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선택에 대한 금융공학적인 농담들

공무원에 몰린다

가끔 금융 꼰대 친구들과 자식들은 뭘 시키지 얘기를 하다 보면,
공무원이나 선생님 같은 안정적인 직장도 하나의 주제가 된다.
어떤 사람들은 지금 젊은이들이 패기가 없다,
야성적인 기업가 맹수 정신이 없다 이런 얘기를 하지만,
이들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것은 금융공학적인 농담을 가미해도 상당히 합리적이다.
직업의 정년 안정성은 연봉을 보는 시각을 다르게 한다.
중소기업을 기피하는 게 단지 패기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연봉이 적어서 중소기업을 안 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텐데,
그렇게 따지면 공무원 초봉도 높진 않다.
금융공학적인 관점으로 보면,
중소기업 연봉은 훨씬 높아야 한다.
왜냐하면,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월급을 채권 쿠폰으로 본다면,
실직 즉 쿠폰을 안 줄 수 있는 권리가 상대적으로 높다.
구조화 채권에서 이를 콜러블이라고 하는데,
콜러블이 붙은 채권 금리는 더 높다.
왜냐하면 콜을 행사할 권리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금융공학적인 농담으로 다시 정리하면,
불안한 회사에 입사한다는 뜻은,
내 노동력 외에 나를 언제든지 자를 수 있는 권리(금융상품 관점)를 파는 것과 다름없는데,
그 권리에 대한 대가를 전혀 못 받는 꼴이다.
만약,
회사에 잘리거나,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0에 가까우면,
이 권리는 당연히 가치가 없다.
왜냐하면 권리를 행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헐크한데,
상처를 하루 만에 완치 시킬 수 있는 특급 후시딘을 얼마에 팔 것인가?
헐크 입장에서는 완전 무가치한 쓰레기이기 때문에 기념품 역할 밖에 안될 것이다.

어쨌든 선택


지금 세대의 선택은 사뭇 합리적이다.
위 세대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수 있다.
아니 그들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오늘 보다 언제나 좋은 내일이 있는 시대에 '안정성'이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빨리 자라냐, 더 빨리 자라냐가 문제지.
소멸한다는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이러면 연봉을 생각하는 기준이 다르다.
노력 세대는 연봉을 순수 면적 개념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지금도 안정적인 직장에서는 그렇다.
개인적으로 신기하게 느꼈던 부분 중 하나이기도 한데,
본인이 평생 받을 총 연봉에 대해서 거의 정확히 알고 있더라.
정년이 거의 100% 보장되는데다가,
능력이 좋던 나쁘던 호봉에 따른 임금 상승분 모두 예측 가능한 범위 안에 있어서다.

더 이상 면적이 아니게 되다


만약,
고용이 불안한 시대에 살면 연봉을 면적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선,
내가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시대 아닌가.
그런 상황에서는 연봉은 선 개념 정도 밖에 안될 것이다.
시간 축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게 된다.
합리적이냐고?
무척 경제적이다.
왜냐하면 가장 주판알 잘 튕기는 트레이딩 바닥에서,
콜옵션 붙은 채권을 평가할 때도 언제나 가장 보수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콜옵션 붙은 채권이 더 비싸고 말이다.
이 콜 가치는 옵션프리미엄인데,
보통 금융 상품이라면 이 가치에 얹어서 준다.
같은 퍼포먼스이면 연봉을 더 얹어줘야 한다.
글쎄 경영적인 관점과는 다르지만,
금융공학적인 농담 관점에서 보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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