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우화] 강도보다는 거지가 낫겠구나

헬로 ~ 조~ 거지 조.

편의상 조라고 부르는 거지가 있었습니다.
스퀴지(squeegee)라고 차창 닦는 도구를 들고 신호대기 중인 차를 오가며 닦는 친구였습니다.
마약을 했습니다. 마약을 하면 얼굴이 망가집니다. 길거리 생활을 하면서 그렇게 살면 오래 못 버팁니다.
마약값이 비싸서, 절도 등 범죄를 저질러 결국 잡혀가거나 객사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하이~ 샘. 비즈니스맨 샘.

샘이란 친구가 있었습니다. 번듯한 사업가입니다.
아침마다 조를 데려다 놓고 커피랑 아침 식사를 사 먹이고 출근합니다.
근사한 식당은 아니고, 패스트푸드. 실외의 바깥쪽 자리에 남들 다 피하는 조를 데리고 말입니다.
왜 피하냐고요? 특유의 쉰내가…. 어휴.

도대체 왜???

종교적인 이유? 그냥 반해서? 캐나다에서는 흔해요 혹시 알고 보면 샘은 마약상이었던 걸까? 배다른 형제? 오래전에 알아왔던 친구?

그냥 이유는 배고픈 사람인 조에게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고 싶었다고 하네요.
삶은 살만한 거라고, 설교는 하고 싶지 않고, 그냥 그 순간만 도와주는 거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냔 말이지.

샘이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래, 너에겐 없을 순 있지만, 나에겐 있어."라더군요.
가타부타 설명 안 해요. 그래요. 캐나다인은 가끔 굉장히 개인적인 의미를 가져요.
그걸 뭐라 참견하는 거도 예의가 아닌 겁니다. 다만 문신 같은 거 보고, 그건 무슨 뜻이야? 하면 엄청 자랑들 하죠

그런 샘이 잠깐 떠났다.

그런 샘이 잠깐 떠났습니다. 집안일 때문에…. 조는 졸지에 아침 식사 메이트를 잃었습니다.
샘이 식당 매니저한테 "다녀와서 내가 다 내줄 테니 얘 밥 좀 먹여줘"라고 했지만,
조가 밥을 먹지 않았던 거죠. 샘은 단순히 밥 사주는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시선을 같이 나눠 받아주는 가디언 같은 거였던 겁니다. 조 혼자서 식당에 주문하러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거죠.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이걸 어떻게 알았냐고요? 마약에 찌든 조가 외치곤 한 말이 Why are you f**king staring at me? 였던 겁니다. 고운 우리나라 말로 하면 "뭘 꼬나봐?" 정도 될까요?
그는 불편한 시선에 상처를 받고 사는 인간이었던 겁니다. 욕설은 결국 자기 결핍의 투영... 종간나새끼는 뭐의 결핍이다?

그리고 결국은….

그리고 어느 날 드디어 사고를 쳤습니다. 마약 주사기를 들고 강도질을 한 거죠.
자기 HIV 보균자인데 돈 안 내놓으면 찌른다…. 이런 식의 강도.

그리고 그 전날에는 주차된 차 여러 대 유리창을 깨거나, 도어락을 파손시켰다네요.
저는 못 봤지만 팔을 뒤로 꺾여서는 발까지 수갑 채워져서 경찰차에 실려 갔다고 합니다.
샘이 자리를 비운 지 3일 안에 조는 강도로 변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내 이웃이 강도로 변하지 않도록 손을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게 샘이었던 거죠. 한국에서 방송 활동 중인 샘하고는 상관없음
이게 샘이 생각한 의미일까요? 솔직히 모릅니다. 샘하고는 그때 이후 본 일이 없어서. 다만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그래. 강도보다는 거지가 낫겠구나.



스팀을 달려보자~ 즐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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