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과 큐레이션

의과대학에서 배운 지식 총량의 99%는 까먹었다고 자부한다. 그럼에도 기억나는 현대의학의 트렌드가 하나 있는데 evidence based medicine - 근거중심의학 이라는 개념이다. 환자에게 행해지는 진료행위들은 그 행위가 타당함을 증명하는 근거에 기반해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제 진료의 현장에서 진료행위가 완전히 근거에 기반해 이뤄지지는 못하는 사실을 깨닫는다.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인 의료행위(안아키?)의 부당성 같은걸 말하려고 하는건 아니다. 그건 너무 당연한 잘못이고. 예를들어 몽롱한 새벽 4시와 퇴근을 눈앞에 둔 오후 5시에 이뤄지는 진료행위는 평소와 다르다. 때에 따라 개인적 선호나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기도 한것이 의료와 의학의 차이일 것이다.

메디팀을 통해 기고하고 있는 글들이 있다. 하지만 부족한 족적을 남기는 것 보다는 다른분들의 고견을 경청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그리고 조용히 업보팅으로 동감, 지지를 남기는 것이 기분도 좋다. 속도감 있는 논리 전개에 압도당하기도 하고 나같은 똥손은 감히 시도할수 없는 시각 컨텐츠들로 안구정화를 하기도 한다. 전혀 새로운 생각과 분야의 저자들이 나타나면, 다시 꺼내보고 싶은 포스팅이 올라오면 리스팀하며 조용히 다음편을 기다린다. 내가 즐기는 이 시간을 허락한 저자에게 작지만 감사의 표시를 하는 순간이 바로 업보팅을 누르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그래서 기분이 좋은가 보다. 이것이 큐레이션의 즐거움인가. 다른 웹서비스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즐거움이다.

응급실에서 두통을 호소하는 환자분이 오시면 응급의학과 의사는 구체적인 진단을 생각하기 이전에 위험도 평가를 해야 한다. 두통 환자의 위험도 평가의 도구로 Red flag sign 이라는 것이 있다. 한글로 번역은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위험한 두통을 감별하는 몇가지 체크리스트라 하면 이해가 쉽겠다. 대표적인 항목이 다음과 같다. 1. 지금까지 느껴본 두통 중 가장 아픈 통증입니까? (10점이 죽을것처럼 아프고 1점은 반대라고 하면, 몇점정도 아픕니까?) 2. 혹시 과거에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통증입니까? 두통의 양상이 변했습니까? 3. 두통이 어느 시점에 갑자기 발생했습니까? (화장실에 힘주는 순간 발생했나요? 혹은 다른 행위들)

진료중에 red flag sign을 확인했다. 잠시 후 스팀잇에서 업보팅하는 개인적인 기준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스쳤다. 너무 좋은 글이다. 이런 시도는 이전에는 없었지. 와 지금 시점에 딱 필요한 정보다. 이런 식이랄까.

100% fact인 evidence란 없고 의학의 진보에 따라 evidence는 변한다. 또 그 기준으로만 진료의 행위가 이뤄지지도 못한다. 큐레이션도 그러한것 같다. kr커뮤니티에도 적극적으로 큐레이팅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보팅의 기준을 제시하시기도 하며, 정직과 안목을 갖추신 분들이라고 생각되니 kr 커뮤니티의 투명한 진보가 기대된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일까? main trend에 kr 글이 올라오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좋다. 나도 메디팀을 통해 자주는 못해도 꾸준히 연재하고 큐레이션도 참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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