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의미

정원사와 결혼한 여자가 있어요
또 짐꾼과 결혼한 여자가 있어요
수다쟁이와 결혼한 여자도 있구요
모두 말이 없고요
너무 고여 있었어요
가끔씩 소리 내어 울지만
모여서 울지 않아요

여자들이 깜짝깜짝 놀랄 때마다
나는 경계심에 대해 생각해요
깜짝 놀란다는 건
아무래도 너무 외롭지 않아요

(결혼한 여자들, 이현승)

image

가끔씩 소리 내어 울지만 모여서 울지 않는다는 대목에서 찌릿하게 뒷통수를 잡아당김의 느낌이 왔다. 여자들은 모여서 울지 않을까. 아닌데, 가끔 모여서 울때도 있는데... 누가 하나 눈물을 쏟으면 동시다발적으로 눈물을 쏟아내는 경우도 경험해 본적 있다. 그러나 대개는 혼자서 운다. 그것도 소리내어 운다.

나는 눈물이 너무 많다. 오죽하면 돌아가신 엄마의 마지막 말씀이 울지 말라는 것이었을까.

나의 눈물은 위의 시처럼 '가끔씩 소리 내어 울지만 모여서 울지는 않는것'이었다. 눈물의 이유란 건 따로 찾아볼 새도 없는 것이 부지불식간에 시작해서 순식간에 끝나버리는 경우라서 그러하다. 이런 일은 대개 나의 내면을 우연히 맞닥뜨렸을 때 발생한다. 들여다봐도 알수 없는 심연의 깊이에 있는 무언가를 끌어 올렸을 때이다. 어릴적 섬에 놀러가서 태풍으로 갇혀 며칠동안 발을 묶였을 때 보았던 다 말라버린 우물의 깊이가 그정도 되었을까. 가늠할수 없는 깊이에서 올라오는 빈 두레박에서 풍겨나온 악취때문에 울고 싶었던 그 순간을 맞닥뜨린것과 같으리라.

슬퍼서 우는 건 아니다. 오히려 슬픔에 빠졌을때 냉정하게 정신을 잘 차리는걸 보고 독하다고 손가락질 받아본 경우도 있었다. 내가 우는 경우는 그저 몇개의 단어와 그로 인해 파생되는 몇가지 기억의 편린들에 의해서이다. 그리고 한가지 경우가 더 있다면 화가 났을 때이다. 화가 났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저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작은 소리를 낼 뿐이다. 그것은 아무렇지도 않은 것처럼 금방 웃을수 있을 정도로 흐릿하게 낀 새벽안개 같은 것이다. 곧 해가 뜨면 모두 다 사라지리라. 두어발작만 걸음을 떼고나고 돌아보면 방금 지나온 자리조차 가물가물하게 되는 상태라고 해야 할까. 깊음도 짙음도 하나 없는 그냥 눈물이다.

오늘 그렇게 짧고 가볍게 울었다.

그냥 음악을 듣다가 그냥 그렇게 툭하고 튀어나온 눈물은 닦을 필요도 없고 금새 말라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시하게도 이유나 사연따위는 없다.

모두 말이 없고요
너무 고여 있었어요
가끔씩 소리 내어 울지만
모여서 울지 않아요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Join the conversation now
Logo
Cen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