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잘하는 정원사

우연히 들어선 정원은 꽤나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다양하고 아름다운 꽃들이 들어서자마자 눈에 띄었고, 여느 정원에서 보이기 쉬운 잡초들은 보이지 않았다.

정원 한 켠에선 정원사가 가지를 치면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바빠보여서 나는 말을 걸지 않았고, 정원사 또한 내게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편한 마음으로 한가로이 정원을 구경하고 있는데, 뽑힌 잡초가 내게 말을 걸었다.

"왜 나를 뽑았지? 나는 잡초가 아닌데?"
아무래도 잡초는 자신이 뽑힌 이유를 정원사에게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으음, 너는 외국에선 잡초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선 문제있는 잡초야."

잡초는 자신이 어떤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정원 밖에서 검증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엔 정원 밖은 바쁜 곳이라 아직 검열을 못 했을뿐, 조금 있으면 존재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 뻔했다.

"내가 볼 땐, 차라리 지금 뽑아준 것에 고마워해야 할 것 같아."
"뭐?"

잡초는 기가 차서 말을 잃었고 나도 한 마디 말을 아꼈다.
'지금은 정원사가 뽑는 것으로 끝나지만, 그냥 두었으면 씹기고 뜯기고 맛보고 즐김 당할테니까.'

잡초를 뽑는 것은 정원사뿐이었다.

정원을 사랑한다는 사람은 정원 내부에 너무나도 많았지만, 막상 잡초를 뽑는 것은 정원사뿐이었다.
맘에 드는 꽃이나 풀에 물을 주거나, 자신이 심은 것을 아끼는 모습은 많이 보였지만, 잡초를 뽑는 것은 정원사뿐이었다.

이 정원사는 지금은 월급을 많이 받지만 한 때는 박봉이었고, 원래 정원 관리는 그의 책무도 아니었다.
나는 이 정원사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구경을 마치고 정원을 나설 즈음, 잘린 가지가 눈에 띄었다.

잘린 가지는 아이들에게 발로 차이면서 아무렇게나 굴러다녔다.

가지는 지친 중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프군."
"그렇겠네요."

가지치기는 정원을 가꾸는데 있어 꼭 필요한 작업이다.
너무 높은 나무에 많은 가지가 있어 그늘이 커지면, 작은 식물들이 햇빛을 받지 못 해 죽어버린다.

그걸 알면서 가지는 음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는 잘렸지?"
가지 또한 정원사에게 그 이유를 듣지 못한 것 같았다.

일 잘하는 정원사는 정원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정원은 아름다웠고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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