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주간

어제는 제 생일이었는데, 퇴근하던 남편이 짐이 많아 좀 들어줘야 하니 주차장으로 내려오라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이들을 보내겠다고 했더니 굳이 제가 내려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번득 스치는 생각이 있어 번개와 같은 속도로 내려갔습니다. 남편은 앞좌석에서 주유소에서 받아온 1.5리터 생수 두병을 꺼내 저에게 안겨주었습니다.

자! 이제 트렁크를 열어 풍선을 날리고, 뒷좌석에 있는 꽃바구니도 꺼내고, 가방 속에 있는 반짝이는 물건이 들어있는 작은 상자도 꺼내란 말이야!


생일케잌

지인의 집에 놀러가면서 구입한 케잌으로 얼떨결에 생일촛불을 껐네요. 네명이 모여서 촛불은 네개입니다.



꽃다발

운동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로비에 놓여있던 대형 꽃다발이 너무 예뻐서 사진에 담아봤습니다.



호들갑을 떠는 저를 보며 남편은 그저 배시시 웃었습니다. 집에 올라오고 난후로도 생뚱맞게 계속 웃던 남편이 말했습니다. 생일은 내일 아냐? 와우! 며칠전 남편의 생일을 깜빡한 저에게 소심한 복수를 시전하시는군요. 한방 먹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의 생일을 축하하며 와인 일잔을 했습니다. 사실, 거의 매일 마시는 것이라 특별할 건 없지만 말입니다.

함께 한 세월만큼 닮아간 건가요? 이제는 섭섭한 것도 바라는 것도 없고 새삼 표현하지도 않습니다. 기념일은 원래 잘 챙기지를 않는 편이라 새삼 뭘 한다는것도 우스울 수도 있겠네요. 6월 말에서 7월초의 '부부 생일주간'을 밤마다 와인으로 보냈습니다.

와인잔을 기울이는 것이 우리에게는 잔잔하고도 그윽한 사랑법인것 같습니다. 그저 서로에게 더 좋은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 사랑합니다. 행복하세요.

황동규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