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이 ‘어떻하죠?’라고 해서 정이 떨어졌어

나: 그 사람이 ‘어떻하죠?’라고 해서 정이 떨어졌어.
친구: 나는 예전에 소개팅남이 자꾸 ‘~했긔’라고 해서 그만뒀어.

나는 외국어에도 관심이 많은 만큼 우리나라 말과 글을 자랑스러워하는 편이다. 공식적인 글을 쓸 때는 최대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신경 쓴다.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때도 바른 말을 알려 주려고 노력하고, 혹시라도 은어 등을 설명해 주게 될 때는 그러한 말들이 생겨난 배경을 알려주어 사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해 준다.

컴퓨터로 글을 쓰는 일이 많아지고, 스마트폰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일이 많아져서인지 쉬운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문법도 헷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꾸 짧은 글만 쓰다 보니 더욱 비문을 쓰게 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원고지에 글짓기를 할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스팀잇에 글을 쓸 때도 문단을 나눌 부분이 아닌 곳에서 가독성을 위해 문단을 나눌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발음하는 대로, 혹은 요즘 표현으로 조금 재미있고 가볍게 쓰고 싶을 때도 모두가 보는 글에서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멈칫한다.

물론 언어는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받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다. 신조어들이 무조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요즘 단어를 마구잡이로 줄여 말하는 현상이 꼭 나쁜 것이라 할 수도 없겠지만, 그것이 우리말의 본질을 해칠까 봐 걱정된다.

나조차도 헷갈리는 것들이 많고, 문장은 번역체, 구어체 투성이에 잘못된 습관들이 많다. 영어 문장과 한국어 문장에서 쉼표 쓰는 원칙도 달랐던 것 같은데 이제는 기억이 뒤엉켜 무엇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을 때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거나 발음하는 대로 쓰기도 한다. 학교 다닐 땐 분명히 구개음화가 ‘ㄷ, ㅌ + ㅡ, ㅣ → ㅈ, ㅊ’이라고 배웠던 것 같은데, 얼마 전 찾아보니 'ㅣ'를 만났을 때만 해당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에 대해 인식을 하고, 최대한 바른 말, 고운 말을 쓰려고 노력하는 것과 이에 대한 아무런 생각 없이 틀린 것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인 것 같다. 솔직히 요즘은 인터넷 기사의 댓글들을 보는 것이 무섭다. 맞춤법이 틀린 것이나 이상하게 생겨난 단어들을 자꾸 접하다 보니 나의 무의식 속에 그 단어가 자리 잡고 내가 그렇게 쓸까 봐 두렵다. 그래서 내가 흠이 없는 문장을 쓸 수는 없더라도 개운치 않은 부분은 찾아보고, 여의치 않다면 적어도 맞춤법 교정 프로그램이라도 돌려 보려고 노력한다. 

스팀잇은 글을 쓰는 곳이라 이런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도 많으리라 생각된다. 그래서 예전에 읽었던 기사 중 인상 깊어 저장해 둔 것을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구순의 국어학자 이수열 선생님에 관한 기사이다. 

[25년째 빨간펜 들고 '쫙쫙'…매일 '언어 수술'하는 구순의 국어학자](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22&aid=0003239872)

선생님은 매일 새벽 신문을 펼쳐 각종 칼럼을 꼼꼼히 읽고 문법에 맞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잡아내어 필자에게 편지를 보낸다. ‘말과 글이 곧 정신’이라고 생각하는 완고한 원칙주의자이다 보니 당사자가 기분 나빠하는 일도 있지만, 앞으로 글의 교열을 부탁한다며 감사 인사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선생님의 엄격한 원칙주의가 현대 사회에서는 지키기 어려운 일일 것이다. 이에 대해 기사 내용 중 내 생각과 너무나도 일치해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문학평론가 황현산 고려대 명예교수의 말이다. 혹시라도 기사 원문을 읽을 시간이 없는 스티미언들을 위해 발췌해 적어본다. 

“말에 관한 한 나는 현실주의자이지만, 선생의 순결주의 같은 든든한 의지처가 있어야 현실주의도 용을 쓴다. 선생의 깊은 지식과 열정은 우리말의 소금이다. 이 소금이 너무 짠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고쳐 생각한다. 소금이 짜지 않으면 그것을 어찌 소금이라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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