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인지... 어디인지 모를 경계 어디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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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NS를 잘 하지 않았다. 블로그도 없다. 내가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던 건 일 때문에 테스트용으로 만들었던 것이었고, 지금은 로그인도 하지 않아서 비밀번호도 잊어버린 지 아주 오래다. 페이스북도 일 때문에 테스트로 시작했다가 조금 사용했고, 이제 더 이상 단 한 문장도 올리지 않은 채 가끔 들어가 카카오톡에 없는 친구들의 글에 간단한 댓글을 남기는 것이 전부다. 물론 페이스북 친구도 별로 많지 않다.
그런 페이스북에 오랫동안 들어가지 않았다가 어느 날 페이스북에서 읽은 글이 너무 가슴이 아파서 댓글을 남겼는데 그분 반응이 내가 너무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서 조마조마했다는 것이었다. 나와 일면식도 없고, 순전히 온라인으로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된 분이었는데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에게 드는 생각은 이제는 몇 년인지 셀 수도 없는 시간 동안 늘 같은 곳에서 소통했던 친구들이 여전히 그곳에 변함없이 있으며 오랫동안 부재인 나를 걱정해 준다는 것이었다. (활발한 소통을 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그런 것인지 가끔 들어가도 마음이 상당히 편하다는 것을 느끼며 짧은 댓글이나 '좋아요'를 누름으로써 나의 생존을 알리고 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반가움으로 맞이해 주는 친구들이 그저 고맙고 감사할 뿐이다. 몇 년 전에는 그래도 가끔은 들어가던 페이스북을 갑자기 하지 않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이제는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무엇이 두려웠던 것인지... 무엇이 나를 그곳에 단 한 줄의 문장도 올리지 못하게 했는지... 무엇이 나를 그곳에 로그인조차 안 하게 했는지...

아마도 스팀잇에서의 나의 방황은 그저 '나의 소중한 무엇을 나누어야 할까?' 하는 물음에서 오는 방황은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나의 부분을 이곳에 놓으면서 두려웠던 것은 "판단" 이었을까? 그리고 그 판단이 만들어 내는 "선입견" 글쎄... 이것도 정확한 대답은 아닌 거 같은데... 적당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도 나의 포스팅에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데도 나는 왜...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 걸까? 이곳에 단 한 줄의 무언가를 쓰는데도 들어가는 수많은 고민과 시간들...그것은 아마도 나의 가장 소중한 심장의 파편들을 이곳에 놓았고, 또 더 많이 놓으려 하고 있고, 그리고 그것들은 모두 나의 민낯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렇다고 딱히 다른 소중한 것을 나눌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며 갈등은 지속된다. 그리고 언제까지 도망갈 곳도 없는 나의 민낯의 글이라 하기에는 부끄러운 글을 계속 올릴 용기는 더더욱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뭔지 모를 민낯의 것들을 또 이렇게 꾸역꾸역 쓰고 있다.

내가 스팀잇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 보았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문제는 "나"에게 있었다. 너무 현실적이지 못하게 조금 감성적이고, 조금 공감을 잘하는 예민함, 그리고 조금 깊은 감정에 있다. 어릴 때부터 이런 것 때문에 너무 힘들었고, 그런 나는 스스로 내 감성과 감정을 죽이려고 무단히도 애썼다. 정말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가요를 잘 듣지 않았던 이유도 이런 감정 때문이다. 가슴을 후벼 파내는 가사가 그대로 심장에 박혀서 나를 미치게 아프게 했기 때문에... 소설을 멀리했던 이유도 같은 이유에서다. 눈물 콧물을 다 빼 내고도 그 잔재가 너무 오래 가슴에 남아 문득문득 떠올려지면 주책같이 그냥 눈물이 흘렀다. 시도 마찬가지였다. 서점에서 시집을 읽다가 눈물을 뚝뚝 흘리기가 다반사였다. 누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것도 아니고, 사춘기 소녀도 아닌 다 큰 사람이 이런다는 건 나에게는 정말 창피하기도 하였으며, 나 자신에게는 감정적으로 너무 힘든 일이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았다. 같은 상황에서 남들은 별로 안 즐거워하는데 나만 즐거워하는... (결국 잘 울고, 잘 웃고...)

이런 감정들은 미국에 오고, 나이를 한살 한살 들어가면서 그래도 많이 가라앉았다.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깊이가 아무래도 내 감정을 많이 중화시킨 것이었을까? 어쩌면 너무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가야 하기에 내가 스스로 죽이고, 죽이고 또 죽이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차라리 완벽히 사라질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어설프게 죽어 버린 사차원적인(?)감정과 생각들은 때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채 나를 괴롭히기도 했다.)

뼛속까지 한국인인 나는 한국인들과 섞이면 이성과 감성의 경계가 더 쉽게 무너진다. 그 경계가 무너진 상태에서는 어떠한 사건이나 사고를 받아들이는 것은 나의 예상보다 더 크게 다가온다.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럽고 죄송하지만, 그동안 스팀잇에 있었던 많은 사건들에 대해 자세한 내막도 모르는 나는 그저 방관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처음 접해보는 사건들에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음이 너무 아파서 상당히 힘이 들었다. (기가 찰 노릇이다. 당사자들도 있는데 내까지게 뭐라고...) 그리고 그럴 때마다 '정말 이곳을 떠나리라 마음먹었다. '스팀잇에 들어오는 것이 마음이 아파서 겁이 났고, 그러면서도 들어와 글을 읽는 나를 보며 어떻게 하면 여길 떠날 수 있을까 궁리했다. '이 글을 다 읽으면 다시는 들어오지 말자.' '이것만 읽자...이것만 읽고...' 읽고 싶은 글들이 계속 올라왔고, 쓰고 싶은 댓글이 계속 늘어났다. 그러다가 다시 어떤 이유에서든 상처 받는 사람들이 보이며 시끄러울 때는 정말이지 내 심장이 조여 오는 통증을 느꼈다. 마치 이곳에 놓은 내 심장의 파편 조각들이 나를 찌르듯이... (정말 미친 감정이 아닐 수 없다)
'이제는 정말 이곳을 떠나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래야 할까? 떠나기에는 너무 정이 들었는데 어떻게 떠난다는 걸까?' 이런 생각들로 머리를 채우면서도 여전히 올라오는 많은 글을 읽고 댓글을 쓰는 나를 본다.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저 막연히 이곳이 사람이 있는 따뜻한 온라인 커뮤니티 같은 곳이 되기를 바랐던 걸까? 사람이 있는 이 속에서 어떤 이유로든 아픈 사람들이 위로를 받고, 진심으로 서로를 챙기며 소통하고, 힘들 때 서로 힘이 되어주고, 서로서로 잘 되게 격려해 주고, 그렇게 또 용기를 얻고, 이해로 사랑으로 서로의 행복을 나누는 곳.

하루에도 수십번씩 들락날락했던 마음이 아직도 이곳에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미 너무 많이 놓인 내 심장의 파편들이 마치 나를 자꾸 이곳으로 끌어당기기라도 하듯이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소통하며 이렇게 민낯의 포스팅을 올리고 있다.

꾸준히 다양한 글을 올리며 진심으로 소통하시는 분들... 커뮤니티 발전을 위해 개인 시간을 쪼개어 가며 애쓰시는 분들... 보이게 보이지 않게 노력하시는 많은 분들...
그런 많은 분들을 보면서 '이곳에 머물기 위해 스팀잇이 나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가 아닌 '많은 분들과 함께하는 우리 모두의 서식지가 된 이곳을 더 아름답게, 더 행복하게 함께하기 위해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여전히 내가 무엇을 포스팅해야 할지 몰라 헤매면서, 마치 절대 보낼 수 없는, 보내서는 안 되는 새벽에 쓴 민낯의 연애편지를 보내려는 것처럼 "Post" 버튼을 누르는 것은 여전히 겁이 잔뜩 난다.


잠 안 자고 썼더니 머리가 띵~~~~ 하고 눈이 빙글빙글하네요 @@ 제목도 이상하고...ㅜㅜ
저는 당분간 자주 못 들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백수가 되었으니 엄마 보러 가야지요. :D 그래 봐야 너무 짧은 기간이긴 하지만요 ㅠㅠ 저는 이게 무슨 불효인지 모르겠습니다. ㅠㅠ

당분간 댓글과 보팅으로 계속 인사드리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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