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 이야기

초등학교 5학년까지는 주택 셋방에 살았다

붙어있는 방두칸
신발신고나가는 부엌
마당에 공용화장실

그시절에는 그동네 대부분의 내 친구들도 그렇게 살았다

5학년 여름방학이 지나고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그시절 흔치않은 아파트라함은
거실에 쇼파가 있고 부엌에 식탁이 있는
티비에서 늘 나오는 서른평쯤이었다

이사갈 우리 아파트도 그러려니
무척이나 들뜨고 신이 났었다

내가 처음살아본 아파트는 12평
기대와는 달랐던 작은 아파트

거실에 티비는 커녕 한사람 지나가는 복도수준이지만
집안에 있는 부엌
현대식 화장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좋았다

그아파트는 12개동 15층 한층에 10가구가 살았다
그러니 세대수만으로도 엄청난 아파트였고
아파트바로 옆에 초등학교가 붙어있어
학교 친구들 대부분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들이었다

그때는 영구임대 그런단어는 알지 못했다
그냥 주위 친구들 모두 똑같은 집에 그렇게 살았으니까..

중학생이 되어 나는 친구들보다 조금 더 먼 ,
버스를 타고 통학해야하는 학교로 진학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도 얼마후 학기중에
중학교에 조금 더 가까운
아파트로 옮겨가게 되었는데

옮겨간 아파트는 16평 임대아파트
저번집보다 부엌에 4인용 식탁도 둘수 있고
화장실에 욕조도 있고 내방에 침대도 둘수있는
예전집보다 큰집이었다

우리도 이제 식탁에서 밥을 먹을수 있다는 생활에
만족감을 느꼈다

한번은 소풍을 갔다가 돌아오는 버스안
같은반 다른반 친구들이 뒤섞여
시내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12평 아파트가 있는 정거장을 지난다

같은반 남자아이가 너 왜 안내리냐 묻는다
나 7단지로 이사갔는데?
오~ 살림살이 늘었네!!!
나는 그 아이의 말을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때가 중학교 1학년이었다

그때부터 나는 7단지 버스정류장에서 내릴때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했던거 같다

7단지 버스정류장에서 내리면
버스안 사람들이 모두 나를 쳐다보는거 같았다

버스에서 내리면 그버스가 사라질때까지
우리집과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다가
버스가 눈앞에서 사라지면
우리집으로 걸어갔다

중학교때는 조별숙제도 많아서
다른친구집에 갈 기회도 많았는데
내가 티비에서 본
거실이 넓은 아파트가 친구들집이었다

한번은 조별숙제를 누구집에서 할지
가위바위보를 하였는데
12평에 사는 내친구가 걸리자
내친구는 다른친구들앞에서
우리집은 안된다고
크게 울었다....

고등학교때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면
같은 방향에 사는 친구들이
같은 봉고차를 타고 하교를 하였는데
친구들이 내릴 때 마다
친구가 사는 아파트의 베란다를 보곤했다

베란다가 두개네
베란다가 세개네
베란다가 네개네

나는 베란다가 하나인 집에서 내렸다

나는 16평 임대아파트에서 대학생이 될때까지
9년을 살았고

대학생이 되어서
거실이 있는 21평 임대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거실에 쇼파도 두고
베란다는 두개가 되었다

나는 그곳에서 9년을 살았고

4년전에 결혼을 해서
내인생 처음으로 일반분양아파트
베란다가 3개인 집으로 이사를 왔다

아이들 사이에서 휴거라는 말이있다
휴먼시아에 사는 거지라고 한다

나는 밥을 굶은적도 없고
부모님 사랑속에서 자랐다

집은 작았지만 집은 항상 따뜻했다

나는 학교에서 공부도 제법하는 아이였고
좋은 대학을 다녔으며
늘 모범적인 착한 생활을 했다

임대아파트에서 사는 아이들이
다 불안정한 아이들은 아니다

임대아파트에 사는 아이들을 그런아이들로 생각하고
사회에서 바라보는 그 냉소적인 시선들이
그 아이들을 더 움츠리게 하고
어두운곳으로 숨어버리게 만드는 건 아닐까

오늘 같은아파트에 사는 아이친구엄마가
다음달에 이사를간다고 한다

민간업체 임대아파트로 들어가는데
임대아파트에대한 편견으로
아이가 상처받지 않을지 걱정이 된다고 한다

임대아파트에 대한 편견을 가진 사람들
그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걱정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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