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할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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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랑과 결혼 후 얼마 되지 않아
신랑 친구들 부부 모임에 참석할 일이 많아졌는데

온통 중국인이고 나 혼자 한국인인 상황이 어색한데다
딱히 친화력도 없는 나는 와이프들과도 쉽게 친해지지
못 하고 "한국 여자들은 원래 다 이렇게 얌전한가봐..."
라는 얘기나 들으며 즐기지도 또 안 나가지도 못 한채
그저 맴맴 겉돌고 있었다.
(지금 같으면 나갔으면 어떤 식으로라도 즐기던지,
아니면 즐기지 못 할거면 단호하게 나가질 않던지
둘 중의 하나를 택했을 것이다)

모임을 참석하며 가장 충격을 받았던 중국 문화는
다 같이 식사를 마친 후 남편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바로 식사를 마친 그 자리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꺼내 물고)그 많은 남자들이 한꺼번에 담배를 피워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음.....컬쳐 쇼크

대학 때도 남자 동기들 중(종종 여자 동기도) 담배 피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것은 개인의 기호이기에 아무런 불만 따위는 없었고 그 동기들은 모두 담배 피는 사람들끼리 밖에 나와 피우고 들어오는 것이 그저 상식(!!)이었다.

와이프들은 아무도 피우질 않는데 그 많은 남자들이 앞에서 담배를 꼬나 물고 이 많은 여자들(그것도 본인들이 사랑하는 보호해야 할 여자들을)에게 간접 흡연을 선사하다니........

나는 너무나 황당했고 (그 많은 사람 중 아무도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되겠느냐 묻는 사람이 없었다)
주위 와이프들의 표정을 살펴 보았으나 와이프들은 이런 것에 너무나 익숙한 듯이 인상을 쓴다거나 의의를 제기하는 여자들은 없었다..

나의 굳은 표정을 눈치 챈 남의 편은 담배를 피긴 피되 손을 식탁 아래로 내려(나름 배려인듯)내 쪽으로 덜 오게(?) 나의 눈치를 살피며 그렇게 피웠고 나는 속으로 '그래봤자 니 친구가 내 앞에서 담배연기를 뿜어대고 있단다...'라고 생각하며 굳은 표정을 풀지 못 했다.

그냥 "제가 담배 연기를 싫어해서요"라고 쿨하게 말하고 자리를 뜰까 생각했다가도 그러면 그 많은 사람들의 분위기가 뻘쭘해질 것 같아서 안 그래도 난 이 모임에서 겉도는 사람인데 그랬다가는 다음부터 진짜 이 사람들하고 사이가 어색해질 것 같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한채 그냥 그 자리에서 굳은 채로 가마니가 되어 있었다..

흡연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누구는 술을 좋아하고 누구는 담배를 좋아하고 누구는 간식을 좋아하듯이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의 기호를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 에서이다.

나의 행복을 즐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나의 행복은 어디까지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게다가 간접 흡연은 직접적으로 다른 이에게 크나큰 건강상의 피해를 주는 것이기에 그만큼 그것은 강력하게 자제되어야 한다.

나는 담배가 어떤 맛일까, 왜 저렇게 피워대는 것일까 꽤 궁금했었는데 남편이 "너도 한번 피워 볼래?"라며 고맙게도(?) 권유해주는 바람에 (남편은 나와 아직 사귀기 전 나와 그냥 만나던 때도 나에게 담배를 건네준 적이 있다..)
태국의 어느 바닷가에서 술에 고주망탱이가 된 채 뻐끔뻐끔 신랑이랑 꿈에 그리던(?) 맞담배를 피웠던 적이 있다.(^^v)

처음 맛 본 담배는 연기를 목까지 들여 마시면 나의 소중한 목이 너무나 괴로웠기에 입으로만 들여 마시고 후~ 뱉어내고 또 입으로 들여마시고 후~ 뱉어냈는데,
연기가 내 입에서 나올 때 왠지 나는 고뇌에 가득찬 생각하는 로뎅이 된 듯이 무언가 내 자신이 분위기가 있어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남자들이 처음에 담배를 배우는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때 나도 담배의 치명적 매력(?)을 느꼈기에
흡연자들을 비하하려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라면 자제되어야 마땅하다.

한참 전에 이경규의 '양심 냉장고'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여기서 나이 나온다..) 운전시 신호등이 바뀌었을 때 정지선을 넘지 않는 사람에게 상품으로 냉장고를 주는 것이었는데 그 당시만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선을 지키는 사람은 아주 드물었다.
(어떤 한 장애인 운전자 분이 아무도 없는 새벽에 혼자서도 그 정지선을 지키며 운전을 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당시 일본과 같은 나라는 정지선을 대부분 지켰고 그것을 우리는 신기해 했다. 암튼 그랬던 우리도 시간이 지나 지금은 정차선을 대부분 지키며 운전을 하고 있고 그것은 하나의 우리의 상식이 되었다.

내가 어릴 때만 해도 기억을 떠올려 보면 그 당시 식당에서는 남편 친구들이 그랬던 것처럼 많은 남자들이 식당에서 흡연하는 것을 당연시 여겼으며 그것에 의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식당에 '흡연 금지' 이런 것도 붙여놓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만 해도 집안에서 담배를 피우시곤 했다)

내가 그때 부부 모임에서 중국의 담배 문화에 황당해 했던 것도 벌써 10년 가까이 흘렀으니 지금은 중국 문화도 많이 바뀌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도 모르게 당연시 되는 문화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피해를 주고 있을지도, 또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행복을 침해할 권리가 없으며,
우리의 행복을 누군가 침해한다면 그것에 저항해야만 한다.

그런 과정에서 공공연히 묵인되고 있는 나쁜 문화는 바뀔 것이고 우리는 다른 이와 함께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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