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필요가 없어요.

우리 가게에 자주 커피를 마시러 오는 초딩5학년 딸을 둔 엄마가
아침에 가게를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가게에 들어서면서
"언니, 시원한 아이스 바닐라 라떼 한 잔 주세요."
"아침부터 아이스 먹고 싶어?"
"울 딸래미랑 한바탕 했더니 열이 나서요"
딸은 생각이 없어서 보기만 해도 천불이 난다고 했다.
이유인 즉,
지난주 일요일에 머리를 감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 머리를 감는다고 했단다.
"너는 머리가 가렵지도 않았니? 더럽게시리... 빨리 목욕 깨끗하게 하고 나와!"
목욕하러 들어간 딸의 욕실문을 들여다보니
안경을 끼고 머리를 감고 있더란다.
헐~ 어이가 없어서 소리소리 지르고 뭐라해 놓고 나왔다고 했다.
나온 아이에게 세수를 했냐? 이는 닦았냐?고 하니까 머리만 감았다고 한다.
엄마가 특별히 말을 하지 않아서 다른 것은 하지 않았다며 뭐가 문제냐는 반응이었다.
그래서 아이에게 폭언을 하고 화를 내고 나왔다고 했다.

화가 또 올라 오는지 씩씩거리며 이야기를 계속 이어갔다.
그러면서 둘째랑 비교가 시작 되었다.
큰아이는 아무런 욕구도 없고, 장점도 없고,
축 처져서 어떤 일이든 흥미도 없고 하고자 하는 일이 없으며 자존감도 바닥이라며 걱정이라고 했다.
아이가 자신에 대해서
못생겼고, 잘하는 것도 없으며, 아는 것도 없고, 장점도 없는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어쩌면 좋겠냐며...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의 생각이 진짜 아이의 생각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심어준 부정적 가치관이 아이의 생각이 되지 않았을까?
나는 엄마에게 큰아이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없는데... 착한거요?"

한참을 아이 이야기를 주고 받다가
숙제를 내줬다. 엄마도 아이의 장점에 대해서 적어보고
아이에게 자신의 장점 20가지를 써보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몇년전 나의 남편도 아이의 장점이 착한거 외 단 한가지도 없다고 해서 많이 속상해서 싸운적이 있다.
우리 아이에게 자신의 장점을 천천히 적어 보라고 했다.
아이가 적은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53가지나 적어 놨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장점을 그렇게나 많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에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더 많이 상처주고 힘들게 하고 있지는 않을까?

아이 엄마는 한참을 이야기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와 화해도 하고 장점도 적어보기도 하겠다며 간다고 했다.
"언니!!! 고마워요~"
"뭐가 고마워?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돈도 필요 없어요. 여기에 오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늘가져가요."

헐~~~
내 가게에 오면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을 얻어서 간다니...
이 보다 감사한 말이 또 있을까?

카페는 그녀가 간 이후에도 손님들이 계속 오는 바람에 매우 바빴다.
그런데 오늘만큼은 하나도 힘들지가 않았다.
감사한 마음이 마음에 가득 차서
하루 종일 손님들에게도 다른 날보다도 친절하게 응대했다.

손님들이 빠져나간 이 시간
삶에 감사하며, 이러한 감사함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해야겠다.
지금 나는 그녀가 아침에 먹었던 아이스바닐라 라떼를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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