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하는 스팀잇 이야기 - 플랫폼으로서의 스팀잇

어제 밤새 스팀잇 플랫폼을 예찬하는 글을 작성했는데, 오전 내내 스팀잇이 먹통이군요! 이런 배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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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소 썰렁해진 분위기와 스팀잇에 뜸하게 방문하는 이웃분들을 보면 가슴 한켠이 쏴해집니다. 스팀 가격의 하락과 화폐시장의 침체로 인한 불안감 내지 불만으로 인한 것일수도 혹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일수도 있지만, 행여라도 돌아오실까 싶어 언팔은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보상액이 현저히 차이가 나고 글하나 써서 포스팅하는게 녹록치 않아 맥빠지는 일도 있으니, 요즘 같을 때 좀 쉬시다가 나중에 글감을 무더기로 안고 돌아오는 것도 한 방법인 듯합니다. 조만간 다시 모두 만나뵙기를 희망합니다.

오늘 제가 이야기할 것은 스팀잇에 대한 또 하나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지난번에는 스팀잇 유저로서 생활적으로 느끼는 바였다면 오늘은 플랫폼으로서의 스팀잇에 관해 이야기를 풀어보고자 합니다. 이야기에 앞서 저는 개발의 '개'자도 모르는 단순 유저이고, 앞으로 풀어가는 이야기는 유저입장임을 먼저 밝혀드립니다. 백서도 읽지 않았군요.

# 1. 스팀헌트, 테이스팀, 모이또에 대한 기대

우선 스팀헌트나 테이스팀 그리고 곧 공개될 스팀시티의 모이또가 모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작품이라는 것에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느낀다는 이야기부터 하고 싶습니다. 스팀헌트는 처음부터 글로벌 버전으로 시작했고, 테이스팀 또한 글로벌 버전이 이미 런칭했으니 모이또 또한 그 흐름을 거스르지 않을것이라 짐작합니다. 머잖아 이 세가지가 스팀잇의 대표 SMT를 여는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하반기에 스팀잇에서 런칭할 커뮤니티스와 SMT의 비젼에서 한국이야말로 IT 강국으로서 전세계에 위용을 떨칠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제가 외국에 살고 있어서 조금더 애국심의 발현이 크다는 걸 감안해 보더라도 현재까지의 성과는 과히 괄목하다 볼수 있습니다. 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입니다.

# 2-1. 가장 한국적인게 가장 세계적이다?

저는 얼마전까지 전세계 물류 네트웍 구축과 아마존 이베이를 능가하는 '통합 글로벌쇼핑몰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프로젝트가 펑되어서 졸지에 백수가 되었지만 3년동안 세계 각국의 온라인쇼핑 플랫폼 트렌드를 파악할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었지요. 그 프로젝트가 망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추진하던 글로벌 프로젝트의 기본 플랫폼이 지극히 한국적이어서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한국적이라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수 있겠으나 그중 대표적인게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너무나 많은 기능을 포함하고 있는 화면구성과 프로세스 등의 복잡함은 세계에서 머리가 가장 좋은 한국 사람들만 이해할수 있는 수준으로 되어 있다고 감히 이야기해 봅니다. 특히나 가입, 구매, 결제 등 일반 유저들이 트랜잭션을 취할때는 예의 복잡한 절차와 화면구성을 따라야 하고, 한국인에게 익숙하지만 외국인에게는 낯선 플랫폼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다보니 세계 여러나라에게 삐걱삐걱 일이 터져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인터내셔널한 스탠다드를 정립하지 못한 한국의 헤드오피스의 역량이 가장 큰 실패요인이었다 생각합니다.

한국적인 플랫폼을 들고 글로벌화에 실패한 케이스는 11번가를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까지 야심차게 진출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현지 마케팅을 잘 못해서 일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한국적인 플랫폼이 가장 큰 실패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현지 커스터마이징을 하지 않을거면 인터내셔널 스탠다드 플랫폼을 따로 만들어 들고 나갔어야 했습니다.

# 2-2. 한국사이트의 접근 제한성

번외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한다면, 해외거주하는 제가 개인적으로 대부분의 한국 웹사이트에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는 점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 핸드폰 번호가 없으면 가입조차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게다가 번호를 드롭다운으로 통신사까지 선택하게 하는건 어째서 일까요. 왠만한 다른 나라의 사이트에서는 해외번호를 넣어도 인증이 가능하고 회원가입이 되는것과 상반되는 현상이지요. 해외거주 이용자들의 접근 자체를 불가하는 상황이라면, 예를 들어 P2P 사이트의 경우처럼 인터넷 속도의 질적 유지를 위해 해외 사용자들의 접근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라면 이해가 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왜 이런 진입의 벽을 높게 만들었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이 경우와 비교한다면 스팀잇의 진입장벽은 오로지 시간과 불친절함뿐이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스팀잇 이야기하면서 뜬금없이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현재 세 플랫폼이 나아갈 방향이 궁극적으로 글로벌 SMT이기 때문에 한국적인 요소를 좀 배제해 본다면 어떨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스팀헌트 글을 두번 써보았고, 스팀잇보다는 조금 정형화되어 있지만 어렵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테이스팀은 아직 한번도 써보질 않아서 모르고 모이또는 아직 구경도 못해봤습니다.

# 3. 스팀잇의 UI와 기능

저는 스팀잇 UI가 거지같다고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스팀잇이 인터내셔날 스탠다드 정도가 되기에 딱 적당하지 않을까 합니다. 왜냐하면 불필요한 내용과 기능들을 너무 담으려 하지 않고 딱 필요한 목록과 설정과 거래소와 3개의 글쓰기 박스만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이 이상 글을 쓰고 읽는데 무엇이 더 필요할까요. 일대일 커뮤니케이션 기능도 스팀챗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자주 먹통이 되는건 큰일입니다!!!)

일부 한국인 유저중에 스팀잇의 UI와 함께 검색 기능의 부재, 카테고리의 부재 등의 문제도 함께 뽑는 것을 보았습니다. 솔직한 말로 현재 스팀잇에서 과연 그러한 기능들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내부 검색기능이 요긴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을 바탕으로 7일이라는 보상기간이 주어지는 시스템안에서 지난 글에 대한 검색기능과 카테고리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7일이라는 보상기간의 만료는 원천적으로 블록체인 때문에 생긴것이지, 스팀잇이 7일이라는걸 선택한건 아닙니다. 따라서 7일이후 페이아웃된 글들에 대한 것은 단순 박제 이상의 의미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전문가분들께서 지적을 많이 해 오실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단순 유저로서 말씀드리는 바오니 과격한 논쟁은 정중히 거절을 하는 바입니다.)

# 4. SNS 패러다임

이미 박제 완료된 글에 대해서 별다른 기능을 제공해주지 않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스팀잇은 SNS의 최신 패러다임를 따라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즉 기존 블로그로서의 주된 기능보다는 SNS로서의 기능에 충실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현재 글로벌하게 인기가 있는 SNS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스냅챗등은 별도의 내세울만한 기능없이 오히려 인스턴트적인 요소가 더 강해져가고 있지만 사용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단편적으로 비교를 한다면, 페이스북은 관계에, 인스타그램은 사진에, 스냅챗은 챗에, 스팀잇은 글에 더 많은 가치를 부여했다라고 볼수 있습니다. 어제 재미난 뉴스가 있던데요, 인스타그램의 기업가치가 6년만에 100배 상승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고전적인 형식의 블로그는 요즈음의 스마트한 사용자에게는 구태의연하게 보일수도 있겠다는걸 단면으로 보여주는 예일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구글의 블러그나 SNS의 시도가 자꾸 망하는 것일수도 있습니다.

# 5. 제 3의 창작물

그렇다면 창작자들의 보상과 창작물들의 가치가 너무 인스턴트하다라는 지적을 면할수가 없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창작자들이 각 플랫폼별 특성을 감안하여 창작물을 게시할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저는 스팀잇외에는 활동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미 많은 분들이 각 플랫폼별 특성에 맞게 별도의 컨텐츠로 다각적 활동을 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스턴트한 특성으로 인해서 컨텐츠의 질이 떨어진다라고는 볼수 없습니다. 소설이나 여행기를 연재하시는 분, 경제,역사, 의료, 법률 등 전문적인 내용을 연재하시는 분들은 언제든지 컨텐츠를 책이나 이북으로 엮을 수 있습니다. 개개의 보상과는 별도로 또하나의 창작물이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이는 시간이 오래 지난 연재글을 연재순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스팀잇의 특성상 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만약에 티스토리나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책으로 엮는다면? 따라서 스팀시티에서 추진하고 있는 문학전집이야말로 스팀잇의 특성을 고려한 가장 적절한 프로젝트라 볼 수 있습니다.

# 6. 활발한 개발의 유도

마지막으로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스팀잇의 기능 부재로 말미암아 서드파트 또는 프로그램(앱)의 활발하게 개발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있는 한국인 이웃중에서도 오픈된 소스를 통해 다양한 내용으로 개발을 진행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데이타베이스를 활용하여 각종 다이아그램으로 표현하고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보팅, 댓글 등을 통해 개별 유저들의 활동상황을 한눈에 볼수 있는 것에까지 내용이 엄청 다양하고 재미있습니다. 전세계 개발자들에게 무한의 개발의 여지를 열어 놓은 셈입니다. 현재 가장 주목할것은 스팀페이(스팀페이코)인데, 이것이야말로 스탠다드한 페이시스템으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만약 스팀잇이 이미 만들어 몇가지 기능을 제공했다면, 우리 입맛에 맞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된 것들을 맛볼수 있었을까요?

덧. 스팀잇과 한국

제가 플랫폼으로서의 스팀잇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이유를 이것입니다. 스팀잇은 글로벌 스탠다드 플랫폼으로서 최신 SNS 패러다임에 충실했다라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미 글로벌로 향해 가고 있습니다. 현재 백만의 스팀잇 유저중에 한국인 유저는 몇퍼센트나 차지할까요? 작년 8월 기준, 네드의 말을 빌자면 약 10퍼센트 내외라고 합니다. 한국인의 입지가 어마어마하죠.

최근 네드의 개발자 채용 공고와 한국 스팀인사이드에서도 기획자 및 개발자를 채용한다는 내용을 보고 상당히 고무적이었습니다. 능력있는 한국인들이 많이 참여를 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램입니다. 대한민국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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