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나들이

얼마전에 아버지가 살아 계신 고향에 다녀 왔습니다. 어머니는 오래전에 돌아가시고 연로하신 아버지만 살고 있는 아담한 동네입니다. 논 농사가 거의 전부인 시골이죠. 그렇지만 겨울철에는 감자 농사로 소득을 올리는 살만한 동네이기도 합니다. 바다가 근접에 있고 저수지와 큰 간척지가 인접에 있는 확트인 마을입니다.
동네는 나이 드신 분이 대부분이고 일부 젊은 사람들이 마을을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이 마을의 희망입니다. 젊은 농부들이 마을을 지키고 고향을 지키며 대를 이어 나가며 그들의 자식들이 마을을 지켜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아버지가 좋아하는 식당에 가서 점심식사를 하고 집으로 아버지를 데려다 드린 후 자식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출발했습니다. 항상 그렇듯이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고 아버지는 저의 건강을 걱정하시는 말을 주고 받았습니다. 그럴 때면 보리 몇 말을 가지고 고향을 떠나 이곳에 정착하여 갖은 고생을 하시며 자식들을 키우며 먹고 살아야 했던 아바지의 노고가 생각납니다. 그 때는 누구 할 것 없이 치열하고 고단한 삶을 이어 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눈물이 납니다.
집으로 가는 도로를 타다가 어머니가 묻혀있는 공동묘지에 들렀습니다. 고생을 지긋지긋하게 하시다가 어느 날 갑자기 돌아 가셨습니다.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병원 침대에서 돌아가신 어머니 입술에 입마춤하며 '고생하셨고 수고하셨다'고 천국에서 편히 쉬시라고 거기서 만나자고, 훌륭한 어머니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묘지의 잡풀을 뽑아내고 주변을 정리했습니다. 묘지에 앉아서 멀리 보이는 도로의 자동차를 보며, 넓게 펼쳐진 논, 노란 꽃, 들풀, 구름을 바라보며 세월이 이렇게 흘러 갔구나 하고 마음으로 얘기 했습니다. 나도 적지 않은 나이가 되어 부모의 뒤를 잇고 내 자식들이 나를 이어가리라 기대합니다.
묘지 주변에 있던 이름모를 들꽃, 나무, 풀이 나의 증인이 되어 줄 것입니다. 어머니의 아들이 여기를 다녀 갔었노라고. 어머니의 눈물, 아쉬워 하셨던 신음소리, 호탕한 웃음 그리고 말년에 초연하셨던 얼굴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들이 어머니를 그곳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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