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니의 인터뷰#23] 조물주 아래 건물주

  • 노후를 위한 선택

"이번에 새로 지은 건물이라서, 깨끗하고 주차장도 넉넉해서 입주하시면 편하게 쓰실 겁니다. 그리고 윗층엔 보험사가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직원들 왕래도 잦아서 건물이 살아있는 편이죠"

어떤 땐, 내가 하는일이 뭔가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맡은 업무가 분명히 있지만, 연차가 늘어날 수록, 번외의 일을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는데, 그렇다고 그 일이 하기 싫거나 부담스럽지는 않다. 새로운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서, 현장에서 직접 듣는 이야기에, 나름 재미를 느껴서 그런 것 같다.

회사 복지를 위해 뭔가를 계획하는 보스의 의도를 충분히 이해했고, 특정지역의 상권분석과 사무실 또는 상가 임대를 위해 조사를 하라는 특명을 받고, 알아보고 다니고 있는데, 생각보다 공실률이 높다는 것에 조금은 놀았다.


(인근의 노후된 빌딩들 사이에서 돋보이는 신축건물)

무심히 지나가면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지만, 막상 관심을 두고 둘러보니, 여기저기 빈곳이 많이 보였다.

쟈니 : 사장님께선 어떻게 건물주가 되셨나요?

신축 건물 1층에 편의점을 운영하시는 사장님과, 건물을 둘러보고 이런 저런이야기 끝에 궁금해서 물어봤다.

건물주 : 교편을 떠났는데 막상 할게 없더군요. 물려받은 땅이 있었는데, 농사는 못 짓겠고, 땅을 처분해서, 이곳에 건물을 올렸죠 뭐... 편의점 하나 열어 놓고, 아침에 열고, 밤되면 닫아요. 일 안하면 게을러 질것 같아서...

한 평생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은퇴 후, 퇴직금과 땅을 판 돈, 그리고 대출을 끼어 5층짜리 건물을 올렸다고 한다. 노후를 위한 안전 자산으로 건물을 선택한 사례.


  • 자수성가 건물주

그 지역에서 나름 목 좋은 곳의 또 다른 건물...

"작년에 5층을 리모델링 했어요. 원래 카페를 목적으로 넓은 테라스까지 마련 했는데, 나가질 않아서, 실내로 변경했죠. 이 층은 전부 노는 문화시설들로 생각 하고 있어요. 얼마전 코인 노래방 하실거라는 분이 다녀 가셨는데, 분할 해서, 다른 곳은 VR방이나, 키즈카페 같은 것들이 들어 왔으면 좋겠네요"


(층고를 높여 활용도를 극대화 시켰다고 설명 해주시는 건물주)

젊어서 부터 건설업을 계속 해오신 이 분은, 지금은 임대사업을 병행하며 몇 채의 건물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쟈니 : 와~~ 대단 하십니다. 진정 조물주 아래 건물주이신가요? ㅎㅎ

건물주 : 아이고...별말씀을... 건설판이 살벌합니다. 젊어서 돈 떼인 적이 한두번도 아니고, 어렵게 재기했는데, 동업자는 돈을 들고 나르고, 죽을 고비 몇번이나 넘기고 다시 일어서서 이렇게 살지만 아직도 묶인 돈이 장난아닙니다. 겉으로 보기엔 그럴싸 해도, 그럴싸 하게 보이기 위해서 얼마나 고생 했는지...

나름 자수성가한 그는, 성공의 대가가 만만치 않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야 말로 두 주먹으로 맨 밑바닥에서 부터 올라오며, 다치기도, 넘어지기도 했고, 포기 하고 싶은 생각도 여러번 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견뎌냈고, 버텨냈고, 지금 역시 이겨내고 있다고한다.


  • 작지만 실속있게

2층짜리 아담한 건물을 지어, 내 놓은 또 다른 건물주.

그 역시 인근에, 규모는 작지만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하고 있었다.
직접 독서실과 북카페, 무인 코인 빨래방을 직접 운영하거 있다는 건물주...

쟈니 : 아... 몇 블럭 옆의 그 건물..저도 오다가 봤어요. 그런데 여기에 건물을 또 지으셨네요? 부동산 부자이시네요.

건물주 : 작지만, 원룸건물 두개가 더 있어요. 어릴 때 부터 여기서 살았는데, 친척분 중 한 분이 부동산을 하고 있어서, 정보를 빨리 얻었던게 큰 힘이 됐네요. ^^

그는 직장을 다니다 그만 두고, 농산물 유통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허허 벌판이 개발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싼 값에 땅을 조금씩 사두었는데,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되고, 아파트들이 들어서기 시작하자, 유통업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부동산에 뛰어 들었다고 한다.


  • 뉴스나 신문 기사의 건물주의 횡포.

위 세사람 말고 더 많은 건물주를 만났지만,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글쎄요...대도시, 역세권은 그럴지도 모르죠 서로 들어오겠다는 자리니까..."

그랬다. 사람의 심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좋은 기억보다 나쁜기억이 더 오래가고 깊이 각인 된다고 한다.

뉴스나 신문기사에 건물주의 횡포에 대해 나오면, 막연히, 돈 많은 사람이 돈 없는 영세업자를 괴롭히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그런 사례는 실제로도 있다. 죽어가는 상권에 저렴한 임대료로 들어와 가게가 잘 되면 건물주는 임대료를 터무니 없이 올려서 결국 쫓아내고, 건물주나 그의 자녀들이 똑같은 가게를 내게 하는 경우를 종종 듣곤 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입주자들을 가족처럼 여기는 건물주도 있고, 자신의 건물에서 장사하는 가게를 직접 홍보해주거나 지인들을 데리고 가기도 한다. 매출이 좋지 않을 경우엔 임대료를 낮춰주거나 필요에 따라서는 편의시설을 확보해주기도 한다.

"장사 잘되는 업종이 오면 좋죠. 시너지 효과가 대단하니까요. 하지만 가게가 잘 안되면 건물주도 안달이 납니다. 같은 자리에, 간판이 자주 바뀌거나 업종이 자주 변경되면, 사람들은 이곳이 장사가 안되는 곳이라 생각하니까 안 들어오려고 하죠. 그래서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데리고 와서 가게 홍보도 하고 매상도 올려주고합니다. 나름의 고객관리인 셈이죠"

쟈니 : 주변에 생각 보다 공실률이 높던데, 왜그런가요?

건물주 : 너무 많아요...뭐든...음식점, 커피숍, 편의점, 미용실, 병원, 사무실 등등...

소비자 입장에선 좋을 진 몰라도, 건물주 입장에선 속이 탄다고 한다. 그나마 소비인구도 줄어드는데 신축건물은 계속 들어서서, 예전의 호황은 못누린다고 한다.

건물주 : 양극화가 심해지겠죠. 역세권은 살아나고, 비역세권은 죽어가는...집사서 돈벌고 건물지어 부자 되는 시대는 앞으로 점점 더 어려워 질겁니다..

그랬다. 소비인구. 즉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다. 고량화가 가속화 되면서 소비도 위축된다고 하니...

그런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건물에 들어와 어렵게 영업을 해 나가는 사람들을 이해하고, 서로가 윈윈할수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규모의 차이겠지만, 대부분이 전재산을 걸고, 누구는 건물을 지어서, 누구는 건물 한켠을 임대받아,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고있다.

서로 다른 입장일 순있겠지만, 제 3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시선으론, 공생하며 서로가 힘이 되어야 함께 살아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분야든, 심지어 우리가 하고 있는 스팀잇이라는 곳도, 규모의 차이, 입장의 차이는 분명히 있지만, 공존하지 않으면 안된다.

최근 붉어진 대한항공의 갑질... 구성원을 함부로 대하면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그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우린 잘 알고 있다. 개인대 개인, 조직대 조직의 융화는 얽히고 섥힌 유기체와 같기에,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다시금 주목받는 이유가 아닐까?

최소한 내가 만난 작은 소도시의 10명에 가까운 건물주들은 내 선입관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다. 그저 돈 많고, 세를 받으며 한가로이 유유자적 살 줄만 알았던 건물주....천만에...
나름의 사연들과 어려움을 이겨낸 사람들이었고, 지금도,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었다.

금수저로 태어나, 물려받은 재산으로 고생이란 걸 모르고 살면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그 누군가처럼,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식이 통하고 합리적이며, 따뜻한 심장을 가진 사람들일 것이라 믿는다.
(좀 더 확고한 믿음을 위해 기분 좋은 뉴스도 많이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뜻밖의 특명에, 전혀 다른 분야의 사람들과 나눈 많은 이야기...
또 다른 삶의 공부가 된듯하다.


멋진 손글씨 만들어주신 @sunshineyaya7 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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