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스포일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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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호러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스토리가 정해져 있어서 그렇다.

  1. 어떤 장소를 방문한 사람들이나 어떤 물건을 사용하고 점유한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2. 주인공과 그 일행이 그것을 체험(방문, 사용, 점유 등)하면서 일행들이 죽고,

  3. 알고 보니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이 벌인 짓이었다.

는 뻔한 스토리. 혹은 사이코패스 살인자의 스토리. 그리고 중간중간 깜짝 놀라게 하는 영상과 소리. 진지한 고민이 없이도 아무 장소, 아무 물건을 가지고 와서 만들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막말로 무섭게 연출하기만 하면 아무 거나 된다. 휴대폰을 사용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휴대폰", 지하철에서 일어나는 의문의 죽음, "지하철" 뭐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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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 호러영화였다.

이 영화는 깔끔하다. 영화는 조용하게 시작해서 관객의 심장소리로 끝난다. 러닝타임 90분은 아주 적당한 시간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소재는 '소리'이다. 공포영화뿐 아니라 영화에서 소리는 늘 배경이었다. 이 영화에서 소리는 배경인 동시에 가장 중요한 소재다. 주인공들이 만들어내는 소리에 관객들은 귀 기울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연출이 기가 막히다.

공포영화인데 그 와중에 가족애가 주제다. 인류를 위협하는 크리쳐에게서 도망치는 가족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내가 공포영화를 좋아하지 않았던 이유 중 많은 부분이 메시지가 없이 그냥 무섭고 놀라게 하기만 한다는 것이었다. 공포영화를 보고 주로 느낀 점이라면 ‘나대지 말자, 나대는 놈이 제일 먼저 죽는다’ 거나 ‘착하게 살자, 원한을 사면 귀신이 되어서도 쫓아올지도 모른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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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영화가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락영화는 웃기거나 액션에만 충실해도 그 자체로 괜찮다. 공포영화는 무섭기만 해도 충분하다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적어도 나에게는 무서운 건 긍정적인 느낌은 없고 부정적으로 찝찝하다. 그래서 무섭기만 한 영화는 별로다.

자꾸 ‘공포영화’ 전체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는데 다시 이 영화로 돌아가 보면 이 영화는 무섭기만 하지 않다. 스릴 있다. 이 스릴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영리한 선택을 했다.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고 많은 부분을 생략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였고 루즈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러닝타임을 줄였다.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없다. 개연성도 있고 주인공들의 대부분의 행동이 이해가 된다. 많은 공포영화의 주인공들의 행동을 이해하지 못했다(왜 거길 들어가!!!!! 그것도 혼자!!!!!).

영화를 찍으며 소리를 최소한으로 절제하여 사용하는 것은 신선한 판단이다. 새로운 소재를 접한 관객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뉠 수 있겠다. 하나는 '아 역시 영화에는 소리가 빠지면 안 되는구나', 두 번째는 '소리를 최대한 절제하고도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구나'다. 이 영화는 두 번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한줄평은 '공포영화가 무섭기만 하면 된다는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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