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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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하는 일이 사회성 빵점인 내가 하기에는 스스로에게도 너무 벅찬 것이 맞았는지도 모르겠다. 하는 일을 바꿔 볼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때 몸이 아픈 나를 더 미치게 했던 것은 내가 더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거였다.
늘 하고 싶은 것들이 명확하고, 열정이 넘치던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은 하루하루 나를 미치게 했고, 그런 나의 모습이 적응되지 않아서 무척이나 괴로웠다.
잘하는 것과 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적어 보려고 했으나 며칠의 시간이 흘러도 그저 하얀 종이로 남는 것을 보고 더 슬펐던 기억이 선명하다.

이 핑계 저 핑계를 만들며 떠났던 길은, 돌아올 길을 너무 신경 쓴 나머지 여정을 너무 일찍 끝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까미노를 그만두고 6개월이 훨씬 지나서였다. 몸은 여행을 끝냈으나 마음은 여정을 끝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들보다 휴유증이 길었던 내가 방황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시간을 끝내기도 전에 다시 같은 분야로 취업하고 일을 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 떠났을 때는 같은 분야로 돌아올 생각을 하지 말고 끝까지 내 여정을 가졌어야 했다고... 그랬으면 또 달랐을 거라는 거. 하지만 사실 할 줄 아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없었던 나는 다시 이 일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으리라.

양파를 사러 마켓에 가면서 갑자기 산티아고 생각이 났다. 도시락을 싸기 위해 동네 슈퍼에서 바게트, 양파, 아보카도 그리고 햄을 사던 그때. 나와 같이 장을 보았던 순례자들. 그리고 한국인 언니와의 대화... 그렇게 같이 걸었던 순례자 생각은 마켓에 발을 들여 놓기 전까지였던 거 같다.

그리고 다음날 몇 년 만에 아니 정확히 3년 만에 그 전날 내가 한참을 생각했던 언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너무 놀라서 잠깐 멍했었다. 문득 생각이 나서 말을 건네었다는 언니는 어디선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한 번은 천사가 나타난다고... 그리고 그게 언니에게는 나였다고 ㅠㅠ
그 한 줄에 산티아고의 그리움이 파도처럼 나를 덮쳤다. 언니와는 너무 짧았던 길이었는데...

언니와의 대화를 끝내고 드는 생각은 인생의 축약이라고 할 수 있는 그 길에서 한 번은 천사가 나타난다는 것은 결국 살아가는 이 평범한 인생에서도 천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내 인생의 천사는 누구였을까? 한 번 만은 아닌 거 같다고 느끼는 건 내가 너무 복이 많은 걸까? 예를 들면 이곳에서 교통사고가 났을 때 정신을 잃고 쓰러진 나를 번쩍 안고 도로에서 데리고 나와주신 아저씨. 나쁜 에너지를 보내야 한다면서, 기도인지 중얼거림과 함께 사고 난 곳에 이상한 손동작을 하셨던 아줌마, 마켓으로 달려가 엄청난 양의 얼음을 가져오신 또 다른 아줌마 또 119를 불러주고 경찰이 왔을 때 내가 알지 못하는 운전자의 차종을 말해준 아저씨 등) 어쩌면 나는 그들 덕분에 그때 기적이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그때 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조차 하지 못했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받은 것이 이렇게 많은데 이름을 알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에게는 또 얼마나 많은 배려와 사랑을 받고 있는지... 어쩌면 인생의 천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모든 일상에서 함께 하는 모든 이들이 아닐지.
헉! 정말? 아니! 오늘 회사에서 내 속을 뒤집은 사람들까지? ㅠㅠ ^^;; 아니 뭐 꼭 나에게는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분명 천사일 테니까... ^^

그리고 스팀잇도 저에게는 소중하니까 이곳에 계신 분들 모두 천사이십니다. ^^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아무것도 안 쓰기 시작하니까 또 계속 안 쓰게 되더라고요. 아마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더 그런 거 같습니다. 포스팅을 안 한지 6개월이 되기 전에 뭔가라도 올려야 할 것 같은 마음에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쌀쌀한 날씨에 모두 건강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나저나 제목과 글이 정말 연결이 어렵네요. 제가 지금 너무 졸려서 생각이 멈춘 모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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