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이 성숙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최근에는 논란의 열기가 식었지만 그래도 아직 불씨가 남아 있음을 느낍니다. 저는 논란이나 논쟁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근거없는 비방이나 공격적인 언사들이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논란 자체는 다름을 인정하는 민주주의의 근본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번 논란이 더 큰 성숙으로 이어지길 바라며 관련된 입장을 정리해봅니다.

1. 서로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 부분은 저도 많이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논란을 거치면서 그래도 배워가게 되는 것은 어느 쪽이든 스팀의 성장(가격적이든 컨텐츠든)을 바라고 있다는 점입니다. 투자자는 투자자로서 수익을 얻고 투자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싶을테고, 컨텐츠 제작자는 더 좋은 컨텐츠에 보상을 주어서 더 많은 작가를 유치하고 싶을 것입니다. 논란이 생기는 이유는 이를 향해 과정이 다르고, 같은 자원을 공유하기에 상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커다란 공동의 목표가 있다는 점은 서로 인정하고 가야 할 부분이라고 봅니다.

2. 투명성이 기본이다

저는 이번 논쟁의 가장 큰 성과는 @asbear 님이 제작하신 Steemian Health Check라고 생각합니다. 투명성은 모든 토론의 기반이 되며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때로는 상호견제를 위한 핵심입니다. 우연의 일치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몇몇 분은 관련 개발이 시작되는 시기에 보팅 패턴이 다양화되는 변화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원래 누구나 볼 수 있는 블록체인 자료라 할지라도 그 세세한 부분을 개발자가 아닌 개인이 보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정리된 형태로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를 통해서라면 서로에 대한 투명성과 그에 기반한 합의과정이 제고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다른 형태의 투명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서로의 보팅에 대해 그 이유를 묻고 답하는 것을 꺼리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에게나 친구에게 보팅을 더 잘 해주는 것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부계정에 보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나름의 사정이 있을 수 있겠죠. 물론 "더 잘" 해주는 것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논란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사회적인 관계가 보팅의 한 이유가 될 수 있다는 점은 큰 틀에서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이라 봅니다.

오해가 없었으면 하는 것은 보팅을 하면서 일일이 보고를 하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게 보팅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다른 누군가에 대한 이유를 묻는다면 그에 대해 열린 태도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답은 컨텐츠가 좋아서 일수도 있고, 친구여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답변으로 인해 또다른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이 있을 때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동체의 성숙이 더 원만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질문을 하는 사람도 추궁하는 식이기 보다는 끝까지 정중한 태도를 잃지 않아야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번과 과거 논란에서 상처받으신 분들이 많으실텐데 저도 이에 대해 사과를 드립니다.

3. 기준보다는 이해를

어뷰징의 기준에 대한 논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제각각이기에 어찌보면 하나의 기준을 정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만에 하나 여기에서 20% 셀프보팅이 어뷰징의 기준이라고 했는데 수백만 스팀파워를 가진 사람이 등장해서 19%씩 셀프보팅을 한다면(글 하나에 수백불씩 하루에 천불 가량), 아니면 그보다도 10배 더 많은 사람에 19% 셀프보팅을 한다면 또다시 논란은 시작될 것입니다.

물론 기준을 잡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서로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좋은 기준을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왜 그 고민을 하는지를 이해한 상태여야만 한발씩 양보할 수 있고, 서로가 놓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 보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도 조금 투자자를 이해하는 측면에서 고래의 셀프보팅에 대해 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고자 합니다. 투자유치를 위해 도움이 된다면 30% 정도까지도 괜찮을 듯도 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 제가 걱정하는 부분은 첫째로 간접적인 셀프보팅(부계정보팅, 담합보팅, 환금 서비스)을 통해 이 수치를 높이고, 전체 스팀 생태계에 대한 기여가 거의 없는 경우입니다. 따라서 이 때 30%라는 수치는 다르게 보면 70%는 공동체 성장을 위해 쓰고 그 나머지는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로 염려하는 부분은 스팀의 가격이 올라가서 투자자로서의 이익을 많이 가져간 상황에서도 30%를 주장하는 경우입니다. 사실 제가 가지고 있는 원칙은 투자자는 스팀가격으로, 저자와 큐레이터는 컨텐츠 보상으로 수익을 얻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 생각을 열어서 30%를 말씀드린 것이지만, 만약에 스팀 가격이 투자가격에 비해 3배로 오를 경우 투자자는 이미 200%의 보상을 받았고, 셀프보팅 30%는 투자금 대비 90%의 효과를 갖게 됩니다. 이를 자로 재듯이 따지고 들 수는 없겠지만 투자자로서 이에 대해 조금 절제하는 마음을 가져주시고, 이미 충분한 수익을 얻은 상황에서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 더 나누는 쪽으로 비중에 변화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4. 늘 대화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언제나 진행형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투자금에 가중치가 붙긴해도 스팀은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에 따라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논의가 계속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논란을 피하지 않고,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친절함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 저부터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잘못된 사실이나 인격적인 비방은 이 과정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저도 논란 속에서 저에 대한 잘못된 사실들이 때문에 힘든 마음이 있는데, 만약 저의 오해와 부족함으로 인해 힘든 분이 계시다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도 저와 관련된 왜곡된 사실에 대해서는 계속 오해를 풀도록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왕 한 배를 탄 김에

제목대로 고의든 우연히든 저희는 한 배를 타고 있습니다. 피해갈 수도 없고,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없습니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대하고 관용의 범위를 넓혀가면 좋겠습니다. 보다 많은 사람을 품을 때, 문제는 적어질 것이고 해결하기 더 쉬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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