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세상 속에서

이틀전쯤에 @kmlee 님의 포스팅을 읽었습니다.
이틀 간의 호흡이라는 글인데요.

이 글에서 저의 눈길을 확 잡아 끈 문단이 있었습니다.

메모를 토대로 글을 쓰려고 시도 할 때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은 실패한다. 좋은 소재란, 좋은 표현이란 그 자체로 좋은게 아니라 이를 살릴 재주가 필요하다. 순간 번득이는 심상은 누구에게나 있다. 메모하는 습관을 강조하는 이들은, 이 번득이는 심상을 놓치지 않고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정말로 어려운건 그 심상을 문자로 기록하고 후에 풀어내어 그 심상을 살려내는 것이다.

저는 어릴적 기성세대 분들에게 메모의 중요성에 대해 귀에 가시가 박히게 듣던 때가 있었습니다.

"항상 무언가를 잊지않도록 메모하는 습관을 길러야한다."

예, 메모 자체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머릿속에서 아무리 좋은 기억력으로 저장하려해도 어느샌가 풍화되어 버리니까요.

이 글을 읽기전부터 저는 스팀잇에 글을 쓰기위하여 항상 번뜩이는 생각을 메모장에 써왔습니다.
하지만 며칠지난뒤 글을 쓰기 위하여 메모장을 켜면 언제나
"이 글을 내가 무슨 생각으로 썼더라?"로 맺어집니다
그 아이디어에 대해 글을 쓰라면 쓸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글을 써놓고 보면 어딘가 아쉽고 어딘가 부족해보이기 일쑤입니다.

정말로 어려운건 그 심상을 문자로 기록하고 후에 풀어내어 그 심상을 살려내는 것이다.

kmlee님의 글에서 제가 감히 핵심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심상이나 아이디어를 맛깔나게 살려내는것.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로 하여금 재밌게 읽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
저는 이 두가지를 제일 요점으로 삼고 글을 쓰지만, 어느샌가 그 맛을 살리기는 커녕 좋은 원재료에 엉뚱한 조미료를 쳐서 손님에게 엉터리 음식을 대접하는 3류 요리사가 되고 맙니다.

제가 kmlee님께서 글을 통하여 전달하려는 요지를 다소 어긋나게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 글을 읽고난 뒤 고단한 현실을 마주보는 것을 잠시 외면하고 저만의 세상에서 풍부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새로움을 얻고자 저는 요즘 일단은 멀리 걸어가보기를 하고있습니다.
아무런 목적없이 집을 나서서 처음 보는 골목길을 걸어간다던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옆동네를 갔다오곤 합니다.
그러면 어느샌가 머릿속엔 한 편, 두 편의 단편소설이 써내려져 갑니다.
좁은 골목길 사이의 작은 돌계단 위의 화분들이 빼곡히 들어선 작은 화원과 그 위를 헤집는 길고양이에 대한 글,
폐지와 박스로 가득한 리어카를 끌고 어디론가 향하는 어르신에 대한 글,
자판기에서 갓 뽑아낸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담배 한 대를 피우는 학생에 대한 글.

너무나도 방대한 소설들을 머릿속에 켜켜히 써서 쌓아둡니다.
한 골목 골목마다 소설들이 쓰이기에 잊지 않으려고 붙잡아도 어느샌가 더 새롭고 자극적인 영감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그 새로움으로 덮어내고 잊어버리게 됩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제일 새로히 써낸 글을, 기억에의하여 풍화되버린 글들을 조각조각 맞춰 집에와서 글을 써보면 어느샌가 걸출한 옴니버스 장편소설이 되어있습니다.
다른분들에 비하면 아직 글쓰는 솜씨가 풋내기에 불과하지만 점점 발전해나가는 제 감수성에 혼자서 감탄을하며 심취하곤 합니다.

익숙함에 찌들어서 새로움을 받아들이려는 마음을 어느샌가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또한 익숙한 것들을 그 익숙함에 제가 다 안다고 생각하고 글로써 풀어내려하면 맛을 살려내는 방법이 서툴러서 맛없는 글을 써내려갔죠.
kmlee님의 글로써 저 나름의 새로운 취미와 좋은 버릇을 얻게 되었습니다.
요 3일간 조금의 과장을 보태어 길가에 굴러다니는 전단지에도, 덤프트럭의 덜컹임에 조금씩 새어나오는 흙더미에도 저만의 단편 소설을 쓰고 지우고 쓰고 퇴고하고 하는 '재밌는 놀이'가 생겼으니까요.

글을 쓰는 욕심이 생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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