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박물관#3 [부제:고인돌]

경기도 박물관 방문기 3편입니다.
경기도지정 1천년 기념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차장에서 박물관으로 올라가는 길은 제법 가파른 경사를 이루고 있습니다.
건물로 들어가기 전에 주변을 먼저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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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치 못했던 곳에 고인돌이 놓여 있습니다.
파주다율리와 안산의 선부동에서 발견된 것을 이곳으로 옮겨온 것이라고 합니다.
누군가의 무덤이었을텐데 시간이 지나면 이렇게 기념비처럼 옮겨 다니게 되는 모양입니다.
차라리 모형으로 만들었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고인돌'에 대해서 처음 들었던 40년 전쯤엔
고인돌이 청동기시대 지배자의 권력을 나타내는 상징물이라고 배웠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그후 동일지역에서 수십개씩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그 의미가 좀 바뀐거 같습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죽음은 삶과 분리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때문에 살아서 같이 생활하던 시간을 기억하고 의미를 부여했을 것이고
무덤은 죽은자에 대한 산자의 마음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표상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기중기가 없던 시절에 이렇게 큰 돌을 얹어서 무덤을 만드는 것은 개인이 할 수 없습니다.
마을단위 혹은 더 큰 단위의 집단의 구성원들이 힘을 합쳐야 가능한 일이지요.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사람들의 정신세계를 엿볼 수 있는 증거 입니다.
인구가 증가하고 얼굴을 마주 할 일도 없는 사람과 같은 체제의 일원이 되는
국가시스템이 만들어 지고 난 후에도 마을단위의 공동체 생활은 계속되었지만
자본주의가 발전 하면서는 그나마도 붕괴되고 있는 현실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공동체적 의식이아닌 파편화된 의식에서 고인돌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저 유적에 불과한 것이겠지요.
우리가 뿌리로부터 그만큼 멀어졌다는 이야기도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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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 근처엔 '선돌[=서 있는돌] '이 있습니다.
믿을것이라곤 자연의 힘외에는 없었던 시절에 사람들은 큰것에 의지하고 싶었을것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자연석이나 약간 다듬은 큰 돌을 마을 어귀에 세워놓고
그것에 의지하며 살아갔으리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큰 교회나 사찰에 의지하며 살아가는 우리와 비슷하지요.
작은 건물보다 큰 건물에 더 믿음이 가는 것은 수천년전의 사람과 별반 다를바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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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는 이렇게 성황당을 연출하고 장승을 세워뒀습니다.
장승과 성황당역시 병이나 외부의 침입등 사람이 극복하기 어려운 재앙으로 부터
마을을 지키고 싶은 일념에서 세워놓은 상징물이지요.
어려서 마을에 이런 것들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동네를 뛰어다니며 놀기 놓아했지만 성황당은 왠지 무서웠습니다.
오래된 나무에 뭔가 이상해 보이는 천조각이 걸려 있었으니
겁이 많은 소년으로서는 가까이 가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이렇게 가까이 가서 조각된 얼굴을 살펴보고 평가하는 건조한 사람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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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외관입니다.
모던한 스타일로 설계된 건축물이네요.
무료라는 점에서 부담없이 다가설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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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박물관은 옆에 있습니다.
방학이라 그런지 어린이 박물관에서 나오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박물관은 마치 휴관이라도 한듯 인적이 드물었습니다.
역시 박물관은 재미 없는 장소인 모양입니다.
보고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준비되어 있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 그런 유물들이야 별 의미가 없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적극 추천합니다.
오래전 쥬얼리상품기획팀을 맡고 있을때에도
디자이너들을 데리고 고궁으로 가서 자유시간을 주고 나중에 토론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고
박물관등에서 영감을 얻으라고 권하곤 했으니까요.
몇개 남지 않은 조각에서 과거사람의 감정을 읽어내는 자신만의 영감을 가질 수 없다면
지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디자인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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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을 따라서 박물관 견학을 마친 유치원생들이 걸어가고 있습니다.
친구들끼리 야외 나들이를 한 셈이니 시끌시끌 즐겁게 웃으며 걸어갑니다.
저들은 무엇을 느끼고 왔을까요?
각자 편한대로 보고 즐기는 시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선생님이 학생들의 발걸음을 재촉하지만 말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아이들에게도 눈과 귀는 열려 있으니까 말이죠.

이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가서 석기시대부터 인간의 흔적을 추적해야 합니다.
다음 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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