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 추기경과 198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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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신지 9년째가 되어간다. 그때 내가 뉴스에서 보기론 기나긴 사람들이 밤늦게까지조문행렬을 하고 있었다. 총 3일동안 4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조문을 하였다고 한다. 나는 그 시절을 직접적으로 겪어본 세대가 아니기 때문에 단순한 호기심으로 그 분을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알아본 그 분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셨다.

기나 긴 40년의 기간동안 서울 명동성당의 대주교이자 추기경으로써 서슬퍼런 독재정권인 박정희와 전두환 시절을 거치는 도중 수 많은 민주화 운동 인사들을 보호하였고 굵직한 사건마다 정권에 일침을 날리셨다. 대표적인게 영화 ‘1987’로 최근에 재조명을 받고 있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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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

혹시나 영화를 안 보신 분들을 위해 요약하자면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은 전두환 정권때 만들어낸 공안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박종철군을 남산(남영동 대공분실…여기에 끌려가면 숱한 고문을 받곤 했다)으로 끌고가 고문을 하다 결국 사망한 사건이다. 아래 내용은 그 당시 MBC에서 단신으로 전한 소식이다.

이 사건을 축소 및 은폐시키기 위해 치안본부장은 기자들 앞에서 유명한…희대의 개드립을 남긴다…

“책상을 탁! 치니까 억! 하고 죽었다.”

그러나 검사들과 내부고발자들의 고발로 인해 해당사항이 거짓임이 낱낱히 밝혀지고 이 일은 민중의 거대한 저항을 불러일으켜 결국 6월 항쟁을 발발, 전두환 정권에게 철퇴를 내리는 시발점이 된다. 그리고 그 철퇴를 날리는 사람 중 김수환 추기경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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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종철군의 추모미사 연설 중

야훼 하느님께서 동생 아벨을 죽인 카인에게 "네 아우 아벨은 어디 있느냐?" 하고 물으시니 카인은 "제가 아우를 지키는 사람입니까?" 하고 잡아떼며 모른다고 대답합니다. 창세기의 이 물음이 오늘 우리에게 던져지고 있습니다.

지금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묻고 계십니다. "너희 아들, 너희 제자, 너희 젊은이, 너희 국민의 한 사람인 박종철은 어디 있느냐?", "'탕'하고 책상을 치자 '억'하고 쓰려졌으니 나는 모릅니다.", "수사관들의 의욕이 좀 지나쳐서 그렇게 되었는데 그까짓 것 가지고 뭘 그러십니까? 국가를 위해 일을 하다 보면, 실수로 희생될 수도 있는 것 아니오? 그것은 고문 경찰관 두 사람이 한 일이니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라고 하면서 잡아떼고 있습니다.

바로 카인의 대답입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서슬퍼런 전두환 독재정권 시절에 대놓고 겨냥해서 돌직구를 날린것이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촉발된 민주화에 대한 열망으로 결국 6월항쟁이 일어난다. 이 당시 시위하던 학생들이 명동성당으로 피난오자 그들을 맞아들였다. 그리고 정부의 체포지시를 받은 경찰들이 명동성당에 진입하려 하자 한 아래의 말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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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당시 명동성당 농성현장)

경찰들이 성당에 들어온다면 제일 먼저 나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 다음 농성 중인 신부님들을 보게 될 것이고, 그 뒤에는 수녀님들이 있습니다. 학생들은 수녀님들 뒤에 있습니다. 그들을 체포하려면 나와 신부님들과 수녀님들을 짓밟고 가십시오.


그 분은 자신의 높은 지위에 안주하지 않고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정권과 맞섰다. 물론 세계에서 어마무시한 힘을 발휘하고있는 천주교의 고위사제를 함부로 건드리면 어떤 외교적 트러블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지만 당장 일신상의 안위는 아무도 책임져 주지 않았다. 민주와 정의를 위하여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선 그 분의 40년대한민국의 민주화크나 큰 족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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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을 추모하며...실로 시대의 거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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