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후회되는 일 두가지

지금 막, 후회되는 일 두가지가 떠올라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나란 사람, 참...

sorry.jpg

오늘 통역일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어제부터였고, 내일까지입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그 일은 여태 제가 해왔던 모든 일들에 비해 스트레스가 몇배로 많은 일입니다. 사람을 만나야 하고, 말을 많이 해야 하는 일이라서, 가급적이면 그 일을 안하려고도 애써봤지만, 가계사정이 여의치 않아 의뢰가 들어오면 무조건 해야 합니다. 다행히 작년에 통역을 맡았던 업체의 재요청이라 좀더 수월했지만, 아직 전부를 수용하기엔 저의 간은 너무나도 작습니다.

통역일은 다른 일에 비해 벌이가 꽤 괜찮은 편에 해당합니다. 그만큼의 능력과 책임감이 뒤따라오지요. 즐기고자 했으나, 현장에서는 진심 즐겼다고 생각했으나 돌아와서 생각나는건 온통 후회뿐이지요. 아, 그땐 이렇게 통역을 해줬으면 더 좋았을 걸, 표현은 이것보다 저것이 더 좋은데, 내가 좀 더 잘 해줬으면 더 좋은 결과가 오지 않았을까, 왜 미리 준비한 단어들을 활용을 못했을까, 조금 더 완벽하게 말을 잘 할수는 없을까. 후회, 후회 그리고 후회. 그와 동시에 심장이 놀란 말처럼 달리기 시작합니다.

콩알만하게 쪼그라든 간과 널뛰는 심장을 안고 집에 돌아오면 완전 녹초가 되지요. 능력에 부치는 일은 한다는 것은 늘 이렇게 힘이 드는군요. 집에 돌아와서 꾸역꾸역 밥을 입에 쑤셔 넣으며, 뱉어낸 말 만큼을 밥으로 채우려 하나 보나, 미친 짓이라는 생각과 후회가 또 밀려옵니다.

그 와중에 애정하는 이웃분의 글을 보았습니다. 아, 이건... 예전 포스팅 아홉개를 다시 읽어봤습니다. 그가 보여줬던 모든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저의 댓글도 또한 읽어봤습니다. 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써내려간 댓글들이 부끄러워 미칠것만 같았습니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기나 할까요? 글을 남긴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제 쪼그라든 간은 말라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고, 심장은 그렇게 외쳐댔던 응원가처럼 우주로 가버렸습니다.

그와 작은 약속을 했습니다. 한번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하는 더러운 성질 때문에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저는 그것을 의리라고 하지만, 혹자는 강박이라 할수도 있겠네요. 적어도 오늘 뱉어버린 이 말만큼은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만들겁니다.

인생이란거 씹어 먹으면 씁쓸한 맛일거라고 누군가 그러던데, 오늘은 저도 인생표 쓸개맛 캔디를 몇개나 씹어 먹은 것 같습니다. 그런게 있었나 싶게 존재 자체가 의심되는 간과 심장을 위해, 내장의 빈공간을 위해, 맥주나 들이부어야겠습니다. 안주는 뭘로 하면 좋을까요?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