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미터의 세상, 행복

500미터의 세상, 행복


Happiness, my world in 500meters





내안에 웅크리고 있는 방랑기가 묻습니다.
지금 행복하냐고...
왜냐면 전 500미터안에 갇혀 살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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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운타운의 삶이 갑갑합니다.

몇걸음만 걸어도 인간으로서의 대부분의 생리적 사회적 행위가 가능하다라는 문명의 이기도 부담스럽습니다. 채집을 하고 수렵을 하는 원시인간이기를 갈망하는지도 모릅니다. 좀더 멀리, 내가 머문 이자리에서 더 멀리 나아가 먹거리를 구하고 자연과 혹은 또 다른 대상과 관계를 맺고, 다시 돌아오는 여정속에서 삶의 보람참에 몸을 떨던 그 경험이 그리운게입니다.

저는 차가 없는 뚜벅이입니다.

제 삶의 궤적에선 차가 필요치 않습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를 중심으로 500미터 반경안에서 먹고 놀고 운동하기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어쩌다 누가 조금이라도 먼데를 갈라치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나설 때를 빼놓고는 전 늘 500미터안에 머뭅니다.

500미터를 걸어가 운동을 하고,
500미터 안에서 해피와 산책을 하고,
500미터 안에서 가족들과 외식을 하고,
500미터 안에서 일주일치 장을 보고 옵니다.
500미터 안에서 만날 약속장소를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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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것은 제가 사는 이 골목에 나무와 꽃이 많다라는 겁니다.

10층 높이의 아파트 베란다에서 내다보는 동네는 나무가 무성하고, 그 나무들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옷을 갈아 입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의자를 베란다에 내어 앉아 꽃과 나무와 빗줄기를 바라보고 꽃잎과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와 빗소리에 귀를 기울여봅니다.

2차선 도로를 따라 길을 나서면 빼곡히 자라있는 가로수의 가지들로 하늘이 잘 보이지도 않을 정도입니다. 수시로 인부들이 가지치기를 해야 할만큼 넉넉히 나이가 든 가로수들은 시원한 그늘막과 선선한 바람소리를 만들어 줍니다. 비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꽃잎과 나뭇잎들이 길 한가득 떨어집니다. 걸음을 옮기며 발부리에 채이는 그것들을 바라보면서 오늘도 늦게 일하러 나오는 게으른 청소부 아저씨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이 골목엔 걸어다니는 사람도 드뭅니다. 혼자 500미터의 길을 독차지하고 걸어봅니다. 운동하고, 밥 먹고, 장 먹고, 사람 만나고 돌아오는 그길 역시 오롯이 나의 것입니다.

오늘도 저는 나무들에게 말을 걸고, 꽃들에게 웃어주며 외롭지 않게 천천히 걷습니다. 이것이 제가 누리고 있는 온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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