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어도 가난해지는 돈의 비밀

조금 이상한 일이 있다. 경제는 항상 성장해가는데, 내 지갑은 점점 비어 간다. 예전에는 500원이었던 아이스크림도 지금은 1500원이다. 그렇다고 내가 버는 돈이 많아진 것도 아니다. 예전보다는 많을지 모르겠지만, 물건값이 더 비싸다. 우리는 흔히 경제적으로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건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나름의 ‘화폐의 비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나는 10살 때, 500원 동전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런데 지금은 1500원이다. 500원 동전 3개가 필요한 셈이다. 동전에 적힌 값에 해당하는 만큼 아이스크림을 먹었는데, 지금은 달라졌다. 10살 때 아이스크림과 지금의 아이스크림은 다를까? 왜 같은 물건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값이 오를까? 우리는 이 때 수요와 공급을 생각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스크림의 원료가 점점 줄어들어서 지금은 아이스크림을 만드는데 더 많은 돈이 들기 때문이라고 경제학자는 설명한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넌센스다. 통계결과를 확인하지 않아도, 인류가 아이스크림의 원료가 희귀해질만큼은 아니다. 지구상에 아이스크림을 만들 재료가 점점 부족해져서 값이 오른다고 믿는 게 더 바보 같다.

이번에는 은행이다. 은행에 나는 100만원을 예금했다. 이 금액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하지만, 은행은 예금액을 빌려줘서 수익을 번다. 내 100만원은 은행창고에 있지만, 그 누군가에게 은행은 다시 대출해준다. 대출자는 100만원을 가지고 더 큰 돈을 만들어 은행에 100만원과 이자를 지급한다. 그리고 나도 예금의 일부에 대해서 이자를 받는다. 결국, 여기에는 돈을 맡기는 나와, 예금을 대출해서 돈을 버는 은행, 그리고 투자자가 있다. 여기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실제로, 은행은 맡은 예금의 10%정도만을 현금을 갖고 있는다. 고객이 인출할 때는 대비해서말이다. 나머지 90%는 대출하여 수익을 얻는다. 이때, 내 통장에는 100만원이 있다. 그리고 은행은 그 100만원 중 90만원을 투자자에게 주었다. 투자자의 통장에는 90만원이 있다. 은행은 분명 100만원만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새 90만원을 더 만들어서 투자자에게 빌려준 것이다. 즉, 은행의 총 보유액은 100만원에서 190만원이 된 셈이다. 이 90만원이 생긴 비밀이, 우리가 지금 더 비싼 가격을 주고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유와 연관이 있다.

이제 나와 투자자는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구매했다. 전에는 500원이었지만, 투자자도 돈이 많아졌기 때문에 풍족하게 구매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가게에서는 기존에 10개만 판매했는데, 지금은 10개 모두 다 팔려서 더 필요해졌다. 투자자가 90만원을 들고 왔기 때문이다. 결국, 10개의 아이스크림은 더 비싼 가격을 주는 사람에게 팔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크림은 10개인데, 원하는 사람은 2명이고, 돈은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은행은 또 다시 돈을 불렸다. 더 많은 투자자에게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하는 수 없이 은행은 첫번째 투자자 돈의 10%만 남겨두고 나머지 90%인 81만원을 빌려주었다. 다시 돈은 증식했다. 81만원을 가진 투자자도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 왔다. 그런데 10개의 아이스크림을 두고 세 사람은 싸울 수밖에 없었다.

아이스크림의 가치는 이전과 다름없었다. 하지만,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은행이 돈을 빌려주기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는 돈은 100만원뿐이었다. 100만원을 가지고 서로 교환했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가게주인도 더 많은 화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돈이 271만원이 되었다. 약 3배나 불어났다. 교환되어야 할 돈은 많아지고, 아이스크림의 수량은 여전히 10개이니 아이스크림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종이지폐를 내야한다.

그렇게 되면, 100만원을 예금한 사람은 가만히 있더라도, 가난해지지 않을까? 예전에는 500원이었는데 지금은 더 많이 내야하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화폐의 힘이 점점 약해지는 것이다.

만원 지폐는 하나의 문서이다. 이 문서를 보여주면, 만원에 해당하는 만큼의 물건을 주는 계약서와 같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내가 아파트 하나를 구매하는 계약을 했다. 그러면 당연히 아파트 하나에 계약서 하나다. 그 계약서 하나를 주면, 아파트를 얻게 된다. 간단하다. 그런데, 이 계약서를 무단으로 두 장을 더 만들어냈다. 세 장 모두 같은 계약서이다. 계약서 하나가 아파트 하나를 보증했는데, 아파트는 여전히 하나인데 계약서만 늘었다. 나머지 두 계약서는 무엇을 보증하는가? 아무것도 보증하지 못한다. 결국, 계약서 하나로는 아파트를 구매할 수 없다. 세 장이 필요하게 된 셈이다. 아파트의 가치는 여전하지만, 계약서의 가치는 하락했다. 그래서 지금은 아파트 구매를 위해서 계약서 세장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이는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화폐(즉, 지폐)를 누가 찍는가? 중앙은행에서 찍어서 발행한다. 그런데, 그 발행된 지폐는 물물거래에 있어서 계약서와 마찬가지이다. 만원에 만원만큼의 가치를 갖는 물건을 교환한다. 그런데, 이 지폐는 아무런 보증도 없이 증식하고 있다. 화폐는 증식할 수록 그 가치를 잃을 것이다. 우리의 돈은 지금도 그 가치를 잃고 있다. 언젠가 화폐가 사라질 날이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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