이들도 안방을 훨씬 좋아한다. 내가 거실에 나가 있으면 시끄럽게 울고 내 다리를 긁으면서 못살게 군다. 빨리 따뜻한 안방으로 가자고 보채대는 통에 집중을 할 수가 없다.

고양이 두 마리는 따뜻한 내 옆에서 엎어져 자고 집안은 조용하고 평화롭다. 나는 마우스를 의미없이 흔들어대면서 뭘 쓸지 계속 고민한다. 그러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하지만 금세 멈춘다. 방금 쓴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럼 또 마우스를 흔들면서 고민하다가 싹 지우고 새로 쓴다. 하지만 새로 쓴 문장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마우스를 흔들며 고민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3시간 내내 써도 글자수 천 자를 못 채운다. 하루에 5천자를 쓰는 게 목표인데 달성하는 날이 거의 없다. 슬프다.

집중력이 바닥난 채로 2시쯤 점심이자 오늘의 마지막 식사를 한다. 아침에 라면을 먹었으니 이번엔 밥을 먹어야 해서 대충 요리를 한다. 된장찌개를 끓일 때도 있고 김치볶음밥을 만들거나 햄을 굽기도 한다. 어쨌든 반찬수는 김치를 포함해서 3개를 넘지 않는다. 역시 귀찮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고 나면 급격히 졸려서 글이 더더욱 안 써진다. 병든 닭처럼 꾸벅꾸벅대다가 그래도 억지로 어떻게든 집중하려고 애를 쓴다. 소용없는 짓이다. 어영부영 또 썼던 거나 고치다 보면 오후 7시고 글쓰기에서 해방된다.

이제는 자유시간이다. 좋아하는 책을 즐겁게 행복하게 읽는다. 요샌 황금가지에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 자서전을 세 번째 읽고 있다. 분량이 엄청남에도 불구하고 하나도 지루하지 않다. 읽고 또 읽어도 정말 재미있다. 나중에 두 번 더 완독해서 다섯 번을 채울 거다.

종이책보다는 이북으로 보는 게 편해서 이불 덮고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본다. 그러다가 졸리면 바로 잠드는데 10시를 간신히 넘긴다. 다음날 또 오전 6시에 일어난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글쓰는 시간이 적지 않아서(약 7시간) 더더욱 스스로가 한심하다. 7시간 동안 5천자를 못 쓰다니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예전엔 정말 쉽고 빠르게 썼다. 고민없이 20만자 책 한 권을 한 달만에 썼다. 아무래도 출간한 소설이 자꾸 망하니까 이렇게 변한 것 같다.

처음엔 망하든 말든 출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다. 대부분 비슷한 시작을 했을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엔 그냥 소설 한번 써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 그러다가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서 소설싸이트에 연재를 해봤던 거라 출간 제안이 올 줄 몰랐다. 정말 신기하고 행복한 경험이었다. 원고를 수정해서 출판사에 보내고 다시 받아 또 수정하고 또또 수정하는 그 모든 과정이 진심으로 즐거웠다.

하지만 나중에는 마냥 즐기지 못하게 됐다. 다른 작가들에 비해 내 벌이가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알게 된 게 독이었다. 우연히 알게 된 작가님들과 대화하다가 내 인세 수익이 어지간히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주 심각하게 적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남과 나를 비교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다행히 이제는 남과 나를 비교하지 않는다. 판매지수가 얼마인지 별점은 몇 점인지 서점 싸이트를 들락대던 버릇도 완전히 고쳤다. 그러나 이왕 책을 내는 거, 좀 더 팔리면 좋지 않을까 하는 욕심만큼은 버리기가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또 망하고 싶지 않아서 자꾸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근데 이렇게 고민한다 해서 차기작이 안 망할 것 같진 않은데. 그럴바엔 그냥 하던 대로 막 써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어렵다. 모르겠다. 확실한 건 글쓰는 즐거움이 크게 줄었다는 거고 다른 무엇보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멋진 남자주인공을 상상하면서 나 스스로도 두근두근 연애하듯 설레는 마음으로 써야 하는데 그게 안 되니까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래도 아직은 그만두고 싶지 않다. 더 써보고 싶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이 남았고 나는 여전히 글쓰기를, 이 장르를, 독자님들을 사랑한다. 그러니까 올해 2018년에는 반드시 신작을 써서 출간하겠다고 결심했다. 결코 작년처럼 시간 낭비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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