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기독교 국가 핀란드와 이슬람 난민이 함께 사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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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핀란드 뚜르끄 시내에서는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졌고 두 사람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범인은 모로코 출신 10대 이민자로 밝혀졌고, SNS에서는 이제 헬싱키 도심에서도 스톡홀롬 차량돌진 테러 같은 일이 벌어질 거라면서 반이민 정서의 댓글이 줄을 이었다.

그 다음날이었다. 아이와 함께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하는데 자전거를 타고 어디론가 몰려가는 아랍계 청년들이 보였다. 누군가는 피켓을 들었고, 누군가는 꽃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로마니에미에 사는 이슬람권 이민자들이었다. 그들은 시내 한 가운데서 '우리는 뚜르끄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피켓팅을 했고, 가장 큰 지역교회인 로바니에미 루터교회에 희생자를 추모하는 꽃다발을 두고 갔다 했다. 그 주 주일에는 교회에 가서 그 꽃다발을 볼 수 있었다. 교인들은 그 꽃을 성전 앞에 두고 예배를 드리고, 모두 함께 희생자를 위해 기도했던 기억이 난다.

한번은 교회에서 미들이스트 나잇이 열렸다. 예루살렘 출신 친구와 이라크 친구가 앞에 나와서 자신들의 나라와 종교를 소개했다. 이라크 친구는 자신의 나라에도 교회가 있고 예수를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고, 반면 예루살렘 친구는 그 나라 사람 모두가 예수를 믿는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날 밤은 아무도 종교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이라크 친구가 만든 중동요리를 먹고, 예루살렘 전통춤을 추는 것이 전부였던 기억이 난다.

핀란드의 국교는 공식적으로 루터교(프로테스탄트 개신교 종파)다. 탄생부터 결혼, 죽음까지 많은 부분을 교회에서 관장한다. 기독교 문화권답게 부활절, 성탄절은 연 중 가장 큰 명절이다. 뚜르끄 사고 이후, 핀란드에 사는 다른 무슬림들은 그들에게 닥칠 따가운 시선과 눈총을 벗어나고 싶었을 거다. 상징적으로 가장 큰 지역교회에 꽃을 두고 간 그들의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에 잠겼다. 유일신 사상인 그들에게는 어쩌면 자신들의 교리에 벗어난 행동일지도 모른다. 한편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떤가. 무슬림의 확장을 막는다며 개신교가 앞장서서 난민문제를 편견과 혐오로 대하는 태도는 가슴아픈 부분이다.

유럽 곳곳에서는 어쩌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위해 각자가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한국도 그 피할 수 없는 시간이 왔다. 우리는 단일민족으로 이루어진 국가라고, 그것이 자랑이라고 교과서로 배우며 자란 우리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 앞에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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