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참치의 생활법률 이야기-팩트폭력은 명예훼손에 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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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고추참치입니다.

오늘은 좀 가벼운 주제를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여러분 팩트폭력,팩트공격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시죠?

"엄마가 넌 뭘 입어도 못생겨서 안된다고 팩트폭력했어... 아침부터 저래서 완전 기분 잡쳤어..." 라던지

"와 A군 컨트롤 실화냐? 실레기 실력 오졌따리 오졌다. 거기서 또 죽네 실화냐? 다큐냐? 멘큐냐?"

"올ㅋ B군 오늘따라 A군 팩트폭력이 지리구요 오지구요~고요고요 고요한 밤이구요~ "

등등 여러 분야에서 친한 사이들 끼리 폭넓게 쓰는 팩트공격과 팩트폭력.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면 아무리 사실이라도 명예훼손이 된다는거 알고 계신가요?

바로 형법 제307조 1항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명목으로 명시 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냥 사실을 말해도(적시) 명예훼손 이라고?

일단 조문을 한번 보겠습니다.


제307조 (명예훼손) ①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개정 1995.12.29>


여기서 핵심 단어는 공연히 입니다.

이 공연히라는 것은 공연성이라는 법률용어를 뜻합니다.

즉 "불특정한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 "를 뜻합니다.

조문을 풀어보면

불특정한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서 사실을 말하거나 배포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라는것이죠.

근데 좀 헷갈리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는 어떤 상태를 뜻할까요?

널리 널리 퍼질수 있는 가능성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A가 B의 험담을 C에게 했다면 널리 퍼질수 있는 가능성은 적다고 봅니다.

그러나 A가 B의 험담을 오픈된 공간에서 여러사람이 참석한 상태에서 했다면

퍼질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 진다고 봅니다.

그렇기에 그 험담이 사실일지라도 B는 A를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게 되는거죠.

[물론 고소를 할 수 있다는것과 그것이 인정되어서 판결까지 가는것은 다른 이야기 입니다.]

이런 개인적인 일의 경우는 그리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실적시의 경우가 공익성을 가지고 있을 경우에는 논란이 커집니다.

대표적인 예로

티비나 신문같은곳에 범죄 사건 보도가 나갈경우 실명을 거론했을때 어떻게 되는가?

입니다.

옛날에는 그냥 막 보도했습니다. 얼굴이고 뭐고 다 까고 실명도 다 거론하면서 말이죠.

그러나 1998년 한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뒤집어지고 맙니다.

1990년 어느날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사건 하나가 접수 됩니다.

남편과 이혼 소송 중이었던 여성 두명이 남편을 살해해 재산을 상속 받기 위해 계획을 꾸민 뒤, 남편의 친구를 유인해 감금한 뒤 어디있는지 말하라며 마구 폭행을 했다는 것입니다.

이후 1990년 8월 1일 서초경찰서 형사계장 등은 구속영장도 신청하기전에 기자들한테 "굵직한 사건을 해결했다" 라며 관련자료를 쫙 뿌렸고 당시 신문들과 방송에서 피의자들의 얼굴 모습과 실명이 보도되었죠.

구속영장은 발부되었지만 법원에서 이 여성들은 무죄를 확정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피의자들은 언론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죠.

그리고 대법원은 이러한 판결을 남김니다.

-일반적으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범죄 행태를 비판적으로 조명하고, 사회적 규범이 어떠한 내용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위반하는 경우 그에 대한 법적 제재가 어떻게, 어떠한 내용으로 실현되는가를 알리고, 나아가 범죄의 사회문화적 여건을 밝히고 그에 대한 사회적 대책을 강구하는 등 여론형성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믿어지고, 따라서 대중 매체의 범죄사건 보도는 공공성이 있는 것으로 취급할 수 있을 것이나, 범죄 자체를 보도하기 위하여 반드시 범인이나 범죄 혐의자의 신원을 명시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고, 범인이나 범죄혐의자에 관한 보도가 반드시 범죄 자체에 관한 보도와 같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없다-

(대법원 1998. 7. 14. 선고 96다17257 판결[손해배상(기)])

한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범죄를 보도하는건 공공성을 가지지만 범인의 신상까지 밝히는것은 공공성을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라는 것이죠.

이후로 언론사에서는 명예훼손을 막기위해 모자이크처리와 동시에 신상을 밝히는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괌에서 일어난 법조인 부부의 신상이 미국에선 공개되었지만 한국에서는 가려진 사건 기억하시나요?

미국에서 밝혀진 신상때문에 그들이 행한 죄에 비해 너무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법이 좀 많이 억울하지 않나요.

아니 나는 저사람이 나에게 나쁜짓을 했다는 사실을 공표했는데 오히려 명예훼손을 당하다니?

그래서 우리법은 형법310조에 307조1항의 경우가 공공의 이익에 관여 되어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방어도구를 쥐어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공공의 이익이라는것을 생각할때 참 애매하고 많은 기준이 필요합니다.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형법 307조1항으로 소송을 걸어온다면 본인이 소송을 해야한다는 부담을 져야하며 이것은 개인에게는 꽤나 크게 다가오죠.

그래서 형법307조1항이 개인의 표현자유와 정당한 문제제기, 약자의 외침을 억압 하기에 개정되거나 폐지되어야 한다는 법조계 주장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현재 공익 목적이 인정되지 않는 개인 간의 분쟁에서 비롯된 명예훼손은 원칙적으로 처벌할 수밖에 없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기존에 있는 명예훼손 조항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라는비방 목적 요건을 추가하기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일단은 대법원에 공공의 이익을 폭넓게 인정하는 것으로 땜질을 하고 있지만 본질인 법률을 손봐야 하는 핵심 문제는 여전히 남아다는거죠.

현재 개정된 법률이 20대국회에 계류중에 있습니다만 과연 통과가 될런지는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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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쓰고나니 전혀 가볍지 않네요....

어째 쓰는 주제마다 가볍게 시작해서 전부 사회문제로 끝나는듯한 느낌이 드네요;;;;

다음번엔 좀 더 밝은내용을 찾아서 들고 오겠습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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