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친구를 잃었다.돈도잃었다.다잃었다.죽고싶다

고등학교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있었다.
2학년. 이제 수능준비라며 정신이 얼빠져있을때, 함께했던.
우린 항상 붙어다니며 울고 웃었다.
비오는날 야자시간 땡땡이치며
운동장에서 홀딱젖으며 축구도 미친듯이 해보고.
게임방에도 같이 나가 밤새 키보드도 두드려보고.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위로한답시고 같이 몰래 술도한잔 해보고.
어머니 아프실때 같이 울어도 보고. 어깨도 서로 두드려줬던..
약 1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내옆에 가장 가까웠던 친구가 있었다.

작년 여름.
이제 갓 대학병원에 들어간 나는 하루온종일 멘탈이 탈탈털려가며 일을 배우고 있을때였다.
친구녀석에게 전화가 왔다.

"야. 나다. 술한잔하자."

어찌저찌 쉬는날에 맞춰 그녀석을 만났다.
그리고 우린 여느때와같이. 과거에 그랬던것처럼. 아무말 없이 술잔을 기울였다.
우린 그저 말없이 있어도 전혀 어색함이 없었던 그런 사이였다.

술이 한잔 두잔 기울다 보니,
벌게진 그녀석의 입에서 고민거리가 튀어나왔다.

임마, 돈좀 빌려주라.
먼돈이여 ,
있다, 필요하게됬어. 나중에 꼭 갚을게.

그이상의 질문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하기 싫었다.
오죽 힘들었으면 이야기 했을까.

그날, 나는 내가 일하면서 모아논 돈들을 전부 그녀석에게 보내줬다.

새끼. 여유되면 조금씩 갚아라. 물론 2배로.ㅎㅎ

그 뒤로도 우린 자주 얼굴을 봤다.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스케줄 표를 보고 미리 쉬는날 맞춰서 여행도 갔다오고.
비오는날 막걸리가 땡긴다며 포장마차서 막걸리도 한사발땡기고.
우리가 언제나 그래왔던 것처럼.

근데
이녀석이 얼마전부터 연락을 받질 않는다.
내가 대학병원을 때려치고 힘들때 술한잔 하려고 전화를 해도 받지않고.
엇그제 잠깐 요양병원에서 알바하고 받은 수당으로 술이나 한잔 할려고해도 연락이 안된다.

혹시나 무슨일이 있나 싶어 카톡메세지를 하나 남겼다.

새꺄. 바쁘냐. 술이나 한잔하게. 알바하고 지갑 빵빵하다. 치맥고고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숫자의 1이 사라지지 않는다.
정말 무슨일이 생긴걸까.
아픈걸까. 새끼 말좀하고 아프던가.

대수롭지않게 핸드폰을 덮어두었다.
그러다 페이스북을 돌려보던 나는
그녀석이 여느때와 같이 재밌게 놀고있는 사진이 업로드된걸 봤다.

새끼 아픈건 아닌갑네.

내일 술이나 한잔 하자고 전화한통을 때렸다.
하지만 받질 않는다.
카톡 메세지 하날 남겼다.

새꺄 연락이안되냐. 내일 술 ㄱㄱ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다른친구에게 이녀석의 소식을 물어봤다.

아, 김XX 그새끼 주식하다가 깡통차고 지금 돈빌리러 다니나본데.ㅋㅋ 엇그제 전화왔었다.

하.

그녀석에게 카톡하나를 더 날렸다.

새꺄. 술이나 하자니까 왜케 연락이 안되냐! 무슨일있냐!

이 카톡을 보내고 그동안 박혀있던 숫자 1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내 답장은 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여전히...

아. 이제야 아다리가 맞았다.
물론 100% 확신할 수 없지만, 그래도 본능적인 감각으로 이녀석이 갑자기 잠수탄 이유가
얼추 추측이 되었다. 돈문제 말고는 나를 피하고, 잠수 탈 이유가 전혀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였고, 그냥 버리는 셈치고 내 전재산을 빌려준건데.
고작 우리 우정이 그 몇천만원 남짓한 값어치 였다는게 어이가 없었다.

작년부터 해서 서너차례 더 빌려줬다.

그래도 언젠가는 다시 연락이 올것이라는 희망은 가져본다.
그 몇달 일해서 벌 수 있는 돈에 버릴 우정이 아니라고 믿는다.

아무튼 하..

믿고싶진 않지만
난 친구를 하나 잃은것 같다.

가슴 한켠에 그녀석에 대한 믿음은 조금 숨겨놓기로했다.
이정도면 난진짜 대천사 인것 같다. 미카엘...하..

그래도 나도 사람인지라... 내 본심을 표현하자면...
아씨.. 내 퇴직금.. 거작 내 연봉만큼을 그녀석에게... 친구라는 담보로 빌려줬건만...

돈거래는 친할수록 하지 말라는 옛말이 떠올랐다.

가슴이 시리다.

가장 친했고, 10여년간에 추억이 한순간에 박살났다.
앞으로 사람을 못믿을 것 같다.
내 친구를 잃었다.우리의 추억을 잃었다. 1년간 개고생하며 모아논 돈도 잃었다.
믿음이 컸기에 배신감도 더 큰것 같다. 아니 졸라크다.


짜증난다.
정말로.

자야겠다. 소주한병 더먹고. 생각에서 지워야겠다.
사람은 너무 충격적인 일을 당했을때 그것을 의도적으로 지우려고 한단다.
내 잠재의식속에 파묻어 버리고싶다. 그리고 죽을때까지 영원히 파묻어버리고싶다. 꺼내지않고.

너무 가슴이 아파서. 이야기 할 곳도 없고.
스팀잇에 하소연이나 해봤다.

아,
개새끼야
미안하단 한마디면된다. 솔직하게 이야기만해주면된다.
돈 까짓거 노가다라도해서 벌면된다. 제발. 연락한번만다오.
미안하다고한마디만하면돼..이새꺄..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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