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25] 돌리도 내 청춘!!!

팀장 : 그러고 보니까 우리 처음 만난 지 15년 된건가요?

쟈니 : 글쎄요…남자와의 만남 일수를 헤아리진 않습니다만…
불편불편…징글징글... ㅎㅎㅎ

팀장 : 입사한지 15년 째니까 맞네요.ㅎㅎ

쟈니 : 와…벌써 그렇게 되다니..그런데 국수는 언제 먹여 줄거요?

팀장 : 5,000원 줄 테니까, 가서 한 그릇 사드셔요…쩝.


(인도며, 중국이며 고생 고생하며 함께 많이도 다녔다)


그는 국내외 자동차 회사의 1차 협력업체의 건실한 기업에서 15년째
일을 하고 있다. 그나 나나 사회초년생 딱지를 못 벗고 있을 때 만나서,
한동안 그와 같이 일을 했고, 5년 전 나는 다른 사업부로 발령받아
그와 직접적인 업무는 더 이상 하고 있진 않지만, 10년 정도 함께
고생하며 해외 출장도 함께 다니고 해서, 사석에선 형동생으로 간간히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쟈니 : 이번에 팀장으로 천안공장에 발령받았다고 들었는데,
여전히 잘나가네요. ^^

팀장 : 안산에 뿌리 박고 은퇴할 줄 알았는데, 천안이라니…에휴…
하긴 뭐 가라면 가고 오라면 와야하는 처지니, 딱히 뭐 거기나 여기나
바뀐 건 없어요.

쟈니 : 하루 일과는 여전합니까?

팀장 : 그렇죠 뭐…

아침 7시 기상, 7시 30분 출근. 출근 도장 찍고, 회사에서 대충 아침
해결하고, 퇴근 시간은 별일 없으면 8시 30분. 집에 오면 밤 9시.
씻고 TV 켜 놓고 보다 보면 어느새 꿈나라.

토요일은 회사가서 현장 둘러보고, 별일 없으면 점심 먹고,
오후 2~3시경 퇴근. 별일 없으면 일요일은 늦잠 자고, TV보고,
뒹굴뒹굴하며 월요병을 맞이하는 날.

그렇게 그는 혼자 자취하며 살아왔다.
양주가 집인 그는, 명절날에도 갈까 말까한 바쁜 생활을 보내는데,
24시간 바쁘게 돌아가는 공장은 휴가기간이나 명절 연휴에 기계
수리나, 새로운 설비 세팅 일정이 언제나 잡혀 있어서, 그는 회사에
매여 살아가고 있다.


(무한반복 중)

팀장 : 입사 초기엔 신입이라서, 대리 과장때는 그야 말로 실무진
이라서, 차장 이후로는 팀장이라서 그렇게 현장에 있어야 하니까요.
자동차회사의 시계에 맞춰서 협력업체들 시계도 돌아가니,
어쩔 수 없죠 뭐.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까, 마흔 넘어서 여전히
싱글을 못 벗어나고 있습니다.ㅋ

쟈니 : 결혼이 뭐 필수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너무 회사에 헌신하는
거 아닙니까? 이쯤되면 헌신이 아니라 희생 수준인데….
7월 부터는 주중 근무 시간을 법적으로 제한을 둔다고 하니까 좀
나아지겠죠?
그나 저나 모아둔 돈은 많겠네요. 어우야….. 쓸 시간이 없으니까…
내가 대신 써주는 것도 한 방법이긴 합니다만…ㅋㅋㅋㅋ (악마의 웃음)

팀장: 오늘 이 술집 골든벨 한번 칠까요? ^^ (근데 손님이 아무도 없다는)
출퇴근 도장은 그렇게 찍어도, 관리직들은 남아서 일하고 있을 겁니다.
대기업들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그들도 탄력근무제다, 자율근무제다
해서 출퇴근 시간 융통성있게 한다지만, 협력업체들이야 그럴 수
있나요. 쉬는 날도 전화 오면 튀어 나가야 하니 큰 의미 없죠.

쟈니 : 법적으로 최소한이라도 규제를 한다니 다행이라 생각합니다만,
정착되려면 시간 많이 걸리겠네요. 그런데, 결혼은 포기한 겁니까?

팀장 : 그렇다고 봐야죠 뭐. 집이란 그야말로 잠자는 곳으로 들락거리는
남편을 좋아할 아내가 어디 있겠습니까? 뻔하죠 뭐. 집에 오면 저는
녹초가 되어있을 거고, 하루 종일 남편 기다리던 아내는 처음엔
안스러워 해주다가, 아이가 태어나면, 육아에 지친 아내와 일에
쩌든 남편…갈등이 생기고, 가족에게 미안해 지고….아시잖아요…
실제로 그렇게 이혼한 직원들 많다는 거…
회사에선 지나가는 말로 결혼해라고 하지만, 연애할 시간도
안 주면서, 남 걱정해주는 척은 하네요…ㅎㅎ

쟈니 : 에이…너무 싱싱한 현실을 안주로 꺼내 주니까 목이 타네요.
한잔 합시다.

둘이서 조촐한 안주에 막걸리 한사발을 시원하게 들이키곤
대화를 이어갔다.

쟈니 : 한 청준 다 바쳐서 일해오고 있는데, 결혼 생각이 없으시다면,
공장장까지 보고 대표이사까지 쭉 가야죠…

팀장 : 한편으론 참 씁쓸한 기분도 듭니다. 마치 이 회사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아서요. 입사한지 7년쯤 됐을 때 사표를 한번 내긴
했는데, 현장에서 쉴새없이 돌아가는 저 기계나, 나나 뭐가 다른가
싶은 생각이 들었었죠. 사표 던지고 다른 곳으로 가봐야 딱히 그
패턴이 바뀔 것 같지도 않고, 그 나물에 그 반찬이니, 이직에 대한
생각보단, 그땐, 그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좀 쉬고 싶었죠.
그렇게 해서 회사에서 내 놓은 게 북경 공장 전근이었고, 자취방과
회사만 왔다갔다 하던 차에, 외국가서 한번 살아보자 싶어서 덜컥
그 미끼를 물었던거죠.



(먼길 왔는데, 막걸리와 전은 미안해서.. 2차는 참치로...)

그는 일 잘한다고 인정을 받고 있었고, 북경에 간 그는 북경의
공장장으로 부터도 인정을 받았다.
그런데 그 북경의 공장장이 안산공장으로 발령을 받아오면서
그를 다시 안산으로 데리고 온 것이었다. 그렇게 1년 반 만에
안산으로 다시 돌아왔고, 다른 동기들 보다 빠른 진급과 인정을
받아가며, 블랙벨트를 따고, 국내외 다른 공장들에 지원을 다녔다.

쟈니 : 어찌 보면, 회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직원의 표본이겠네요.
미혼에 책임감 강하고, 불 났을 때, 언제든 불러내서 불 끄게 할 수
있는 만능 소방관 같은 역할. 이 분야로는 국내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니, 딱히 이직할거라 생각도 하지 않을테고….

팀장 : 마흔 넘고 나서는 이직은 생각도 안 해요. 마음 같아선,
50되면 모아둔 돈으로 세계 일주나 다니면서 살고 싶은데,
그때 되면 몸이 버텨 낼는지….
그렇게 일만 해오다가 갑자기 일 그만 두면 어디 한군데 탈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쟈니 : 지금 어디 안 좋거나 아프거나 한 곳은 없죠?

팀장 : 솔직히 마음대로 아프지도 못해요. 감기라도 걸리면
나만 고생이죠 뭐. 독감 걸렸다고 회사 안 나가는 것도 아니고,
여기저기 일거리 떠넘기려고 눈에 쌍심지 켜고 바라보는
부서들이 많아서…. 그런걸로 싸우기 싫어서 그냥 나서서
제가 합니다.

쟈니 : 크… 그거군요.

팀장 : 아까 이야기 한대로, 누가 집안일로 빠지거나 하면,
그거 그냥 제가 메웁니다. 싱글이니 가볍고 좋잖아요~ ㅎㅎ
그 일이 마무리 되어야 우리 팀에서 이어받아 일을 해 나가는데,
앞 팀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뒤로 갈수록 일정에 밀려서 진짜
피똥 싸니까요.

쟈니 : 아니 그러면 그 팀은 대체 인력이 없어요? 너무하네….

팀장 : 잘 아시면서…. 사회생활이 원래 너무하지 않습니까…ㅎㅎ

쟈니 : 아이고…넉살도 좋으셔라…. 대치동에 학원다니십니까?
넉살좋아지는 법 배우러?

천안으로 전근 후, 모처럼 시간이 남아, 나를 보러 멀리까지
찾아왔다.
주 52시간 근무제를 도입하는 회사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일을 하는 사람들…
그 회사는 이런 직원들이 있기에 매년 성장을 해 나간다.

우리 사회도 그렇다. 능력 좋고, 인기 많은 리더 혼자서 발전시켜
가는 것이 아니라, 묵묵히 그를 따르거나, 또는 두드러나지 않을
지언정, 자신의 자리를 지켜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임을
다하는 이들이 있기에, 그 사회는 지탱되고 유지되며 발전하고
내일을 꿈꾸게 된다.

그가 밤새워 고민하고, 자료를 만들고, 실험을 하고, 좌절해가며,
다른 팀과 함께 만들어 낸 그 결과물로, 우리는 보다 안전하고
편리한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있다. 15년간 자동차의 한 부분이
발전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 봐오고 있고, 그것을 사용하고 있는
1인으로써, 그에게 무척이나 감사하다. 단순히 돈을 주고 어떤
물건을 사는 것 이면에는, 그 물건을 만들어 내기위한, 누군가의
혹독한 고생이 있었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그 자리를 지켜내며 자신의 몫을
해내는 사람들…. 그들이 있기에 내 일상의 편안함도 업그레이드
되어간다.

아울러, 스팀잇에서도, 사용자의 편리함과 공익을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시간과 능력을 발휘해주는 많은 분들과, 자신의 일상과
생각을 정성스레 꾸준히 올려주는 모든 분들께, 이글을 빌어
감사함과 존경의 인사를 올리고 싶다.
진정 감사합니다.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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