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曰: 난 거짓말쟁이가 아니에요.

안녕하세요. @hkkim1030입니다.

오늘은 태풍 포스팅이 아닌 기상청에 관련된 포스팅을 해보고자 합니다.
먼저, 제 글이 기상청의 입장을 대표하는 글이 아님을 밝힙니다.


저는 수년간 기상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 기상관련 연구를 한다고 할때,
"기상청은 왜이렇게 날씨를 틀리죠?" 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생각을 할 수도있습니다.

네이* 에서 기상청의 검색결과를 살펴보겠습니다.

엄청난 욕이 매일매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가기관중에 이만큼 욕을 먹는 기관은.. 아마 없겠죠?

이정도로 욕을 먹었으니, 기상청은 아주 오래오래 존재할것 같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변명없는 친구를 위해, 제가 대신 몇 가지 변명을 해주고 싶습니다.


날씨를 어떻게 예측할까요?
예전 어르신들은'무릎이 아파.. 내일은 비가 올것같아' 와 같이 경험적인 방법을 사용하여 날씨를 예측했다고 합니다.
이는 비구름을 품고있는 저기압이 다가오면, 관절내 압력 변화로 인해 아픔을 느끼는 매우 과학적인 방법이었습니다.

현재는 어떤 방법을 사용하여 날씨를 예측할까요?
'가짜 지구'를 만들어 날씨를 예측합니다.
'가짜 지구'라니??!!

기상 현상을 유발하는 대기는 유체입니다.
유체의 움직임을 지배하는 몇 개의 방정식 (governing equation)이 존재하고,
이 방정식들의 조합으로 '가짜 지구'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이 '가짜 지구'수치예보모델 (Numerical forecasting model)이라고 부릅니다.
이 가짜 지구에 현재 상태 (온도, 습도, 바람 등)를 입력하게 되면, 앞으로 몇 시간 혹은 몇 일뒤의 날씨를 예측하게 됩니다.

기상청에 존재하는 매우, 엄청, 많이 비싼 슈퍼컴퓨터수치예보모델을 작동시키기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가짜 지구'슈퍼컴퓨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날씨 예보를 실패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너무 작은 우리나라의 크기 입니다.

'수치예보모델'은 아래 그림처럼 지구를 조각내고 각 교차점에서 지배방정식을 풀어 날씨예측을 수행합니다.

혹시 저 그림에서 우리나라가 보이시나요??
정말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한 격자에도 포함되지 않을정도로 너무나도 작습니다.

신나게 슈퍼컴퓨터를 돌려도, 소용이 없죠.

당연히, 저 격자크기(해상도)를 줄여 우리나라에도 몇 개의 교차점을 만들고 싶지만,
그것또한 쉽지 않습니다.

격자크기가 줄어들수록 더 많은 하드웨어, 더 좋은 슈퍼컴퓨터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지금 기상청이 보유하고 있는 '가짜 지구'격자크기0.3도 정도 입니다.
우리나라에 9개 정도의 격자가 존재하겠네요.

또 하나의 변명거리는 우리나라 전용 수치예보모델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재 기상청에서 사용하는 수치예보모델영국에서 수입해온 UM (Unified model)입니다.
(중국, 일본, 미국 등 대부분의 국가자국 수치예보모델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개의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는데 상당히 많은 비용이 소모됩니다.
과학기술 지원에 인색한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만들어진 모델을 저렴한 가격에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보통 수치예보모델은 각 나라에 맞게 튜닝(?)해서 사용하는데,
자체개발한 모델이 아니기때문에, 튜닝한계가 있고 이는 날씨 예측의 정확도를 하락시깁니다.

정말 다행히, 2014년경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KIAPS; Korea Institute of Atmospheric Prediction Systems)이 발족되어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수치예보모델을 만들고 있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핑게 없는 무덤 없다고 하지만,

부디 이 글을 보시고,
기상청 욕을 조금만 줄여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2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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