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君の膵臟をたべた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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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네이버 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보고싶다."
"뭐냐, 공포영화냐?"

개봉 당시 제목이 뭐 그러냐는 친구들의 비웃음을 샀었다.

사실 범죄도시를 보려고 틀었다가 너무 잔인해서 도저히 더 볼 수가 없길래 끄고선
기분 나쁜 채 잠들지 않으려고 선택한 영화다.

일본 멜로 영화의 감성을 좋아하는지라 아무런 정보 없이 믿고 봤는데
웬걸, 너무 마음에 드는 영화 발견.

첫 장면부터 오구리 슌이 나와 놀라고
남자 주인공의 속눈썹이 너무 길어 감탄.
(아니나 다를까, 찾아보니 속눈썹에 샤프심 올리기가 특기란다.)

나름의 반전이 있는 전개라 이 글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다. (이미 다들 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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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ancreas-movie.kr

반에서 있는 듯 없는 듯 혼자서 조용히 지내는 남자 주인공(나, 시바 하루키)이 병원에서 우연히 반에서 인기있고 친구도 많은 여자 주인공(야마우치 사쿠라)의 일기장을 보게 되고 췌장암에 걸렸음을 알게 된다. 여자 주인공은 큰 병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었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자신을 대하는 남자 주인공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남자 주인공을 따라 도서위원에 지원하며 친해진다. (다소 여자 주인공 마음대로 막무가내.)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옛날 사람들은 아픈 곳이 있으면 동물들의 그 부위를 먹었고, 어떤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일부를 먹으면 그 영혼이 영원히 함께 한다며 여자 주인공은 남자 주인공에게 자신의 췌장을 먹게 해주겠다고 말한다. 사실 영화 처음에만 해도 이 말이 그냥 우스갯소리처럼 느껴진다. 그렇지만 영화를 다 보고나면 세상의 그 어떤 미사여구보다 더 절절하게 상대를 아끼는 마음을 표현하는 말이 된다.

남은 시간을 슬퍼하며 보내지 않기 위해 아무에게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 않고 씩씩하고 밝게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이었지만 사실은 죽음을 두려워 하고 있었다. 당연하겠지.

"너에게 있어 산다는 건 어떤거야?"
"누군가와 마음을 나누는 일...일까?
누군가를 인정하고, 좋아하게 되고, 싫어하게 되고,
누군가와 함께 있고 손을 잡고, 서로 껴안고, 스쳐 엇갈리고,
그게 산다는 거야.
혼자 있으면 살아있다는 걸 느낄 수 없어. 그런거야.
좋아하면서도 밉고
즐거우면서 우울하고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과 남과의 관계들이
내가 살아있단 걸 증명해 주는 것 같아."

병세가 악화되어 다시 입원하게 된 여자 주인공이 잠깐의 퇴원 허락을 얻은 날, 둘은 6월에도 벚꽃이 만개한다는 홋카이도로 여행을 가기로 약속하지만 여자 주인공은 약속 장소로 나오는 도중 묻지마 살인의 희생양이 된다.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잖아."
"열심히 찾아서 발견하면 기쁘잖아. 보물찾기처럼."

여자 주인공이 '가르치는 데 소질이 있다. 선생님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던 한마디에 선생님이 되어 살아가고 있는 남자 주인공은 여자 주인공과 함께 정리했던 도서관이 철거되게 되자 그 정리를 맡게 되고, 뒤늦게 여자 주인공이 숨겨놓은 편지를 발견한다. 보물찾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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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pancreas-movie.kr

하지만 난 그런 하루키를 멋지다고 생각했어,
누구와도 엮이지 않고 오로지 홀로 살아가는.
나는 약하기 때문에 친구나 가족을 내 슬픔에 끌어들이지.
하지만 하루키는 언제든 항상 너 그 자체였어.
하루키는 정말로 대단해.
그러니까 그 용기를 모두에게 나눠주렴.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서 손을 잡고 서로 꼭 껴안고
때로는 성가시고 속상한 일이 생겨도
많은 이들과 마음을 나누며 지내.
내 몫까지
살아줘.

영화에서는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키스 한 번 나오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 편이 훨씬 더 진한 여운을 준다.
그 편이 훨씬 더, 순수했던 둘의 짧은 추억이 남자 주인공의 삶에 얼마나 깊게 자리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영화가 끝나고 나면 가슴이 먹먹해 진다. 하루키는 사쿠라와의 추억으로 살아왔고, 이제 그 편지로 남은 삶을 살아갈 힘을 얻겠지.

너는 정말 대단해. 나는 네가 되고 싶어.

그 어떤 말보다 진한 말.

私はやっぱり君の膵臟がたべた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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