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의 세상에서 문과(文科)가 살아남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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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인들과 블록체인 토큰에 대한 간단한 독서 모임 시간을 가졌었는데, 그 때 참석해 주셨던 Microsoft 의 Software Engineer 한 분과 우연찮게 귀갓길을 함께 할 기회를 가졌던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방향이 같았던 관계로 염치 불구하고 힝고마스터가 그 분의 차를 얻어 탄(...) 것이지만) 그 때 블록체인 플랫폼의 이용에 대하여 "현재 블록체인 플랫폼이 완전히 대중화되기에는 유저 인터페이스의 난이도가 너무 불친절한 것도 있고 난이도가 높은데, 이를 해결할 수 있겠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분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 문제는 개발자들이 조만간 다 해결할 것입니다." 였다.

We are useless, just shut up and bring me some popcorn


그러니까 이 머리말은 무슨 뜻이냐면, 이제 블록체인 세상에서는 더 이상 문과(文科)적 '해설자' 가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나의 경우 현재 약간의 수학적 두뇌가 필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뼛속까지 문과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Phython 을 조금 다룰 줄 아는 것이 전부이고, 그 흔한 데이터 크롤링조차 제대로 할 줄 모른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 모든 사람을 P2P 로 연결하여 거래비용을 낮추고 1BTC가 100만 달러가 되는 그 세상에서는 문과는 과연 아무런 할 일이 없는 것일까? 배트맨에게 물어 보면 답이 나올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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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문과에겐 기초적인 수준의 코딩도 거의 초능력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문과는 블록체인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가 없는 사람들일까? 오, 물론 당연히 그렇지 않다. 또한 '그렇지 않은 이유' 를 여기 스팀잇 플랫폼이 훌륭하게 증명해 주고 있기도 하다. 사실 저 위의 그림은 그저 웃기기 위한 것이고, 사실 저 그림에서 배트맨의 원래 대사는 "우린 용기를 나눌 수 있어,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 라는 아주 멋진 대사였다. 그렇다면 고작 크롬 브라우저와 구글링으로만 컴퓨터를 이해할 수 있는 우리들은 과연 스팀잇과 블록체인의 세계에서 무엇을 나누고 어떠한 것을 줄 수 있을까? 또한 이것이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려면 어떠한 플랫폼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인가?

Anchors Away


블록체인은 분명히 '이과적 현상' 으로 정의할 수 있다. 왜냐 하면 블록체인은 이전까지의 경제에서 효율성의 문제로 인해 필수적으로 남겨 두어야 했던 거래비용이나 중간자의 존재를 컴퓨터를 활용해서 제거하는 하나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블록체인은 그렇기 때문에 '경제적 현상' 으로써도 정의될 수 있다. 기존 경제의 구조를 뜯어고칠 수 있는 Tool 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널리 쓰이는 '도구' 는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하는 조건이 있다. 이러한 조건들이 갖추어지지 않는다면 그 도구는 팔리지도 않고 버려지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있을까?

  • 접근성 : 즉 이해하기가 쉽고 능숙하게 사용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인류의 경제 활동에서 가장 접근성이 높은 활동은 '대면 경제활동' 이었다. '비대면 경제활동' 은 숙련되면 난이도가 낮지만 비숙련자에게는 기술적인 장벽이 있다. 50대 이상의 중/노년층이 아직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 뱅킹에 서툰 것은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 대중성 : 많은 사람들에게서 쓰임을 받지 못하는 도구는 도태된다. 풍부한 내수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일본의 소형가전이 갈라파고스화된 것은 하나의 좋은 예시다. (물론 그 장벽을 넘어간 것도 있다. 닌텐도의 게임기이다. 물론 스마트폰 세상에 대한 대비를 미처 하지 못한 탓에 도루묵이 되어 버렸지만) 기본적으로 경제적 플랫폼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에게 지지를 받지 못하는 플랫폼은 반드시 도태될 것이다.

  • 창조성 : 도구는 도구 자체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도구는 그 자체로써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블록체인이 근본적으로 경제적 플랫폼이기 때문에, 현실 경제에서 돌아가는 수많은 메커니즘과 연결이 가능하다. 장기적으로는 시장경제에서 발생하는 거의 대부분의 Transaction 에 적용이 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디지털 플랫폼이 Coverage 하기 어렵다고 생각되던 법률이나 행정 분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블록체인 알고리즘과 보안의 정교화라는 본질적 특성의 강화 하나만으로는 달성하기가 어려운 특성들이다. 기본적으로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은 정교한 알고리즘이 당연히 전제되어야 하겠으나, 정작 사용자 접근성의 경우 UI나 웹 최적화, 플랫폼 내에서의 평균적인 동작의 횟수 등 겉으로 드러나는 부분에 많이 좌우가 되게 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은행 앱을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출금 1회를 위해 공인인증서 로그인 > 계좌 비밀번호 입력 > ARS 추가인증 > 보안카드 번호 입력 > 다시 공인인증서 비밀번호 입력 이라는 길고도 복잡한 과정을 설정해 놓으니 웹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일수록 액세스가 어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용자 접근성의 증진을 위해서는 아직 '문과적'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블록체인은 아직도 초기 단계인 기술이기 때문에 사용자들의 내부 동작 등의 데이터 수집 및 분석이 필수이다. 이 과정에서 경영학의 마케팅적인 요소나 소비자행태, 심리학 등의 다양한 요소가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블록체인은 대중화가 가능하다. 기존의 경제 메커니즘이 특정한 Theme 을 플랫폼을 통해 구현하는 것 이었다면, 블록체인은 이 둘을 뒤집어 놓은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플랫폼을 기존 경제 메커니즘의 구성요소에 앵커링 시키는 부분 역시 마찬가지이다. 일전에도 한 번 포스팅으로 작성한 적이 있었지만, DPOS 합의 알고리즘은 주식회사의 지분증권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그러나 DPOS 합의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한 주식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문제의 해결이 필요하다. 실제로 주식회사가 법적으로 갖추고 있는 요건을 DPOS 알고리즘 상에서 모두 구현할 수 있는지, 세금의 문제는 없는지, 주주와 사용자와 투자자의 지위는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 등 거의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밟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바로 법률가와 경영전문가, 펀드매니저 등이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사람들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이해는 있어야 하겠지만.

We can share our courage, We can give them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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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블록체인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취약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필요하다.

이전까지의 경제에서는 플랫폼이나 생산 수단이 경제를 움직이는 엔진의 역할을 했다면 블록체인 플랫폼은 이를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차 말씀드려 온 바이지만 블록체인은 아직 초기 단계이며,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고 상당히 취약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발전시키려 오늘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물결 상에서 컴퓨터를 잘 다룰 줄 모르는 사람들이 낄 자리는 없어 보인다.

그렇지 않다. 오히려 가능성이 아주 많은 기술이기 때문에 소위 '문과(文科)' 의 존재는 더욱 중요하다. 여러분들께서는 예전 JTBC에서 열렸던 블록체인 토큰 관련 토론회를 기억하실 것이다. 기술 이야기 하는 사람은 기술만 이야기하고, 법정화폐 경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법정화폐 경제 이야기만 하면서 끝없이 평행선을 달렸던 그 이상했던 토론회 말이다. 그런 토론회가 다시 열리는 일이 없게끔 하는 것은 사실 컴퓨터를 잘 모르는 사람들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술은 세상을 위해 쓰임에 그 목적이 있는 것이지 기술 혼자 덩그러니 존재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리고 우리는 그 연결고리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

그러니 문과들이여!! 주눅들지 말자. 우리가 할 일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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