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전선을 가다] 건설 일용직 늦은 1일차 후기

안녕하십니까? @hjk8596 , Pohan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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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길은 너무 춥네요.

원래 일 끝나고 글을 쓰려 했으나 온몸이 근육통으로 쑤셔서 자판을 두드릴 힘도 없었어요 ㅠㅠ

그리고 일을 구하고 일 하면서도 서러웠던 점이 많았네요.

- 구직 과정



새벽 5시쯤 집에서 나와 인력사무소를 향해 갔습니다.
하지만 제가 지금 사는 하단에는 무슨 일인지 찾아간 인력사무소들이
모두 문을 열지 않아서 , 옆동네인 당리까지 걸어갔습니다.

아침도 먹고 나오지 못한 상태여서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 해치우고 옆 동네 인력 사무소 도착하니 아직 열리지 않은 사무소 건물 앞에 많은 어르신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사무소가 열리길 기다리는 무리중에서 20대는 저뿐이더라구요.
되게 신기했어요.

사무소의 문이 열리고 안에 들어가서 신분증과 안전보건교육 이수증을 내어 접수하는데
갑자기 제 나이를 보시곤 군필이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저는 어차피 공익이라 상관없다고 말씀드렸지만 다짜고짜 안된다고 하시길래 저는 당장 내일의 생활비가 없음에 호소하고 딱 하루만 일하는 조건으로 건설현장에 배정받았습니다.


- 작업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 한 인부 분이 오셔서 '교통 정리할래 아니면 자재 옮길래?' 물으시길래 저는 자재를 옮긴다고 하고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간단한 아침밥이 나오길래 아침을 먹고 바로 여기저기서 부르는 소리에 헐레벌떡 안전모를 쓰고 작업 현장으로 나갔습니다.

비계(?) 라고 부르는 높은 곳에 작업할 떄 쓰는 발판 같은 것의 설치를 돕고 바닥에 널브러져있는 못과 자재등을 치우고 배선 작업 하시는 분에게 불려가서 이것저것 도와드리며 정신없는 아침을 보냈습니다.

칼바람을 맞으며 코가 얼어 콧물이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작업하다보니 어느새 점심이더군요.

- 점심 이후



점심 시간이 되자 점심을 먹으라고 인부들께서 부르셨지만 강도높은 작업으로 먹을 기운이 나지 않아 점심동안 한숨 자러 컨테이너 건물 안에서 한 숨 잠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한 숨 잔것은 크나큰 실수였습니다.
잠시 자고 일어났는데 피로가 풀리지 않고 온몸이 쑤시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제 작업 속도는 아침에 비하여 느릿느릿해졌으며 인부분들께서 답답함에 꾸중식의 고함을 치시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짐이 되지 말자고 생각하여 이 꽉 깨물고 깡으로 작업을 하였죠.
정신없이 작업을 하면서 제가 무얼 했는지도 기억이 잘 나지 않을정도 였습니다.

한 다섯시가 되자 작업이 끝나게되어 집으로 터덜터덜 돌아오는길에 근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하나를 억지로 입에 쑤셔넣듯이 먹고 집에 오자마자 씻는둥 마는둥 씻고 곯아떨어졌습니다.

- 그 뒤



자고 일어나니 폰을 켜서 제 은행 어플을 켜보니 돈이 들어와있더라구요.
원래 생각하던 돈보다 만원 정도가 없길래 사무소에 전화를 해보니 인력 소개 수수료? 같은 돈으로 약 10퍼센트를 뺀 금액이라더군요.
내 피같은 만원...


- 오늘은 왜 일을 못했나?



오늘은 일을 못하였습니다.
오늘도 새벽에 나와서 인력소를 찾아 두리번 거리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지더군요.
그래도 일 하는데 지장은 없겠지 싶어서 비를 맞아가며 한시간동안 사무소를 전전하였습니다.
첫날 일했던 곳에 가서 한번 더 사정 사정하면 일할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옆동네로 발걸음을 향하던 순간 시장 골목에서 살얼음이 낀 빙판길을 밟고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처음엔 별로 아프지않아 툭툭 털고 일어나 다시 걷는데 한 2,3분 걸으니 갑자기 걸을때마다 엉덩이쪽에서 삐걱삐걱 거리면서 꼬리뼈부분이 아프기 시작하더라구요.

뭔가 잘못됐다 싶은 생각에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이 상황이 뭔가 서럽더라구요.

어린 나이와 미필이란 이유로 일은 주지도 않으려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 전재산을 털어서 산 안전화가 너무 아깝고,
쑤시는 몸을 거느리고 나갔더니 빙판길 밟고 넘어져 몸만 다치고...

눈물이 나오더군요.


온열 찜질기 같은것을 기대할 수 없는 자취방이라 빈 생수통에 조금 따뜻하게 데운 물을 가득담아 하루종일 엎드려서 허리와 꼬리뼈에 대고 있으니 조금 낫네요.



생계비 벌기가 이렇게 힘드네요.
차라리 현역이어서 군대를 입대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되지도 않는 푸념이 머릿속을 뒤덮네요.

일단 오늘은 쉬고,
내일은 일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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