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에 처음 가출 #1] 가출이야기와 노래의 콜라보

안녕하세요 쟈니입니다.

오늘 눈소식이 들려 오네요. ^^

내일은 서해부터 내륙까지 이어진다는데,

눈 오는 창 밖을 보며, 차 한잔의 여유를 누려도 좋을 듯 합니다.

일주일 미뤄진 수능시험...부디 모든 수험생들,

아무 탈없이 시험 잘 봤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입니다.

수능날이라 그런지, 제가 대학 시험 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대학시험에 떨어지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출아닌

가출을 했던 때 이야기인데, 그때를 떠올리니, 나름 귀여운

짓거리였구나 싶네요. ^^



떨어질 줄 알았어.

고3. 부친은 지긋지긋해 하던, 소위 월금쟁이를 그만 두고

실내 인테리어 사업으로 전직을 시도 했다.

먼 곳은 아니지만, 이사를 했고, 모친은 수험생의 환경 변화에

미안해하며,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이 못내 아쉬웠는지,

장사에 극구 반대를 했지만, 부친의 열망에 비하면,

그 반대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음악에 빠져 고2 때 이미 공부에 손을 놓은 나는,

"나 같은 놈이 대학가면 대한민국 대학 전부 문 닫아야지..."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반 포기를 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는지, 고3 땐 미친듯이 달려들었으나,

역시나 벼락치기로 될 일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걸 찾았으니, 대학은 됐다. 난 이길로 가련다..라고 생각하고, 곧잘 하던 공부를 접었었던 나...중3 때 홍정욱의 7막7장을 읽은 이후로, 내 길을 찾으면, 국내외 막론하고, 그것을 배우러 떠나겠다고 마음 먹었던 사춘기 소년의 당돌한 결심이 사물놀이에 더 빠지게끔 했다 그리고 신해철의 "길 위에서"라는 노래는 공부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더 강하게했고, 그것을 핑계삼아, 내가 좋아하는 걸 하겠다며, 미친듯이 사물놀이에 빠지게 되었다)


(신해철 - 길위에서 / 음..언제들어도 좋군요..^^)

대입시험 직전, 설상가상으로 부친은 공사 의뢰를 준

업체의 부도로 인해,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데다,

일거리도 많이 줄어들어 집안 분위기가 냉랭했는데,

아들놈이 대학까지 떨어지니, 모친은 의욕상실로

드러누웠고, 난 그런 분위기가 싫어, 가출을 감행했다.

"어머니, 저 여행 좀 다녀 오겠습니다. 차비 가져갑니다"

지갑에서 8만원을 훔쳐, 쪽지 하나 남기고 무작정 서울로...

가출하는데 쪽지라니...가출 같지 않은 가출같은 느낌...?

하지만, 당시 나에게 그것은 큰 모험이었고, 아무리 부모지만,

아들이 부모지갑을 턴다는 건, 나에겐 엄청난 범죄였다.

엉뚱한 생각으로 기지를 발휘


(다섯 손가락 - 새벽기차 / 노래 분위기가 우울한 노래지만..)

부산역에서 새마을호 마지막 편을 잡아탔다.

목적지는 영등포.

그저 학창시절에 듣던 라디오에서, 엽서를 보내라고

알려주던 주소가 "영등포구 여의도동"이라고 해서,

영등포에 가면 뭔가 대단한것이 있을 줄 알았기에,

그냥 영등포행 기차표를 끊었다.

서울역보다 조금 싸기도 했고..

도착 했을 땐, 새벽 4시30분 경.

1월2일 쯤이었으니, 겨울의 새벽공기는 부산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차가웠고, 얼마 되지 않는 돈으로

그 시간에 여관 가서 잠을 자자니, 돈도 아까웠고...

"아..씨...어쩌지...? 이 새벽에...이러다가 진짜 얼어죽겠는데..."

눈에 들어온 병원...산부인과.

"그래...저기 가자. 출산하는데, 보호자들도 있을거고,

그 틈에서 아무개 가족이라 생각하고 있으면 되겠지.."

이른 새벽이라, 사람들도 없고, 따뜻하고, 소파 한쪽에 담요까지...

망설일것 없이 담요를 덮었다.

추위에 몸이 녹으니 나도모르게 잠이 오고....

꿈까지 꿔가며 푹 잤다. 기다란 소파를 다 차지하고

벌러덩 누워서 담요를 뒤집어 쓴 채...몇 시간 후...

느낌이 이상해, 실눈을 떠보니, 주변이 분주하다....

"아...이대로 일나면, 진짜 민망하고 뻘쭘하고..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10분넘게 고민하다, 아무일 없다는 듯

일어나서, 말끔히 담요를 고이 접어 한쪽으로 치우고,

뒷통수에 꼿히는 간호사의 눈초리를 애써 외면 한 채

유유히 걸어 나왔다..."아....민망뻘쭘..숨고싶어라..."

"그래도 얼어 죽는 것 보단 잠깐 쪽팔리고 목숨은 건졌구만...."

"근데 이제 어디로 가나...?"

마침 동물원의 노래 "혜화동"이 이어폰에서 흘러 나왔고,

자석에 끌리듯 지하철 타러 가서, 노선도를 살폈다.

혜화역에 내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른 채, 돌아다니다 눈에 들어온

서울 대학병원.

"그래 일단은 좀 씻자..."

양치질과 세면을 병원 화장실에서 하고, 혜화동에 뭐가 있는지도

모른 채 돌아다녔다.

(몇 년이 지나고서야 거기가 대학로라는 걸 알게 되었다.)

겨울 아침의 대학로는 그냥 바람부는 길거리였고,

동물원도 없고, 연예인도 없고, 사람들도 없고, 비둘기도 안보였다.

"아...이거 너무한데...나 여기서 뭐하는 거지...? 어...추워.."

주구장창 "혜화동"만 반복 재생으로 들으며,

겨울 아침 찬 공기에 벌벌 떨었다.

처음 만난 펜팔친구

무작정 서울로 오긴 왔는데, 오라는데도 없고 갈곳도 없고...

문득 떠오른 펜팔 친구...

중3때 부터 편지를 주고 받던 서울사는 친구에게 연락을 했다.

부산사는 사춘기 소년은 "서울" 여학생에 대한 막연한 동경과

이상이 굉장히 높았는데, 서울이라는 그 막연한 느낌에, 마치

스스로 체면에 걸린 듯, 자신은 시골 소년이며, 사투리 말투에,

괜히 초라해 보이는 건 아닌가 하는 그런 상태였다.

(부산이 결코 시골이 아니건만, 지금까지 부산 간다고하면,
"시골 잘 다녀 왔어?" 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 한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 빼고 다 시골인 줄 아는 건지...)

아무튼 어쩌겠는가? 갈 곳도 없이 길거리에서 혼자 추위에 떨며

있을 순 없었으니...

"그래...전화 한번 해보자...

올라온 김에 얼굴이나 한번 보는 거지 뭐..."

공중전화기 수화기를 들고 번호를 누르는데,

"여보세요~"

"철커덕"

나도 모르게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역시 손은 눈보다도 빠르고, 내 심장 박동보다도 빨랐다.

다음편에 계속...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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