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와 탈중앙화] 3. 장사꾼이 손해보고 장사하랴? 쿠팡 적자 1 조원의 비밀 (19.04.29)

[자본주의와 탈중앙화] 1.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 (19.04.26)

[자본주의와 탈중앙화] 2. 가격비교에서 오픈마켓까지 , 지금 싸게 사고 있나요? (19.04.27)


보통 사람들은 '손해 보고 판다' 혹은 '원가에 판다'라는 장사꾼의 말을 믿지 않습니다.
상식적으로 이익이 남지 않는 가격에 물건을 판다는 것이 이해가 가질 않죠.

하지만 현재의 온라인 쇼핑 시장은 이러한 시스템으로 돌아갑니다.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덕분에 돈이 돈을 만들기 때문에 일단 매출을 얼마나 찍을 수 있냐가 살아남는 비결이 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 '최저가'라는 출혈경쟁이 어떻게 우리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지 살펴봤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보다 훨씬 더 큰 '손'들에 의해 움직이며 이들은 우리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과연 이렇게 판매자들은 무한 경쟁으로 몰고 가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들은 얼마나 돈을 벌까요?
모든 것을 다 팔며 세상을 잡아 삼키고 있는 아마존,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돈 버는 사람은 없는 이상한 시장'

한국의 온라인 쇼핑 업계를 보면 참으로 이상합니다.
업계 1 위인 G마켓&옥션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를 제외하면 그 어떤 회사도 돈을 벌지 못 합니다.
심지어 G마켓과 옥션조차도 적자를 보다가 이베이가 인수&합병하면서 점유율에서 1 위를 찍으면서 흑자 전환 한 것입니다.
즉, 사실상 아무도 돈 버는 사람은 없었다는 이상한 이야기입니다.

'한국판 아마존' 11번가·위메프 또 1000억 적자...쿠팡·티몬은?

밑 빠진 쿠팡, 투자자 '물 붓기'는 올해까지?

사실상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회사

왜 이런 기업이 계속 유지되고 심지어 투자를 받을까요?
쿠팡에 투자한 큰 손은 바로 아시아의 큰손 '손정의' 소프트뱅크 대표입니다.

비밀은 온라인 쇼핑 업계는 적자를 통해 경쟁자를 밀어내고 사실상 독점 체제를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입니다.
즉 처음부터 물건 팔아서 돈 벌 생각은 없는 것이죠.

그들의 성공 모델인 '아마존'도 다르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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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배송을 앞세워 유통 시장을 장악 중인 쿠팡, 1조 원이 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업계 1 위 G마켓을 크게 앞지르며 온라인 시장을 잠식 중입니다.]


'온라인 유통 시스템이 돈을 버는 법'

오픈 마켓이 돈을 버는 수입처는 무엇일까요?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판매자로부터 받는 수수료를 떠 올릴 겁니다.
업체마다 다른 수수료를 받지만 대충 10%라고 가정해 보죠.
한 해 매출이 조 단위라면 수수료 수입만 천억 대입니다.
그런 돈을 벌고도 해마다 적자다?

이해가 가지 않죠?

우선 쿠팡의 적자가 큰 것은 로켓 배송 시스템과 아마존 식의 직접 판매 방식 특성 탓에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됩니다만 가장 큰 이유는 판매자들 간의 경쟁만으로는 이길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 판매자는 자신의 상품을 모든 오픈 마켓에 올립니다.
다른 판매자들과의 치열한 경쟁 끝에 그의 상품은 모든 오픈 마켓에서 최저가를 찍으며 압도적으로 팔립니다.

물론 개별 판매자 입장에선 돈이 벌리지만 문제는 오픈 마켓입니다.
A 판매자가 모든 오픈 마켓에 동일한 가격으로 판다면 과연 소비자는 어디에서 구매를 할까요?

결국 오픈 마켓들은 그들끼리 경쟁을 해야 합니다.
쿠팡처럼 배송에서의 혜택을 강조하기도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무기는 가격이죠.
소비자는 10 원단위라도 더 싼 데서 구매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 많은 수수료를 다 마케팅 비용, 즉 가격 할인에 투입하는 겁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왜 이 가격이 엄청난 적자를 보는 수준까지 떨어지는 걸까요?

왜 기업들은 자기 돈으로 소비자에게 싼 가격에 물건을 공급하는 걸까요?

비밀은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입니다.


'온라인 유통이 돈이 버는 법'

오픈 마켓에서 소비자가 구매를 하면 그 돈은 바로 판매자에게 지급되지 않습니다.

업체마다 다르지만 소비자가 구매 확정을 하지 않으면 이 돈은 오픈 마켓의 계좌에 묶여 있습니다.
구매 확정을 해도 정산 기간을 거쳐 판매자의 통장에 입금되기에 평균 1 ~ 2 주 동안 '남의 돈'으로 이익을 낼 수 있습니다.

한 해 매출이 조 단위입니다.
그냥 그 돈 아무것도 안 하고 은행에만 넣어놔도 이자 수입이 얼마일까요?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매출을 늘리는 겁니다.
매출이 끊임없이 발생하면 계속해서 돈이 들어오고 거기서 이자가 생깁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이러한 푼돈 벌이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본질이자 핵심인 독점을 목표로 사업을 밀어 부쳤죠.

아마존은 판매자들에게 그 어떤 마켓보다 싼 가격에 물건을 팔 것을 강제합니다.
최근에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치계의 반 아마존 정서를 감안해서 이 조항을 은근슬쩍 삭제했습니다.

[백브리핑] 입점사 압박해온 아마존 '최저가 요구 조항' 삭제

이렇게 '최저가'에 파는 아마존이 주로 수익을 내는 부분은 자신들의 독점적인 서비스입니다.
최저가라는 판매 방식 자체가 소비자를 아마존이라는 플랫폼으로 유인하기 위한 미끼입니다.
그들은 그렇게 확보된 고객들에게 그 누구와도 수익을 나눌 필요가 없는 독점적인 서비스들로 매출을 올립니다.
아마존 프라임, AWS 등이 아마존의 플랫폼 사업 모델의 핵심입니다.

아마존, 1분기 순익 기대 이상…AWS 성장 ‘탄탄’

전체 아마존 매출의 12.8 % 정도를 AWS 하나로 뽑아냅니다.
현재 전 세계 기업들의 화두가 클라우드라고 볼 때 이 수익은 더 늘어날 겁니다.

수많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최저가'로 경쟁자들을 고사시키고 독점 체계를 완성해서 자신들만이 수익을 남기는 서비스를 판매한다

이것이 아마존이 보여준 우리 시대의 성공 비법입니다.

그들의 다음 목표는 구글이 차지하고 있는 전 세계 광고 시장입니다.
구글과 AI 홈 스피커 전쟁을 선포한 아마존은 이를 위해 '무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라는 칼을 빼들었습니다.

AI스피커 사용자에 '무료 음악' 제공하는 아마존과 구글...한국은 음원 가격인상

그 결과 소비자들은 더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고 그들이 제공하는 편리한 서비스를 만끽할 겁니다.
한 쪽에선 많은 사람들이 인권을 무시당한 환경에서 노동을 강요받고 직업을 잃고 가정이 붕괴되더라도 말이죠.
어차피 국가가 세금으로 이들을 구제하는 이상 그 탐욕의 수레바퀴는 멈추지 않을 거니까요.

당신이 오늘 최저가로 구매한 상품, 그 대가는 당신이 내는 세금에 의존해 살아가야 하는 우리 사회입니다.

아마존 전성시대 그늘…올해 상점 4800곳-4만개 일자리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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