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 뻘글] 사랑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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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바야흐로 7년 전...2010년 어느날...

나는 대학교에서 어느 교양수업을 들어야 할지 고민고민을 하다가 그나마 노래로 몇번 불러본적이 있는 프랑스가곡이 생각나 프랑스어 교양수업을 선택했다. 2008년 제대 후에 스위스로 1년간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온 경험이 있는데 그 지역이 이탈리아어를 쓰는 지역이여서 이탈리아어는 조금 할 줄 알았지만 프랑스어는 젬병이였다. 하지만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가 같은 라틴계 언어이기때문에 좀 수월할 것 같다는 생각에 프랑스어를 선택했다.

수업은 나름 재미있었다. 쌩판 모르는 과목을 골라서 공부하는 것 보다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접해 본 언어라서 그런지 공부하는게 많이 어렵진 않았다.(물론 지금은 다 까먹었다.) 교수님은 내가 노래를 전공한 걸 알고 앞에 나와서 노래를 시키기도 했다. (물론 노래를 하면 점수를 좀더 잘 줄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에..)그럴 때면 나와 함께 프랑스어를 듣는 후배(후배인데 나보다 한살 누나다.)와 함께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나와 그 후배 누나는 교수님과 조금 더 친해지기 위해서 마지막까지 남아서 모르는 것에 대해서 질문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우리 뿐 아니라 남아서 모르는 것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이 또 있었다. 알고보니 나와 나이도 같고 이제 조금 있으면 졸업을 하는 다른과 사람이였다. 어떻게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프랑스어 교양시간에 보면 인사를 하게 되었다.

대망에 기말고사 시간이 돌아왔다. 나름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했는데 한 문제가 도무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다. 그래서 그 한 문제만 남겨놓고 생각이 안나면 찍고 나가려고 결심했다. 그런데 그때 그 인사를 하던 친구가 문제를 다 풀고 먼저 나가려고 하는 것이다. 맞다. 그 친구는 그때 남아서 우리와 함께 선생님과 친해지려고 노력했던 그 친구다.

마침 그 친구는 내 뒷자리에 앉아있었고 교수님이 잠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난 똘끼가 발동했다. 그 생각이 안나던 문제를 그 친구한테 알려달라고 싸인을 보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 친구는 나에게 그 문제의 답을 알려주었다. 명백한 부정행위였지만 그때 내가 잠깐 미쳐있던게 확실한 것 같다.

나와 후배누나, 그리고 그 친구는 시험이 다 끝나고 남아서 교수님께 채점을 해달라고 했다. 우리 셋 모두 꽤 높은 점수를 받아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사실 난 실제 점수로는 A였는데 노래를 하면 점수 올려준다는 교수님의 약속이 있었기에 A+을 받았다) 이렇게 우리 셋은 시험도 끝났겠다..게다 난 고마운 일도 있어서 같이 밥을 먹으러 가기로했다. 이렇게 셋이 밥을 먹으며 이야기를 하는데 놀랄만큼 통하는 것이 많았다. 특히 술을 한잔만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고 그리고 운동하는걸 좋아한다는 점. 이렇게 밥을 먹고나서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난 그 친구에게 호감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친구도 취업준비를 해야하고 나도 이래저래 바쁜 나날의 연속이였기에 아주 가끔씩 연락을 주고 받았다.

내가 다녔던 학교의 음악수업 중에는 리싸이틀이라는 음악수업이 있는데 무대 위에 올라가서 실제로 연주를 하면서 연주경험을 익히고 피드백을 받는 수업이였다. 나와 후배 누나는 우리와 같이 밥 먹었던 친구를 우리의 연주에 초대하고 싶었다. 그 친구도 음대수업은 처음이기 때문에 호기심어린 눈으로 우리 연주에 오고 싶어했다. 그래서 우리 연주에 초대를 했다.

내 연주순서가 왔다. 무대위에 올라가니 그 친구가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베토벤의 '아델라이데'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노래를 부르는 중간에 무엇인가가 내 귀를 맴돌았다. 그리고 그것은 내 얼굴 앞에서 얼쩡얼쩡거렸다. 다름이 아닌 모기였다. 조금 있으면 지나가겠지 생각하며 계속 노래를 부르는데 그 망할 모기놈은 계속 내 얼굴 주위를 맴돌았다. 나도 모르게 자꾸 눈을 깜빡거리고 얼굴을 움직이게되었다. 결국 너무 신경이 쓰인 나머지 연주하는 중간에 노래를 하면서 모기를 손으로 잡아버렸다.

피식피식 웃는 학교 동기들의 모습도 보이고 어이없어 하시는 교수님의 얼굴도 보였다. 그리고 이게 뭔 상황이지 당황해하며 웃고 있는 그 친구의 얼굴도 보였다. 그래도 연주가 끝나고 우리 착한 동기들은 브라보브라보를 외치며 연주를 마친 나를 환호해주었다.

그 모기사건은 며칠간 학교에서 화제거리가 되었다. 연주중에 모기를 잡을 생각을 하다니...내가 생각해도 좀 황당한 사건이였던건 분명하다. 그리고 그 연주를 보러 온 친구는 어땠겠는가. 연주하는 모습이 기억나기보다는 내가 연주하면서 모기를 잡는 모습이 아마 강렬하게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그 친구는 나에게 정말 재미있었다며 똘끼충만했다며 진심으로 좋아해주고 재미있어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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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연주에 초대해서 나의 모기잡는 모습을 보여준 그 친구가 지금의 내 아내다. 내 아내는 가끔씩 내가 연주때 모기잡았던 것이 생각난다며 자기는 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며 농담반 진담반 섞인 이야기를 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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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그림은 아내가 그린 그림이다. 내가 연주할 때 모기잡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었다. 건축을 전공한 아내는 취미가 수업 중에 낙서하기, 수업중에 그림그리기였다. 이것도 수업중에 그린 그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에 와서 보니 그때의 상황을 잘 표현한 것 같아 볼 때마다 재미있다. (그런데 얼마 전 한창 그림 그리는거에 재미들린 아들에게 발각되 내 얼굴은 사라져버림..ㅠㅠ파랑색 낙서부분이 아들의 행각이다..)

난 가끔씩 생각해본다.

만약에 내가 그 친구에게 기말고사 시험시간에 답을 알려달라고 얘기하지 않았더라면...그리고 연주 할 때 내가 모기를 잡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아내와 내가 결혼까지 했을까...

이렇게 사랑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찾아오는 경우가 많이 있다.

물론 나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고(내 개인적인 생각. 남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름.) 그리고 종종 진지충이라는 이야기도 들을 만큼 좀 진지한 사람이다. 그래서 가끔 아내가 내가 대학 다닐 때의 똘끼 충만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지금은 현실과 맞서 싸우며 치열하게 터지기도 하고 마음의 상처도 입으면서 성숙해가고 있지만 종종 아무생각 안하고 살았던 그 때 그시절이 가끔씩 떠오르기도 한다..


우연히 아내가 그린 저 그림이 갑자기 생각나서 한번 생각나는대로 줄줄이 써봤습니다..ㅎㅎㅎ

주말 밤에 뻘글 소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모두 행복한 밤 되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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