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썰-0008] 나의 꿈은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어제는 대학 동아리 동기 녀석과 후배 두명, 이렇게 넷이 홍대에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동기 녀석과 후배 하나는 6년전 모임에서 한번 만났었고, 후배 한 녀석은 졸업하고 처음 보는 거였지요.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동기인 녀석이 가끔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오는데... 매번 이래저래 약속을 못잡다가 정말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답니다.
길게는 17년만에 만나는 학창 시절 친구와 후배들...
오랜만인데도 예전 모습 그대로(내면의 모습만... ㅎㅎ) 잘들 지내고 있는 것 같더군요.
자연스레 이야기의 주제는 학창 시절의 추억들로 넘어가고... 남자 넷이서 술도 안마시고(한명은 못마시고, 저는 감기, 한명은 통풍, 한명은 내일 해외 여행... ㅎㅎ) 카페에서 커피 마시며 수다를 떨다가 왔지요. 아재들도 술 안마시고 수다를 떨 수 있다는걸 어제 확인하고 왔답니다.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저는 아직 과거의 추억에서 벗어나질 못하네요.

제 20대때의 꿈꾸던 직업은 영화 감독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때인가, 친구들과 여름 방학에 영등포 연흥 극장에서 인디아나 존스2(Indiana Jones And The Temple Of Doom)를 보고 온 계기로 영화 감독이 되길 꿈꿨던 것 같아요.


가장 먼저 현실적인 문제에 맞닿은 건은 대학 입시때였지요. 당연히 연극 영화과를 가야했겠지만, 부모님의 뜻을 저버리지 못하고 어문학(중국어)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본인의 의지가 많이 결여된 전공 선택이다보니 당연히 과 공부는 소흘히하게 되고 오히려 동아리 활동에 더 열심일 수 밖에 없었지요.
워크샵 작품 만들고 영화제 준비한다고 방학 내내 학교에 출근하고, 선배형들이 당시 MBC 창착 영상 콘테스트에 작품을 출품한다고 해서 열심히 쫓아다니고... 결국은 2학년 1학기에 학사 경고를 맞고 자의반 타의반 입대를 하게 되었습니다.

제대하고 얼마후 이 친구녀석이 저에게 연락을 하더군요. 졸업 전에 후배들이랑 기억에 남을만한 영화를 한편 찍고 싶은데 도와달라고요... ㅎㅎ 얼결에 저는 영화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었고... 이렇게 다시 동아리 활동이 시작되는 듯 했습니다. (당시 찍었던 단편과 1학년 워크샵때 찍은 단편 모두 주인공으로 출연했는데... 어제 들은 바로는 아직도 동아리방에선 신입생들이 오면 이 단편을 틀어준답니다. ㅎㅎㅎ)

그런데...
군 제대를 하고 복학해보니 제 생각이 많이 변해있더군요. 영화 감독해서 밥이나 벌어먹고 살겠냐는 현실적인 문제에서부터 당장 메꿔야 할 학점까지(4학년 1학기까지 21학점 Full로 때웠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자연스레 동아리 활동은 시들해지고...
다행히 무사 졸업을 하고, 직장을 얻고,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 하시던 일을 물려받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이렇게 시간이 흘러 현재 저는 배불뚝이 40대 중반의 가장이 되있습니다.

현재의 나의 삶을 후회하지는 않습니다.
너무나 소중한 가족 그리고 직장... 모두가 감사하고 귀한 제 삶의 일부이지요. 아마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더라도 지금의 선택을 번복하지는 않을것 같아요.
그냥... 어제같은 만남이 있다보면 한번씩 옛추억에 빠져 일정 시간의 추억앓이를 하게 되는 것 같아요.

한때 영화감독을 꿈 꿨는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는거지?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 봐? 라는 생각부터... ㅎㅎ
가을은 남자의 계절, 고독의 계절, 사색의 계절... 여기에 과거 추억앓이까지 겹치다 보니 당분간은 상당히 센치해져 있을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추억앓이 중인 중년의 넋두리였습니다.

Written by noah on 13th of S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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