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미투 운동과 광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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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과 광수 생각



미투 운동이 촉발시킨 우리 사회 곳곳의 온갖 변태적, 가학적 성행태들에 대한 폭로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법조계, 문화계, 연극계, 뮤지컬계 뭐 굳이 청정지역을 찾는 것이 의미가 없을 정도입니다.
한 야당 대권 후보조차 학창시절의 추억을 언급하며 돼지흥분제 사건을 이야기 할 정도였으니 가히 강간공화국이라는 말이 어폐가 아님을 요즘에서야 새삼 실감합니다. 철저한 계급사회인 군대나 경찰 내의 여성들은 분명 좋은 먹잇감이 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미투 운동 이전에 이미 불거진 군대내 성희롱과 성폭력에 대한 고발과 피해자의 자살 사건들은 이미 낯선 이야기도 아니었습니다. 관련 기사에 언급된 그들이 저지른 온갖 추악한 행태들을 보고 있노라면 저 남성들의 성적 환타지는 도대체 어디서 기인한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우리사회 내에 이렇게 많은 ‘야한 남자’들이 암약하고 있었단 말인가.

그러면서 진짜 야한 남자 마광수 교수를 떠올립니다. 유교적 문화가 지배하는 한국사회 내의 표리부동한 성문화와 정면으로 충돌하다 작년 가을 쓸쓸히 생을 마감한 한 남자를 말입니다.
내가 그를 만난 건 아직도 이 사회가 독재와 반독재의 이분법적 구대 속에서 팽팽히 맞서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 틈새를 비집고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주목을 받을 때만 해도 독자를 자극하기 위한 출판사의 가벼운 상술이 빚어낸 제목 정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걸 돈 주고 사 볼 생각은 하지도 않았습니다. 몇 년째 수배 중이던 박노해가 서울역 대우빌딩에 오줌을 갈기며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라는 당대의 베스트셀러에 일갈했던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분노’가 내겐 더 절박하고 맘에 와 닿는 책이었으니까요.

이 후 우연히 그의 에세이와 소설들을 접하면서 그의 주장들이 가벼운 일회성이 아닌 내면화된 철학과 시대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즐거운 사라'로 빚어진 필화 사건을 보면서는 결국 우리가 독재정권과 싸워서 이루고자 하는 세상은 무수한 마광수들이 자유롭게 발언하고 표현하는 세상일진대 시대를 앞서간 자유자의자를 한낱 성범죄자 취급하는 그 시대의 경직성이 못마땅하기도 했습니다. 그건 오직 사법부만의 판단만은 아니었습니다. 긴 손톱을 좋아한다는 고백은 독재에 반대하는 세력에게도 노동을 할 수 없는 배부른 손으로, 천박한 매판자본가의 취향으로 매도되기도 했었습니다. 지금 성업 중인 네일아트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은 너무도 당연하다 못해 어린 청춘남녀들의 부분별한 동거가 문제가 되고 있지만, 당시엔 결혼이란 제도적 보호 장치를 거부한 남녀 간의 동거란 보봐르와 샤르트르의 계약 동거를 연상시키며 남녀평등을 주장하던 페미니즘의 선봉에 선 여성들이나 할 수 있는 가장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표현이었습니다.

이렇듯 지금은 너무도 당연한 것들을 위해 그 시대의 짐을 대신 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마광수 교수입니다.

나는 그를 통해 당시 금서였던 사드의 ‘소돔 120’일을 복사집에서 몰래 제본해서 반쯤 읽었고(1,2권으로 나눠져 있었는데 2권은 읽다 포기), 사디즘과 매저키즘이란 생소한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됩니다. 내 몸 구석구석에 대한 철학적 소고까지는 아니지만 실험과 관찰에 든든한 지원군이자 이론가를 만나게 된 셈이었습니다. 터부와 선입견 없이 성을 만날 수 있게 만들어준 최초의 스승이었던 셈입니다.

그런 그를 오늘에서 새삼 떠올리는 이유는 그를 손가락질하고 비판했던 그 무리들 속에 숨어 전혀 야하지 않은 폭력적, 변태적 가학 성욕을 발산한 갑의 횡포를 목격하면서 새삼 우리 곁을 쓸쓸히 떠나버린 진정한 성애론자인 마광수 교수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더 이상의 변태 성욕자들의 발현을 방지하고자 그의 책 몇 권을 추천합니다.

  • 성애론
  • 인간에 대하여
  • 권태
  • 광마일기
  • 자궁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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