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4월 8일의 기록│너무나 오랜만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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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의 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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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8일 월요일│@chaelinjane





 이게 도대체 얼마만에 들어 온 스팀잇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해 죄송스런 마음이 먼저 든다. 인스타그램이 아닌 온라인 공간에 제대로 글을 쓰는 게 너무 오랜만이다. 사실 컴퓨터를 제대로 켠 것도 뉴질랜드를 떠나기 이틀 전부터였다. 보안 업데이트가 줄줄이 밀려 있어 처음 켰을 때 몇 십분을 기다려야 했다.


 뉴질랜드에 있으면서 가장 행복하고도 가장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난생 처음 온실을 벗어나 낯선 땅에 지내는 것이니 당연한 전개였다. 하마터면 두두와도 마지막을 고할 뻔했고 많은 날들이 회색으로 칠해져 <두리의 모험>을 이전 분위기 그대로 써나갈 수 없었다. 괜찮은 척, 행복한 척 모험 이야기로 연재를 계속 할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쓴 글은 함부로 만들어진 전단지나 다름 없을 것 같았다. 일단은 새해 계획을 세운 대로 일과 운동에 전념하기로 했다. 무너지지 않고 일상을 잘 이어간 덕분에 운동도 괜찮은 성과를 냈고 일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끝마쳤다. 서로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은 까닭에 우리는 힘든 시간들을 거의 극복해냈고 지금은 마지막 한 달 동안 발리에서 지내며 밀리고 밀린 작업들을 하고 있다.


 오랫 동안 온라인과는 분리되어 있었지만 오프라인으로는 기록자의 삶을 열렬히 이어 나가는 중이다. 언젠가 내가 다시 온라인으로 복귀했을 때 써야할 글들을 잃어버리지 않고 새롭게 쓰기 위해서! 쉬는 시간이 짧아 글을 쓸 수 없을 때에는 아이폰 메모장에 어떤 글들을 쓸지 목차를 적어보며 머릿속으로 페이지를 넘겨보았다. 1년 간의 여행의 마지막 챕터는, 뉴질랜드를 떠나기 바로 직전 참여했던 '비파사나 명상 10일 코스'였다. 이번엔 글을 한 편씩 써서 업로드를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글들이 완성되면 올리는 식으로, 안정적인 연재를 해보자 한다. 마나마인 필진에서 제외된 상태이지만 연재물을 갖추게 되면 다시 도전해볼 생각이다. 안 받아주신다면 개인물로 연재를 할 계획이다.




 현재 시간 오후 4시 38분. 두두는 서핑을 하러 바다에 들어갔고 나는 해변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카페에 앉아 작업을 하고 있다. 저번에 봐둔 곳인데 유일하게 전력을 꽂을 수 있는 플러그가 있고 무료로 와이파이를 쓸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아이스 티 한 잔에 2만 루피라 한화로 2천원도 하지 않는다.


 발리에 온 지 나흘째다. 작은 스파풀과 정원을 가진 빌라에서 한 달간 지내며 다시 제대로 글 쓰는 삶에 나를 헌신할 것을 다짐했다. 매일 새벽 5시 반에 일어나 아침 요가를 하러 가기 전까지 글을 쓰고 사진을 온라인 상점에 업로드 하고 있다. 글을 쓸 공간과 여유로운 시간, 마음껏 쓸 수 있는 와이파이가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축복인 줄은 길 위의 생활을 이어갈 때 진즉 깨달았다. 혼자 여행할 때는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글을 쓰고 사진을 편집했다. 그래서 여행이 끝나자마자 완결된 여행기가 나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기에 더욱 마음을 굳게 먹고 틈만 나면 글을 쓸 수 있도록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 뉴질랜드 후반기 생활은, 기록자의 삶과 연인으로서의 삶, 외국인 노동자의 삶을 제대로 조화시키지 못하고 끝이 났다. 그렇지만 내가 살고자 하는 삶이 어떤 모습을 갖춰야 하고 어떤 혹독한 자세로 달려들어야 하는지 「현실」을 직접 경험했으니 값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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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스러운 나의 스티미언 친구분들,
잘 지내고 계셨나요!
너무나 보고 싶었어요, 무척. :'-)





│by @chaelinja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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