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스팀잇 셀봇 이슈에 대한 경제학적 해석

한 주 쉬는 사이에 셀봇에 대해 많은 논의가 오갔군요. 양쪽 의견에 대해 좀 자유로울 수 있는 평범한 뉴비로써, 저는 최근 셀봇 이슈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조금 풀어보고자 하네요. 꽤나 오래전 기억을 살려 봅니다만, 논문을 쓰는 곳이 아니니 편하게 적어봅니다.


스팀잇 베타의 부분적 시장실패(Market Failure) : 외부효과



우리는 스팀잇 백서를 좀 과대평가하는 것 같습니다. 예상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고 있지요? 현재 스팀잇 시스템의 리워드풀 배분/보상 분배가 매우 효율적이고 공평한 것만은 아니라고 가정하면, 부분적인 시장실패(Market failure)상태입니다.

원인은 너무도 다양하겠지요. 스파 보유 이자, 증인/저자/큐레이션보상 비율의 적절성 문제, 스파 차이/보팅 봇 사용여부에 따른 불완전경쟁 가능성, 외부성 등등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주로 셀봇과 관련이 큰 외부효과에 주목하면, 과도한 셀봇 사용의 외부불경제(External Diseconomy)는 주로 "의욕상실"로 여러 글에서 언급되고 있더군요.
이론적으로 "공해/미세먼지" 등 외부불경제가 발생하면, 사회전체의 후생수준은 손실을 봅니다. (물론, 우회셀봇으로 인한 스타 탄생에 홀리는 사람이 많다면, 오히려 외부경제가 있을여지도 있습니다만^^)

외부효과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사적인 방법과 공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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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합의: 강요할 권리는 없다. 일방적 매도 대신 동의를 구해야



사적인 방법은 노벨상 수상자인 코즈(Coase)정리에 의거, 당사자들이 협상으로 해결하는 것입니다. 가령 건물주의 증축으로 근처 주민의 일조권을 침해하는 경우 건물주는 1천만원까지 지불할 용의가 있고, 피해자는 5백만원은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500~1,000만원 사이의 합의로 외부효과를 없애는 것입니다. 당사자 간 자율적 합의에 의한 배분은 그 결과에 대해 개인별로 느끼는 차이는 있겠지만, 이론상 어느정도 효율적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예시에서는 양쪽 다 소유권이 있습니다. 건물주는 재산권이 있고, 피해자는 일조권이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양쪽 다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조권 침해의 현금보상가치 문제, 소송으로 번질 경우 그 비용 등도 고려하게 되어 협상이 원만히 이루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팀잇의 상황은 안타깝게도 위 사례와 다릅니다. 스파에 대해서는 소유권이 있습니다. 즉, 스파 사용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권리입니다. 점하나 찍거나 한두줄 댓글 달고 셀봇하는 수준만 아니라면, 누구도 그 글에 대한 가치를 매기기는 쉽지 않습니다. 반면, 셀봇을 과하게 하지 말라는 쪽은 그 문제에 대해 소유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대등한 협상 관계라기보다는 필요성 등을 알리고 지속적으로 동의를 구해야 하는 사항이라고 생각되어지네요.

누진세를 적용하고, 기초수급제도를 확대하는 현실사회를 스팀잇에 투영하여 동일시하고, 마치 무조건 이래야 돼, 비난받아야 돼 이런 식의 매도는 지양되어야 하고, 특히 인신공격은 정말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설득하고 동의를 구해야 하는 과정이겠지요. 양쪽 다 소유권이 있는 경우에도 사적합의는 어려운 건데, 스팀잇처럼 한쪽만 소유권이 있는 케이스라면 더더욱 어려운 건 자명한 일입니다. 스팀잇의 3%수준인(포스팅 수 기준) KR이 합의를 해도 전체가 동의해야 하는 문제도 사실 있고 파이 측면에서는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스파를 고르게 뿌려 스팀잇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도와서 장기적 스팀가치 상승의 과실을 누려라는 논리는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플랑크톤들이 떠나면 고래만 남아서 뭐할래? 같은 말도 비슷한 의미일 겁니다. 꽤 설득력이 있으나, 사회전체의 후생이 올라간다고 해서 개인의 후생(효용) 총량이 모두 올라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장기적으로는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르나, 케인즈에 의하면 장기적으로 우린 모두 죽습니다. 단기적인 부분도 꽤 중요한 것이지요. 스팀잇은 다양한 목적의 사람들이 모인 하나의 시스템일 뿐, 현실 사회는 아닙니다. 모든 것을 똑같은 잣대로 투영할 필요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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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공적인 접근 : 세금부과? 보조금지급? 직접규제? 셀봇배출권 시장개설?



리워드풀이 한정되어 있는 스팀의 세계에서 수요-공곱(포스팅수-평균보상) 곡선은 경제학 이론과 다를 수 있습니다. 셀봇에 대해 과세 패널티를 주는 경우, 스파 보유 욕구가 감소하고, 포스팅 침체 요인이 될 수 있겠지요.
반대로 셀봇이 적은 이에게 보조금 지급은 포스팅 증대 요인일 겁니다. 따라서 이러한 창작여건/스팀수급 변화 가능성을 고려하여 도입에 신중하여야 할 것입니다. 만약, 과도한 셀봇 유저에게 세금을 걷어 셀봇이 적은 유저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형태라면 전체적으로는 포스팅 수에서 어느정도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스파 보유 의지도 좀 꺾일 것 같군요.

셀봇 비율 또는 금액을 제한하는 직접규제를 만들어 버리면 가장 깔끔합니다. 이때는 이것을 지키는 방법 말고는 시스템상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죠. 물론 우회하는 방법은 많죠.

"셀봇배출권"이란 용어는 기존의 "오염배출권"에서 따왔습니다. 이미 선진국에서 일부 시행 단계에 있는 제도입니다. 전체 리워드풀 대비 셀봇 가능한 총량을 정해놓고 셀봇을 할 사람은 이를 구입할 수 있도록 거래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행동하겠지만 아무래도 셀봇이 유리한 스파 고래일수록 셀봇배출권을 많이 구입할테고 그에 맞게 적정가가 형성되겠죠. 보팅봇처럼 유행할지, 사라질지는 시장이 결정할 것입니다.

허점은 많다 : 자율적 자정 노력 지속, 제도적 뒷받침 병행되어야



자정 노력/자율 합의나 규제제도가 생겨나도 우회할 방법은 많을 것입니다. 본인인증도 없는 블록체인 특성상 더욱 그러하지요(좀 아이러니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듯 셀봇을 줄여라, 싫으면 다른 코인 사라고 강요해서는 절대 안되고 권리도 아니지만, 자율적 설득, 합의 노력이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점찍기, 1줄 댓글 풀셀봇 같은 최소한의 꼼수를 없애고, 서로간의 이해도도 높이고 제도적 변화가 있을 때 그에 맞출 수 있는 사전학습효과도 크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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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호흡으로, 파이를 키우는 마음도 함께 갖자



스타크래프트(1998)가 출시된 지 20년이 흘렀습니다. 그래픽만 조금 개선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2017)가 작년에 다시 나올 정도로 여전히 인기가 좋습니다. 제가 보기에 그 비결은 3종족 간의 엄청난 밸런싱(Perfect Balance)입니다. 어느 종족을 택해도 누구나 일정 수준이 되면 웬만큼 겨뤄볼 수 있고 승패는 개인의 실력 문제로 치부됩니다. 이런 게임조차도 여전히 밸런스 업데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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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이 지나도 저그의 초반 러쉬는 프로토스에게 위협인가 봅니다^^. 저그의 초반 능력을 감소시키는 소프트포크(?)를 했군요.

저는 사실 스팀 회사가 현재의 스팀잇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잘 모릅니다. 스타크래프트의 종족 선택, 파워차이를 인정하는 삼국지의 군주 선택, 거기다 리니지의 현질까지 모두 겸비한 복잡계 시스템인 스팀잇이니 이만하면 밸런스가 좋다고 생각하고 적절한 업데이트만 해주면 된다 여기면서 오래 두고 볼런지도 모릅니다. KR에서 논의되는 사항들이 스팀에서 시스템으로 구현되지 않고, 그저 경고에 이은 다운보팅 형태로 갈지도 모르고, 부정적으로 보면 스팀 커뮤니티가 만들어진 후에는 커뮤니티별로 보상 차이가 너무 크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질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스타크래프트 오리지널과 리마스터의 표지 사진을 자세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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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가 보이시나요? 오리지널에서는 테란은 인간의 모습(저자?), 프로토스는 기계적 모습(큐레이터?), 저그는 괴물(투자자?)로 묘사했지만 리마스터에서는 모두가 괴물스럽게 묘사되어 있네요. 스팀잇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누구나 저자/큐레이터/투자자 역할을 같이 하게 되어 있습니다. 투자자는 안좋은거다 이런식으로 특정 입장에서 생각하기보다는, 다 같은 심정이라는 생각으로 긴 호흡으로 스팀잇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SMT의 역할이 참 크겠네요. KR은 매우 작은 커뮤니티입니다. 아직 갈길이 멉니다. 황산벌 전투의 승리보다는 그 후에 있을 당나라와의 싸움을 대비하며 전력손실을 아꼈던 것처럼, 파이를 확대하는 데도 집중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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